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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시 경영진 책임 강화…업계 "직원만 더 힘들어져"

사측 산재 인정 가능성에 피해 보상 사라질 수도 "책임 회피 우려"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01.18 12:56:07

지난해 7월 직원이 숨진채 발견된 포스코 광양제철소 코크스공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현장 근로자 안전을 위해 마련된 중대재해 처벌 관련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썩 반기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근로자 안전을 위해 근로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사측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장 근로자들은 정책이 허점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시행까지 수정·보안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문턱을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 책임자가 처벌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공포 이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서는 중대 산재를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다.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산재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법에 규정된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중대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외에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이나 기관도 주의·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최대 50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더욱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이 고의나 중대 과실로 중대 재해를 낸 경우 사업주와 법인 등은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것.

이 같은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 안전을 무시해 온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산재 사망에 따른 피해보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을 위해 가족구성원을 취업 시키는 등 '자체적인 보상'을 진행했으나, 해당 법에 효력이 생긴 이후부터는 이러한 보상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기존처럼 보상을 했다간 사업장 관리 미흡을 인정하는 꼴이 돼 경영진들이 징역살이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추락사고 같은 경우 최대한 사고방지 조치를 취하더라도 직원 안전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이 경우 사측에게 책임을 묻기엔 기준이 애매하다. 회사 입장에선 CEO가 징역을 살게 되니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 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입장에선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 오히려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중대재해법으로 기업 대표가 처벌받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까지 처벌받게 될 경우 중복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기업 대표 등 경영자에게 책임을, 산안법은 현장 안전 관리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게 하는 구조로, 현장에서 안전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지난 12일 발표한 산안법은 사업주와 도급인을 포함한 기업 내 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난다면 최대 10년 6개월까지 형을 선고받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벌 수위를 높여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예외사항 등 문제도 있어 법 실효까지 기업의 책임 회피 방지를 위한 노동자 보호에 더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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