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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외전] "고객 신뢰 악용한 기업은행의 명백한 사기"

[피해자 인터뷰]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1.19 11:04:51
[프라임경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4일 기업은행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사적화해 추진을 제안했으나 이견 차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책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기업은행과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창석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사기피해대책위원장. = 조규희 기자

라임 펀드 환매금지 사태와 관련해 신한·우리·하나·KDB산업·부산은행 등에 대한 제재심이 예정된 가운데 대책위는 "사고는 기업은행이 일으켜 놓고 금감원과 법원에 책임을 미루는 기업은행과 윤종원 행장의 뻔뻔한 행태에 중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대표인 최창석 위원장은 환매 중지 이후 "악몽이 시작됐다"며 절규하고 있다. 피해자의 대표 격인 그에게 이번 사태에 휘말리게 된 계기와 현재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피해자 개인 입장의 질문>

-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회사이며, 기업은행과 거래 이력이 궁금하다.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운영 중이다. 1997년 회사 설립 후부터 23년 간 중소기업은행만 거래했고, 대출/급여거래 등 모든 금융업무는 기업은행과만 해왔다. 중소기업을 위한 특수은행이었기에 믿고 거래했으며, 이전까진 크게 실망한 적이 없다.

- 디스커버리 펀드 중 어떤 상품에 투자했고, 액수는 얼마인가.

▲글로벌 채권펀드에 7억원을 가입했다. 사모펀드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단순히 6개월 단기 금융상품으로 안전하다는 PB의 강한 권유에 따라 믿고 맡겼을 뿐이다.

- 상품을 권유한 직원과 면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직원과 친분이 어느 정도였나.

▲안산 반월중앙지점 A VM팀장 권유로 가입했다. VIP전담인 A 팀장은 평소 은행업무의 모든 편의를 제공해왔고 회사의 입출금·외화송금·명절 때 신권교환·대출업무 편의 등 은행관련 업무에 적극 협조했다. 친분은 매우 두터웠고, 회사의 사정과 자금 지출 규모, 급여관리 상태 등 내밀한 정보도 알고 도와주는 고마운 직원이었다.

- 투자 제안이 어떻게 이뤄졌나.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가까운 시일 내 필요한 설비투자 대기자금(10억원)을 기업은행에 맡겨두었는데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은행 팀장이 어느 날, "6개월짜리 단기 상품이다. 안전하다"면서 가입을 권유했다. "만약 만기 전 설비(기계) 구매 계약을 해야 한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만기에 대환할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구체적인 플랜까지 제시했다. "불편하지 않게 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해서 안전한 상품이라고 믿고 가입했다.

가입 당시 설비구입자금이니 절대로 손실이 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 했는데, 팀장은 '부실율의 2년 후행성'이라는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절대 안전하다. 지금 미국 경기가 아주 좋다"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시 부실의 반영까지 2년이 걸렸다. 6개월 안에는  부실이 생겨도 얼마든지 회수가능하다"면서 안심시켰다. 

그래도 망설여져 가입을 미루고 있었는데 며칠 뒤 팀장이 전화해서 "지금 한구좌 남았고, 모 회장이 사정에 의해 가입하지 못한 것을 추천한다"면서 권유했다. 나중에 대출관계를 고려하면 거절하기 어려워 기업은행과 직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여윳돈을 가졌다는 사실을 기업은행이 인지해 투자를 권유했다는 얘기인가.

▲이번 사태 피해자 대부분은 소위 VM팀장이나 PB팀장 등이 자산내역을 철저하게 분석해 잘 알고 있는 고객이다. 개인신용정보 동의도 없이 거래 고객 자산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대상고객을 선별한 후 상품 가입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가입시킨 것이다. 예적금 만기·대출 원리금 만기 자금을 은행에서 더 잘 알고 각본을 짰다고 판단한다.

- 환매중지로 설비 투자금이 묶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채권펀드 만기일(2019년4월) 2개월 전인 19년2월 설비 구매자금이 필요해 매월 3.9%의 이자지급 방식으로 3억원을 대출받았고, 지금까지 이자를 지급하는 상황이다. 내 돈은 환매중단으로 묶여 있고, 애꿎은 이자만 내는 상황이다. 이 일로 회사의 자금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아 고통스럽다.

- 투자한 펀드가 위험등급 1등급이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나. 

▲전혀 그런 말을 듣거나 고지받지 못했다. 애초에 위험한 상품이었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비 투자금으로 사용해아 할 돈으로 위험등급상품에 투자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

- 펀드 상품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데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는지 궁금합니다. 직원의 상품 이해도는 얼마나 됐다고 생각하는가.

▲당시 은행 팀장은 펀드의 위험성이 1등급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고의 누락해 설명하지 않았고, 제안서를 교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10% 후순위 채권투자자가 있어 안전하고, DLI 대표 지분이 담보로 돼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정성 위주의 얘기만 하고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없었던 걸로 봐서 기업은행 직원조차 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 자본시장법에 의하면 사모펀드 가입 시 투자설명서, 수시 자산운용보고서, 계약서 등에 손실정도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 등을 묻고 이를 투자자가 직접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자필로 그 부분을 직접 작성했나.

▲그렇지 않다. 가입당시 아무런 서류를 받지 못했고, 법적으로 투자설명서·자산운용보고서·계약서 등을 교부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도 사고가 터진 후에야 알았다. A 팀장과 기업은행을 신뢰해 법인 도장만 찍어주었을 뿐이다. 회사 이름과 대표이름 그리고 서류에 기재하는 △적극투자 △매우높은 위험 등 직접 기재사항도 팀장이 임의로 체크하거나 기재했다. 이 사실은 20년 서류 사본을 발급받았을 때 확인하게 됐다.

최창석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사기피해대책위원장. = 조규희 기자


<위원장 입장의 질문>

- 디스커버리 판매가 '불완전 판매'를 넘어 '사기'라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  

▲불완전 판매란 상품은 문제없으나 판매과정에서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이번 사태를 함축하기엔 부족한 표현이다. 이 사태는 애초부터 사기 칠 의도로 잘못된 상품을 제조·설계·판매했고, 운용의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를 속여 온 사기판매다. 처음부터 상품이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했고, 위험을 돌려막다가 결국 피해를 본 투자자가 투자한 시기에 문제가 터진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피해를 봤을 것이다. 

'불완전 판매'라는 말은 무책임한 은행과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며, 총체적인 사기과정의 일부 기교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비이자 수익 탐욕에 따라 문제가 터져도 판매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법률상 약점을 이용한 대국민·대고객 사기극이다.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국감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행장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일부 불완전 판매에 한정해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일 뿐이며, 이마저도 은행이 직접 인정하는 게 아니라 금감원이 사실관계를 확정하면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피해자의 신뢰를 배신한 처사다. 평판과 신용으로 먹고사는 은행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본다. 

- 금감원과 접촉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금감원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사에 대해 2년간 두 차례 검사를 실시하고, 기업은행에 대해 지난해 7월28일 검사를 마친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환매 중단사태 후 아직까지 검사결과를 내놓지 않는 것은 운용사와 판매사를 감싸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고 금감원은 사실관계 확정과 제재심을 함께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답했을 뿐이다.

- 대책위는 정부와 금감원이 기업은행 특수성에 맞게 직접 자율배상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거가 궁금하다.

▲중소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은행이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며, 중소기업의 경제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에서는 전국적으로 공단지역과 부촌에 WM센터를 설립해 19곳에서 운용 중이다. 

글로벌채권펀드는 WM복합센터 전용상품이었다. 자연스럽게 창원, 대구, 광주, 울산 인천남동공단, 시화공단 등 공단지역에 밀집한 중소기업이 주요 판매대상이었고, 그 결과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법인 피해 기업이 세배이상 높다. 단순히 다른 펀드 문제 해결 방식처럼 금감원 분쟁조정이 적용되면 법인 기업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또한 개인고객 피해자 다수가 수십년간 국책은행을 믿고 거래해 온 보수적인 금융고객이다.

국책은행이 은행 전 조직을 통해 전통적인 수익증권(비이자이익) 판매 경쟁을 부축여 이 사태를 양산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DLF 사태처럼 단순 불완전 판매 방식이나 분쟁조정 방식이 아닌 산업은행과 같은 직접 자율협상방식의 사적화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음에도 기업은행은 '나 몰라라'하고 있는 상황이 화가 난다.

대책위는 지난 14일 기업은행에 사적화해 추진을 제안했으나 이견 차만 확인했다. ⓒ 대책위

 
- 본 사태 후 기업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변했나.

▲피해자 대부분은 기업은행 충성 고객이었다. 돈을 잃어버린 것도 억울하지만 이제는 은행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누굴 믿고 거래를 해야 할지 답답하다. 거래은행을 바꾼 사람도 많다.

- 금감원은 현재 기업은행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어떤 관점에서 조사가 이뤄지길 바라는가.

▲대책위는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판매를 주장하는 입장이며,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관련 연관의혹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2017년4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로 등록하자마자 디스커버리 펀드를 수천억원이나 팔게 된 배경 등 드러난 의혹을 말끔히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금감원의 발표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금감원도 형사 고소 대상이 될 수 있다.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은행은 피해자들과 직접 사적화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지난 14일 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이 사적화해할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배임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해서 대법원 판례까지 제출했으나 묵묵부답이다. 빠른 시일 내에 윤종원 은행장이 직접 나서 피해자와 만남을 갖고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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