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박범계의 '공수처 이첩' 발언, 새옹지마 될까?

사건 '입맛대로' 공수처 몰아주기 우려, 법무부의 정무적 책임 키우면 일부 해소될지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27 10:45:14
[프라임경제]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중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장관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공수처 제도 초기에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된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의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법에 의하면 현재 상태에서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검찰총장·판사 및 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 범죄의 공소제기 및 유지하는 직무를 수행하므로, 일응 박 후보자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확히 해 둘 대목이 있다. 

도마에 오른 이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기 보다는 즉, '김학의 전 차관이 수사 대상으로 관련된 사건이어서 아니라' 도마 위의 생선을 향해 칼을 휘두른 이들 그리고 이를 방조했다는 논란이나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검사 그리고 법무부 관련자)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의 면면 혹은 그 배경에 대해 현재 그려지는 구도는 현 정권에 가까운 고위급 인사들의 무리수가 아니냐는 그림을 향한다. 

조국 전 장관에 앞서 검찰 개혁 문제의 주무 장관을 맡았던, 즉 보기에 따라서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수술 논리에 가장 앞장을 선 인사 중 하나인 박상기 전 장관 등 법무부 전현직 고위 관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건은 고위 공직자(법조인)의 문제를 조사해 처벌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요청을 강하게 제기받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전문식당을 자처하는 곳, 그것도 객관적 업력을 보면 이제 막 문을 연 식당이 있으니 그쪽에 무조건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기존에 제기됐던 '공수처 악용 우려'를 현실화시키는 이상한 수를 두는 조치다. 

굳이 또다른 무리수를 두면서 검찰이 아니라 아직 정치적 독립성에 의문이 남아있는 공수처로 무리하게 이첩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절차적으로' 만전을 기해 옮겨야 할 뿐더러, 그 과정 이후에도 '엄정한 결과물 도출'까지 계속 감시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그런 전제에서 보면 박 장관 후보자의 인식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공수처법에는 위와 같은 규정도 있으나 제24조에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되는 사건에 대해 이첩 또는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박 장관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 안 되는 차치하고, 실제 어떤 당시의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사건을 이첩하고 말고 하는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 이를 이야기하고 책임을 질 일이 있어도 공수처에서 진다는 구조다. 

현재로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중복 사건을 이첩하거나 이첩을 요청할 권한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박 장관 후보자가 이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 그 자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아주 확대해 해석하자면, 이첩 논의를 일종의 정무적 판단으로 보면, 법무부 수장으로서 장관이 검찰총장과 논의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어떤 사건을 놓고 법무부와 대검이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은 여태까지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조차 박 장관 후보자가 심상하게 이야기할 대목은 아니다. 검찰과 법무부의 이른바 유착 문제에 대해 가장 핏대를 올리며 반대해 온 것이 참여 정부 그 다음에 현재의 문재인 정권이었고, 정권의 숙원 사업으로 검찰 개혁을 꼽고 있을 뿐더러, 패스트트랙 무리수 등을 사용하면서까지 공수처 출범을 실제로 빚어냈다.

그런 뒤에 자신들은 법무부에서 검찰과의 사건 조율을 큰 틀에서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아전인수라는 말도 아까운 그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박 장관 후보자가 이런 식의 편리한 논리 구조를 머릿속에 담고 있다면 그건 장관으로 법무부를 이끌 자질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언저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는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이번 발언을 박 장관 후보자가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검찰에 제시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충분히 자숙을 해 보아야 할 지점이다. 

또 하나, 공수처의 현재 인력 상황도 걸림돌이다. 막 수사관을 모집하는 단계에 있고 당분간 자기 업무 영역으로 지정된 범위의 사안들 중에도 선별적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첩을 생각할 권한이 없는 법무부 수장 후보자인 박 장관 후보자가 쉽게 특정 사안 이첩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건 이 사안을 어떻게든 편파 논란에 빠뜨릴 무리수다.  

결국 이번에 이첩 발언이 터졌으니 이를 굳이 견강부회하자면 일종의 공수처 제도에 새옹지마를 만들어 볼 여지가 없지 않을 것 같다. 

법무부에서 장관이 정치인으로서 나서서 검찰에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아예 제도를 조금 수정해 삽입하든지 그게 어려워도 묵시적으로 이런 권한을 주는 건 어떨까? 

다만 거기에는 엄격하게 그런 제도상의 혹은 사실상의 힘을 행사한 책임 및 후폭풍을 해당 장관이 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정치적 책임을 지면서 필요한 부분에는 검찰에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예 장관이 공수처 이첩 운운하는 일은 원천 차단해야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