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여의도25시]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코인빗 피해자 집회 비하인드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1.28 17:13:29
[프라임경제]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으며, 다시 한 번 암호화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관심 밖에 있던 암호화폐 생태계에도 눈길이 쏠립니다.

수많은 암호화폐 스캠 논란과 거래소의 자전거래 등은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암적 요소라 지적받아 왔습니다. 이와 함께 몇몇 거래소를 두고 여러 이해 관계자가 얽힌 법적 분쟁이 심화되면서 선량한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여러 분쟁에 휘말린 거래소 중 한 곳은 코인빗입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가상화폐거래소 브랜드 2021년1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코인빗은 4위에 올랐습니다. 코인 투자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용했을 수도 있고, 최소한 거래소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빗썸, 업비트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메이저 업체라는 표현은 부족할지 몰라도 중견급 거래소라 불릴 수준은 충분히 됩니다. 그런데 이 거래소가 작년 8월 광역수사대에게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코인빗은 광수대가 회사에 앙심을 품은 퇴사자의 악의적 제보만을 믿고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며 불만을 갖는 상황인 반면 광수대는 광수대대로 절차 상 하자 없이 수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혐의에 대한 결론은 법원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되면서 코인빗에 상장됐던 코인 중 다수가 동 기간에 폭락했습니다. 코인빗 거래소에만 상장됐던 특정 코인 가격의 폭락으로 일부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게 된 거죠. 그들 중 일부가 집회를 통해 "광수대의 과도한 수사로 피해를 입었으니 이에 대해 사과하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 대표인 A씨는 기자와 만나 "항의를 위해 코인빗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피해자 중 누구도 코인빗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며, 코인빗에 바라는 바는 피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거나 사태를 수습하려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일로 손해를 봤다면 코인빗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면 코인빗과 대립하는 상황일 것이라는 게 상식적 판단입니다.

그런데 자꾸 집회에 코인빗 관계자가 개입합니다. 집회 사실을 코인빗 관계자가 전달하고, 기사를 써주길 사주합니다. A씨는 자신이 취재 요청한 기자에게만 성명서를 전달했다고 말하지만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 기자는 이미 해당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물론 코인빗 관계자로부터 말입니다.

코인빗에선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돕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정말로 그런 취지를 가지고 있다면 피해자를 문전박대해선 안 되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피해자가 집회에서 광수대뿐만 아니라 코인빗을 비판할 수도 있을텐데 피해자 집회 취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제 판단엔 이상해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고자 기자는 코인빗 관계자에게 집회에 참석한다는 확답 없이 현장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집회 참가자 중 한 분께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자신은 할 말이 없다"며 코인빗 관계자를 소개하더군요. 기자로선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A씨에게 설명했습니다. 왜 집회 참가자가 피해자 대표인 A가 아닌 코인빗 관계자를 연결시켜 줬을지에 대해 질문했더니 A씨도 의아해 합니다. A씨는 기자를 코인빗 관계자에게 안내한 분을 알고 계시냐는 질문엔 "피해자 중 한 분"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A씨는 "내가 직접 언론 응대를 하고 있으며, 코인빗에서 기자를 불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힙니다. 이미 네 차례나 진행된 집회에서 코인빗 측에서 부른 기자만 해도 여러 명인데, 전혀 파악이 안 됐다고 합니다. 

A씨는 코인빗이 집회를 주도했다는 기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합니다. 그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기에 당시 상황과 정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합니다만 A씨가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확인해준 참가자가 억울한 사실을 알려주겠다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는 대신 피해자 대표가 아닌 코인빗 직원을 기자에게 안내한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기사를 쓰는 내내, 기사를 쓴 이후에도 피해자 혹은 투자자에 손해를 입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지난 기사로 피해자께서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됐다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반드시 알았으면 합니다.

집회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자"는 본 취지와 달리 코인빗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