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련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은행들이 발맞추기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한도도 출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련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은행들이 발맞추기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한도도 출렁이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9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말(133조6481억원)과 비교해 14영업일 동안 1조3102억원 늘어난 수치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분할상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틀간 신용대출은 7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현재 당국은 은행권 신용대출 총량관리 목표로 월 증가액 2조원대를 제시한 상태다.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초 4영업일 만에 4500억원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이 전문직 고액대출 등을 중심으로 고삐를 죄면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은행들은 직장인과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마이너스통장 신규 신청을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일부터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각 항목당 0.1%포인트씩 낮추고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도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에도 직장인 신용대출 4종의 건별 최고한도를 각각 5000만원씩 낮춘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2일 오전 6시부터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적용 상품은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과 직장인 신용대출이다.
같은날 수협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인 'Sh더드림 신용대출' 상품 중 마이너스통장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수협은행 내부에서 규정한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운용한도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판매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마이너스통장을 제외한 만기 일시 또는 분할상환 방식의 신규 신용대출 신청은 가능하다. 이 상품은 연소득이 3000만원 이상이며 6개월 이상 재직 중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최대 한도는 5000만원이다.
신한은행, 카카오뱅크, 수협은행은 가계 대출을 내렸지만 다른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을 축소 또는 중단했다가 최근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8%에서 0.4%로 축소해 운영 중이고, 직장인 신용대출은 올해부터 판매를 재개하는 대신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줄이기 시작한 신용대출 한도를 이달부터 일부 상향조정했다.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일반인 신용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렸다.
농협은행은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최대 우대금리를 1.0%에서 1.4%로 끌어올리고, 신용대출 최대 우대금리도 0~0.25%에서 0.8~1.2%로 상향조정했다.
급작스럽게 이달 신용대출 증가액이 2조원대로 증가하면서 금융위는 일정 금액을 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원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3월에 내놓기로 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이 기준이 1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그러나 규제 시행 이전에 받은 대출에 대해서는 새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폭등세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다른 은행이 신용대출을 축소할 경우 그 수요가 몰려올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추가 축소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