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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이냐 폐지냐" 기로에 선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중국 앱 '틱톡'의 나비효과…중국과 동남아 집중공략 나서나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1.20 15:22:41
[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가 또다시 제기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 매각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매각설에 힘을 싣는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 점치는 모습이다.

이같은 매각설에 LG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적자 행진 및 구체적인 인력 조정안, 조직개편 움직임 등으로 인해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MC사업부에 불어 닥칠 변화의 바람은 기정사실화인 분위기다.

◆MC사업부 매각설 vs 사업 구조 개편

LG전자 MC사업부의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탓에 누적 손실액만 약 5조원 달한다는 점 등이 매각설을 계속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LG전자가 또다시 제기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 매각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말 세웠던 신년 계획들을 하나둘씩 실천해나가기도 바쁜 정초부터 LG전자 MC사업부 매각설이 돈 배경에는 임직원들 중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독특한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를 진행 중인 인력을 제외한 일부를 타 본부로 옮기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통해 "MC사업부가 인력의 60%를 타 사업부로 이동시키고 30%는 잔류, 10%는 희망퇴직을 받으려고 한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미약하게 불붙어있던 MC사업부 매각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전자의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당장 MC사업부 매각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초한 사업 구조 변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즉, 남은 인력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였던 'LG윙'과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일명 상소문 에디션 'LG롤러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개발에만 매진하게 하면서 지난해 실시한 조직개편에 따라 ODM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쪽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LG 롤러블(LG Rollable) 실물 영상. ⓒ LG전자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은 인터넷으로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컨트롤러로서 역할을 맡는 핵심 기기다. 인공지능(AI), 통신기술이 연결된 스마트 백색가전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LG전자 입장에서 스마트폰 사업 완전 철수는 대단히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행보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 참가한 삼성전자가 개막 첫째 날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갤럭시 업사이클링 앳 홈(Galaxy Upcycling at Home)' 프로그램을 소개했다는 점만 봐도 스마트폰과 백색가전 간 시너지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갤럭시 단말기를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IoT 기기로 재탄생시켜 아기의 울음소리를 감지해 알림을 받거나, 혼자 있는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거실 조명을 원격으로 켜주는 등 필요한 가정에서 스마트 모니터링 기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처럼 단순 통신기기를 넘어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스마트폰이 IoT 컨트롤러로 활용되는 등 확장성이 무궁무진한데, 스마트 백색가전을 만들지만 이를 컨트롤하는 기기 구매에 있어서 타사 제품을 이용하라고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MC사업부 매각보다는 사업 구조 개편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ODM 확대에 따른 주요 무대 "국내 X"

다만, LG전자는 스마트 백색가전과의 시너지를 위해 계속된 적자를 감내하고만 있을 순 없다. 따라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자체 개발 및 생산함과 동시에 중저가 라인은 ODM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MC사업부는 올해 연구 인력을 대폭 줄이고, 제조자개발생산(ODM) 확대에 집중하는 등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LG전자가 지난해 12월 MC사업부 내 ODM 조직을 강화하고, 선행개발·영업·생산 등 핵심조직을 통폐합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 단행에 따른 추측이다. 

ODM은 주문자가 기획한 그대로 해외 업체에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청 업체에게 맡기고 검증을 거친 후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이 장점이다. 이 방식은 대부분 저가 보급형 폰에 쓴다.

LG전자가 최근 중국 앱 '틱톡'을 기본앱으로 탑재하면서 ODM 확대에 따른 주요 무대가 국내가 아닌 중국과 동남아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ODM 확대에 따른 주요 무대가 국내가 아닌 중국과 동남아 등이 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는 최근 LG전자 측이 Q51(LM-Q510) 모델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소셜미디어 앱 '틱톡(TikTok)'을 추천(기본) 앱으로 넣은데 따른 분석이다. 

틱톡은 2017년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앱으로, 15초에서 1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다. 특히 본사인 중국과 미국, 동남아 등 전 세계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사용자 정보 유출을 위한 백도어용 앱이다"라는 등의 보안 이슈 논란으로,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틱톡 앱 이용 금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LG전자가 틱톡 앱을 자사 스마트폰 기본 앱으로 등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전략 스마트폰인 벨벳(VELVET)의 기본 앱으로 등록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백도어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자 수일 만에 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다시 틱톡을 기본 앱으로 등록한 것은 ODM 확대 전략에 따른 공략 시장이 국내가 아닌 중국과 동남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국과 동남아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 격인 곳이다"며 "틱톡 운영사 중국 바이트 댄스는 이미 2018년에 외연 확장을 위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는 점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20일 매각설 등에 휩싸인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과 관련해 본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권봉석 사장은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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