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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의 또 다른 적, 불신 먹고 사는 '음모론'

근거 희박 주장 세계 각지서 활개…음모론 중심에 MS 창업자 빌 게이츠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1.25 19:30:17
[프라임경제] 음모론은 감염병 팬데믹에서 언제나 △불안 △공포 △혼란을 틈타 퍼져 나간다. 예로부터 역병 등이 생기면 그림자처럼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다. 음모론의 시초를 쫓자면 인류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그 역사가 깊다. 

14세기에 시작해 심지어 20세기 이후까지 종종 발견되는 흑사병 같은 치명적인 역병은 음모론이 싹트기에는 최적의 토양이다. 흑사병은 쥐에 의해 페스트균이 옮겨 발생하는 병이었지만, 유럽을 전멸시키기 위해 누군가가 퍼뜨린 병이라는 음모론이 나돌았다.

또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이자 현대의 대표적 팬데믹으로 꼽히는 에이즈는 몸속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떨어지는 병이지만, 1981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을 당시 미국 포트 데트릭에 위치한 육군 생물학전연구소에서 생물학 무기로 개발된 것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미국 극우세력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음모론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Q'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외에도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등의 수많은 팬데믹 모두에서 해당 바이러스가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불신을 먹고 자란다는 음모론은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예외는 아닌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이 세계 각지에서 활개를 치고 있어서다. 

코로나 팬데믹 음모론의 중심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있다. 백신을 사랑하고 백신을 위해 살아가는 빌 게이츠가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코로나19를 퍼뜨렸으며, 백신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음모론이 주요 골자다. 나아가 빌 게이츠가 백신에 마이크로 칩을 넣어, 전 인류를 감시하려 한다는 등의 주장들도 함께 쏟아졌다.

트럼프 향한 절대적 믿음·복종…팬데믹 상황 악화

코로나 팬데믹 관련 음모론들을 살펴보면 대개 정치권 싸움에서 촉발됐다. 특히 정치인들의 무지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들의 추종에서 촉발된 음모론은 대중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정부 대책이 신뢰를 잃는 것을 넘어, 집단화된 음모론 탓에 사회적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앞장서서 코로나19는 없다거나 코로나19는 일종의 감기일 뿐이라는 원천적 부정을 앞세워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고, 과학적 대응방식도 부정했다. 

그 결과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들의 반응에만 신경 쓰느라 초기 방역에 실패하며, 팬데믹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의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는 최근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지난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선거 승리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을 난입했고,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위대 주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메시아(세상을 이끌 구원자)로 보는 '큐어넌(QAnon)'이라는 집단이다. 큐어넌은 2017년 말 극우 온라인 사이트에서 Q라는 인물이 퍼뜨린 음모론에서 시작됐다. 큐어넌은 미 연방수사국 FBI가 미국의 잠재적 위협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집단으로 꼽힌다. 

이들의 음모론은 민주당 정치인이나 미국의 유력 인사들이 워싱턴에 있는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 성 착취 △살인 △악마 숭배를 즐긴다는 '피자게이트'나 '딥스테이트'라고 칭하는 비밀조직이 각국 정부를 조종 및 장악하고 있다고 신봉한다.

아울러 이들의 공격 대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그리고 빌 게이츠 등이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적하며 자금지원보류를 선언하자, 이를 비판했다. 그 결과 WSJ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 이후 24시간 만에 화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위터에서 빌 게이츠를 최소 27만 건 이상 거론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최악의 참사를 주도하며 각종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는 큐어넌은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조작설과 마스크 및 백신 무용론을 주장 중이다. 특히 빌 게이츠가 백신을 이용해 사람들 몸에 마이크로 칩을 넣으려고 한다는 허황된 백신 음모론을 퍼뜨리는 중이다.

이외에도 큐어넌은 백신 음모론 중 하나로 '5G 이동통신 기술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를 맹신하고 있다.

'백신 음모론' BTJ열방센터, 코로나 확산 고리 역할 자초

빌 게이츠 관련 음모론은 국내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바로 큐어넌과 평행이론을 이루는 개신교 선교단체인 인터콥(InterCP Internatinal)이 운영하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BTJ열방센터에서 빌 게이츠 음모론이 일어났다. 

BTJ(Back To Jerusalem‧예루살렘으로 돌아가자)는 중국에서 이스라엘까지의 △불교 △힌두교 △이슬람 국가를 복음화시키려는 기독교 복음 전파 운동을 일컫는다.

다만, 인터콥에 따르면 KWMA 지도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2011년 이후로 'Back To Jerusalem'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Back to Jesus'로 바꾼 상태다.

지난해 말 BTJ열방센터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어기고 대규모 종교행사를 개최했고, 이후 이곳 방문자들이 코로나19의 확산 고리 역할을 자초했다. 이와 관련한 확진자들은 △울산 △대전 △광주 △충북 △부산 △경북 △경남 등 전국에서 800명에 육박한 상태다.

경북 상주에 있는 BTJ 열방센터. ⓒ 연합뉴스


문제는 BTJ열방센터 방문 추정자가 3000여명이지만, 지난 18일 기준 미검사자가 309명에 달하는 등 지역 곳곳으로 추가 전파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콥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는 데는, 이곳의 대표 역할을 해 온 최바울 선교사를 두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주요 교단에서는 BTJ열방센터를 정통 개신교에 벗어났다고 보고, 최바울 선교사가 왜곡된 종말론 등을 주장한다며 거리두기를 해왔다.

BTJ열방센터 방문자들 상당수가 코로나19 검사를 피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방문자들 사이에서 퍼진 '방역에 협조하지 않아야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있다'는 내용의 코로나19 음모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최바울 선교사가 코로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설교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최바울 선교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단일 정부로 전 세계를 통제하려는 특정 세력이 퍼트린 전염병이고, 정부가 이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는 코로나19를 통한 세계 장악 음모의 중심에 빌 게이츠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세계를 통제하려면 전 세계 인구수를 조절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백신을 사람들에게 주입해 DNA를 조작한 다음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콥 최바울 선교사의 코로나19 음모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메시아로 보는 큐어넌의 주장과 상당 부분이 일맥상통한다. 

특히 최 선교사가 주장하는 음모론의 출처 대부분이 미국발이며, 미국의 음모론을 되풀이하고 있을 정도다. 큐어넌과 마찬가지로 최 선교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세계 단일 정부를 이루려는 세력들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음모론의 근원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신뢰의 부재'를 지적한다. 백신과 백신 접종,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의 나약함이 자리한 까닭이다.

계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음모론을 잠재우고, 사회적인 평안과 국가적인 정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심이 자리잡을 수 없는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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