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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전복의 수조 바깥 읽기, 바이든 시대 한국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28 00:10:37

전복.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대형마트 어패류 코너에 가면 사시사철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걸 구하는 것도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서도 좀 드물게 보는 경우인데요. 전복이 수조 벽에 바짝 붙어서 바깥 세상을 살피는 모습입니다. 

글쎄요. 뭔가 삐쭉 튀어나온 걸 볼 수 있습니다. 더듬이 같은 모습이니,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느끼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걸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의 수산물 코너 직원 반응도 굳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는 당혹감이었습니다.

사실 전복을 조개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모습은 놀랍기만 한데요. 조개의 범위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전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조개와 좀 다른 갈래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조개는 껍질 매수가 2장인 일명 이매패류, 그리고 전복은 껍질이 1장이고 배에 근육질 발이 붙은 복족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동물도감 같은 데서는 '껍질이 1장이면 고둥, 2장이면 조개'라고 간단히 설명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넓은 분류에서는 조개 아래 우리가 생각하는 바지락류의 조개와 고둥 등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전복 조개라고 불러도 틀리다고까지 할 수는 없다고도 합니다.

복족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전복 배쪽의 모습. ⓒ 프라임경제

어쨌든 바지락과는 약간 다른, 고둥과 친척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달팽이도 연상되고 해서 더듬이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어쩐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내친 김에 식욕이 약간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달팽이 이야기를 더 하자면, 달팽이 뿔에 붙은 두 나라가 박 터지게 싸우는 것을 빗대어 고대 중국인들은 대단히 덧없는 투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하죠. 

어쨌든 저 작은 도구 끝에도 복잡하게 뒤엉킨 이해관계가 있고, 세상을 향한 안테나 기능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보면 저 행동은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무슨 느낌과 생각인 걸까요? 바다에서 잡혀와 당혹스러운 가운데서도 스스로 정신을 놓고 움츠리기보다는, 계속 바깥을 향해 뭔가를 탐색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좀 걱정스러웠던 것이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확실성이나 막무가내 태도에 질린 때문인지,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이 이겨야 한다는 기류, 바이든이 되면 어쨌든 나을 거라는 믿음이 한국 사회 전반에 팽배했던 게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랄까요? 

안보나 경제 면에서 바이든 행정부라고 반드시 따사로운 봄날 같을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빨리 기대감과 실제 전망 가능성을 뒤섞어 버리는 것은 안테나 돌리기를 게을리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안보 면에서도 북한에 대해 마냥 유화적 제스처로 일관할지 그 여파로 한국 정부의 의도대로 운신의 폭을 넓혀줄지 확실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정보통이자 한국계인 박정현씨가 미 국무부 부차관보로 진출한다는 소식에서 보듯, 북한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게 가능한 인물, 장기간 북한을 연구해 온 이를 중책에 발탁하는 상황은 적당히 넘어가 주거나 북한이 원하는 핵 보유 기정사실화 등을 쉽게 해 줄 측의 태도가 아니라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최우선을 공공연히 외쳐 온 트럼프 행정부보다 마냥 좋을지 단언할 수 없습니다. 물론 고립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자유무역주의 복원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받을 자격이 바이든 행정부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마음을 푹 놓고 기대의 눈빛만 보낼 수는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은 저소득층 친화 정책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돈을 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위기 아니냐의 흐름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사고 흐름 하나로만 문제를 이해하기엔 미국 경제가 여간 복잡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정국이므로 돈을 푼다 해도 유동성 위기에 손을 무작정 놓을 게 아니라는 점을 어쩐지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민주당이라고 경제 면에서의 실적에 목마르지 않은 게 아니라는 점은 특히 거북한 이슈인데요. 마냥 모든 걸 여유롭게 처리하기엔 주 의회와 주지사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가능합니다. 약 2년 안에 뭔가 경제적으로 확연한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낫겠지만 동맹국을 때때로 압박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이겠지요.

안보(한반도 정책)와 경제 면에서 기대와 희망, 전망과 분석을 너무 쉽게 혼동하거나 보기 싫은 것은 애써 외면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최대한 정확히 밖을 보고 안의 사정을 고려해 상황을 계산할 필요가 높습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정파적인 이해나 정권 후반기라는 촉박함의 렌즈 대신 왼쪽과 오른쪽 2개의 더듬이를 모두 가동하고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일이 전제로 깔려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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