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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손실보상 법제화, 세계 행정법 선도한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28 06:39:25

[프라임경제] 이른바 자영업 손실보상제 입법 속도가 조금 늦춰지는 양상이다. 정부와 여당이 몰아붙이기 구도에서 일단 한숨 돌리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 쪽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성토했다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재정 부담에 대한 목소리 보다는 정부와 여당이 일종의 당위론에서 움직인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청와대가 이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점보다 사명감 내지 소명의식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도대체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는 대목이 더 당혹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냉소적인 이들은 그렇게도 우려한다. 아직 여당의 태도는 여전하고, 다만 꼼수를 찾는 것이니 어찌 보면 더욱 문제라고. 실제로 이번 속도 조절 움직임을 놓고도, 우려가 적지 않다.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하더라도 4월 전 국민에게 보상금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여당이 즉시 지급이 가능한 4차 재난지원금 카드로 선회한 것뿐이란 의혹이다. 얘기인즉, 손실보상 제도를 설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을 뿐, 문제 제기 자체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탄식도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시간을 일단 두게 된 이상, 대화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허심탄회한 대화 물꼬가 절실하다.

법치국가라면 어느 나라든, 손실에 보상을 해 준다는 논리 그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선진국의 행정법 체계는 그리고 헌법 시스템은 다 그러하다. 다만 이를 구체화하고 판가름하는 논리를 무조건 국민친화적(?)으로 하는 건 법의 정신이 아니다. 무조건 사사오입으로 돈을 집어준다고 하면 그건 손실 보상이 아니라 포퓰리즘이고 선심성 돈뿌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손실 보상에 대한 여러 이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희생 보상'처럼 모호한 영역은 여전히 짧은 페이지로만 남아 있다. 우리가 지금 가 보지 않은 길, 세계 행정법 교과서의 공백을 채워 나가는 어려운 길에 서 있다는 점에서 토의와 토론은 대단히 많이 필요하다.  

과거 일본 논리를 베껴 올 때에도, 독일 논리를 직수입하기 시작할 때에도 엄청난 고생을 감수했는데 이런 중차대한 일처리에 그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심지어 주먹구구식 대응과 전문가 집단을 윽박지르면서 처리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입법화하기 위해선 도대체 코로나19로 유발된 손실이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개념 문제부터 정리돼야 한다. 하지만 업종과 사업장별 특성이 달라 이를 명확히 써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세부적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또다른 문제가 심각하다. 현행 행정자료로는 그런 손실의 존재와 규모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정부가 소상공인의 매출 변동을 파악한 뒤 지급했던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사례에서도 이런 징조가 드러난다. 정략적 계산과 개념의 아전인수 대신 동시대의 누가 어느 나라의 자료를 갖고 와도, 우리 기준 잣대로 재면 명확히 답이 나오게끔 시스템을 짜자는 각오와 상부상조가 정계와 관가 전반에 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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