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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남기춘 악몽 여전? 김승연 복귀 막는 '자료 전면 리셋 논란'

법정구속 등 수모, 2021년 2월 끝? 삼성 등 다른 그룹 불리한 자료 은폐 대한 여론 참고할 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28 00:08:34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 남기춘 당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그는 2011년 1월28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사직 소식을 전하는데요. 

이 당시 그의 선택은 수사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 외부 비판까지 겹치면서 일종의 항의성 사표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한화그룹 고위 간부들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비자금 수사에 대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입니다. 일각에선 수사 책임을 물어 남 지검장의 교체론을 제기하기도 했고, 결국 자진해서 떠나는 걸로 가닥이 잡힌 것이죠.

그는 1979년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 사이입니다. 검사가 된 후 특수통으로 경력을 쌓는데요. 그래서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 등 특수 수사 전문가인 선배들로부터 대단히 총애를 받았습니다. 심 전 고검장이 '항명 파동'을 일으킬 때 그를 수행해 대구에서부터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출신으로 사법부 최고위층으로 영전한 안대희 전 대법관도 남기춘 팬에 속합니다. 안 전 대법관은 과거 "내가 (외부 압력에서) 남기춘 같은 애들 챙겨야 해서 못 그만 둔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가 이끌었음에도 한화 비자금 수사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한화 오너 일가가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닙니다. 남 전 검사장의 사퇴 이후 약 1년 반이 흐른 2012년 8월16일, 김승연 한화 회장은 법정구속 되기에 이릅니다.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2부는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죠. 심지어 김 회장을 법정구속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하고 차명으로 소유한 위장계열사의 부채 수천억원을 회사 돈으로 갚은 혐의 등 검찰 기소 내용을 넉넉히 인정한 결과였죠. 

당시 한화그룹이 받았을 충격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비단 한화 뿐만 아니라 어느 그룹이든 이 사건 같은 오너 일가의 책임론 이슈에 방어를 적극적으로 하고 이를 계기 삼아 구조를 다잡는 것은 병가지상사에 해당합니다만, 그 각고의 노력과 고통은 최상층보다는 부하 구성원들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산이 한 번 바뀐 현 상황에서 한화 그리고 그 오너 일가의 행보는 어떨까요? 태양광과 방위산업에 그리고 수소 등 그린뉴딜 관련 산업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적극 행보로 미래 가치를 잘 잡았다는 찬사인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아들 3형제와 경영 수업 문제도 화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이 정도면 큰 탈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 김종희 창업주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젊은 나이에 총수직에 오른 김승연 회장은 일부러 '올백 머리'를 하는 등 얕보이지 않고자 외부 시선에 대단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1981년 이래 그가 내심 겪었을 마음의 고생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방증이지요.  

한편, 경영수업과 향후 순조로운 세대교체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 회장의 일선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베트남 방문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분홍 넥타이)이 베트남 관료 등과 함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한화

 

법원의 유죄 판결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는데, 2021년 2월 이후엔 법적 제한 족쇄가 풀리므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복귀론이 과연 적당한지 즉 김 회장이 비자금 사건 등 지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고 그 여파가 아직 한화 부근에 어른거리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브레이크 논리도 나옵니다. 일례로, 자료 리셋 문제가 회자됩니다.

지난 2020년 여름 이야기를 해 볼까요?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 오너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결국 무혐의로 종결했습니다. 공정위가 5년에 걸쳐 한화그룹 계열사들과 IT서비스 업체 등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탈탈 털었지만, 결국 딱 떨어지는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건데요.

흥미로운 것은 이때 옛 한화S&C 등을 들여다 봤음에도 공정위 칼날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이유로 자료 리셋 그리고 앞서 서두에서 소개한 '김기춘 여파'가 거론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는 애초 무리수였다고도 보는 모양이지만, 공정위 일각에서는 당시 비자금 수사 때 하도 호되게 시달려서, 즉 검찰발 교훈을 살려 한화가 자료를 모두 리셋한 것 같더라는 하소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쎄요, 아무튼 금년 초봄을 볼 일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도 자료를 공장 바닥을 뜯고 숨겼다는 둥 자료 숨기기나 리셋 논란이 다른 그룹에서도 없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여론 더 넓게는 기업 활동에 대한 기대치와 기준이 날로 높아가는 상황 때문에 복귀한다면 그 시점 즈음에 무겁게 해명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 세대와 3세대 등극을 연결하는 김승연 세대의 고심이 그것이고, 그걸 극대화한 게 바로 특수통 남기춘 검사였던 것입니다. 10년 전 남 전 검사의 교훈은 그런 점에서 여전히 현재적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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