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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시점조율' 무혐의…'이언주 폭로'와의 화학반응은 네이팜탄?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21.01.29 10:43:49

[프라임경제] 예상보다는 파장이 작은데, 진득함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오거돈과 이언주', 두 부산 출신 정치인의 이야기다.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에 대한 검찰의 일처리가 드디어 중간고비를 넘겼다. 기소를 단행함으로써 이제 수사 단계는 일단락된 것. '법원의 시간'이 열리게 됐지만 검찰도 공판대응 즉 공소유지를 해야 하므로 수사 단계만큼은 아니어도 긴장감을 거둘 수는 없다. 

◆오거돈, 쟁점 순위는 하락해도 '정봉주 미투 무고'와 '대조점' 부각?

28일 저녁 오 전 시장의 기소가 단행됐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시선을 모으는 대목은 불기소 사항. 오 전 시장은 부산시청 부하 직원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권력형 성범죄' 이슈는 이미 상당 부분 기정사실화돼 다른 해석 필요성이 적다. 

다만, 오 전 시장이 자신에 대한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관계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부분을 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은 눈여겨 볼 지점이 있다. 사회적 의혹 제기에 대한 공분과 문제 제기에 대한 '봉쇄 소송'을 차단한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일종의 언론 자유 문제로 볼 사안이고, 최근 '정봉주 미투 논란'과 연관된 무고 사안에 법원이 다른 결과를 내놓은 점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봉주 서울시장 보선 출마론'과 그의 미투 논란에 오 전 시장 케이스가 맞물리면서 참고 사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한편, 검찰은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지난해 4월 총선이 끝난 뒤 뒤늦게 시인하는 과정에서 A 씨에게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종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의혹은 범죄가 안 된다고 봤다. 이렇게 선거 시점과 미투 공식 발표 및 인정 시기를 연관지어 처리하고 그 배경에 중앙정치권이 함께 연결됐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법 위반 논리를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면서, 보수 진영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치는 일부 줄어들게 된다. 오거돈 사태의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을 적극 활용, 사태의 비도덕성과 미투 문제까지도 선거 파장을 계산해 대처한다는 문제 등을 부각할 '시의성'은 하락하게 되는 것.

하지만 이 상황에서 또다른 '촉매'가 등장한 점 때문에 계산이 복잡해진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단행됐다. 이제 법적 쟁점보다는 정치적 파장이 얼마나 오래갈지 주목된다. ⓒ 부산시

 

이언주 전 국힘의힘 의원이 폭로 정국 만들기를 시도한 것(그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부산 보선을 겨냥한다). 검찰의 오 전 시장 기소일과 같은 28일의 일이다. 

여야 어느 쪽 예비후보들을 막론하고, 이 전 의원은 부산시장 보선 무대에선 가장 저돌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또 시간내내 울먹이면서 어려움을 호소한 점이 시선을 끈다. 특히 그는 '돈'과 '계파', 그리고 '기득권' 등을 거론했다.

이 예비후보는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이라는 건 곧 돈이라는 걸 깨달았다. 광역단체장 선거를 치르려면 후원금도 제대로 거둘 수 없는 예비후보 시절에도 방대한 조직을 움직이면서 여론조성을 해야 하는데, 그것만 제대로 해도 한 달에 족히 수억 원씩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또 "후보자 개인이 그 자금을 다 충당 못하니 불가피하게 불법자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게 공짜겠느냐"고 한탄했다.

◆이언주, 일단 당장의 효과는 "글쎄", 하지만 그 이후 '촉매 작용'?

또 "한 마디로 정치·경제·행정의 기득권 카르텔은 공생하는 구조였던 셈"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부산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친이(친이명박)에도 친박(친박근혜)에도 운동권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정말로 역부족이라는 걸 철저히 깨닫고 있다"면서 위의 3대 쟁점을 모두 풀어냈다.

일단 당장의 파괴력은 예상보다 작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9일 아침 종이 신문들의 기사 배치 상황을 보면 중앙정치판에서 이언주 후폭풍에 대한 단기 주목도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한편 "기득권과 돈 이야기를 건드렸는데, 그렇다고 다른 (예비)후보들이 선거 운동 방식을 바꾸거나 할 것도 아닌 것 같다"며 관망하는 의견이 뒤따른다. 아울러 "어차피 코로나 상황이라는 점을 간과한 폭로 회견이었다"는 짠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운동을 전부 중단시키는 상황이 온들, 기존의 인지도 구도가 깨지겠나? 오히려 여당이든 야당이든 유력 주자들을 후발 주자가 뒤집기 어려운 상황은 코로나 때문에 활발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위축된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주목을 해야 하지 않냐는 보험성 분석도 나온다. "일단은 선거 자금 파장이 부각되지 않겠지만 기득권을 깨겠다는 문제를 들고 나온 점에 지역의 각 (예비)후보들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끌려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론적이든 어떻든 입장을 내야 할 요구를 받는다는 것. 당장 2월 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할 때 언론 반응이 이렇게 나오면 이 예비후보로서는 소정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편의 반응이 나오고, 또 이것에 의기소침하지 않고 어떻게든 불독처럼 물고 늘어져 혹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대처하는 이 예비후보 특유의 근성 정치가 펼쳐지면 또 그 나름의 파괴력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 '이언주 폭로' 직후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에서 불법자금을 사용한 사람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짚고 이 예비후보에게도 이 내용을 안다면 고발 등 조치를 하라고 요구한 상황은 그 단면만 보면 '이 예비후보의 행보가 해당 행위가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예비후보는 바로 "왜 보선이 치러지게 됐는지 생각해 보라"면서 민주당의 원죄를 건드리면서 맞받아쳤다. 바로 오거돈 사태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는 보선 정국이 열렸음을 강조한 것이다. 

◆최인호 발언 받아친 이언주, 폭발은 안 해도 불길은 오래 간다?

적잖은 이들이 '이언주 대 최인호 말싸움'에서 최 수석대변인이 이긴 것이라는 평을 내리지만, 민주당이 지저분하고 각종 쟁점도 많은 오거돈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헬게이트'를 연 게 아니냐며 최 수석대변인의 논평 부작용을 일부 우려하는 시각도 조심스럽지만 나온다.  

이렇게 헬게이트를 연 것만으로도 부산 보선에서의 국민의힘 '파이팅'을 제고한 '이언주 효과'이고 넓게는 서울 보선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성급한 의견도 나온다. 지저분한 폭로 정국을 만들고 끌고 가는 것은 물론 정치인으로서는 부담이 크고, 거물로 성장할 계기를 깎아먹는 달갑잖은 방법론이다. 

하지만 오거돈 이슈가 다양한 잔상을 남기고, 이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버무려지는 상황으로 이번 이언주 폭로를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내 기득권과 계파, 그리고 한국 정치의 고질적 돈 문제 등을 건드린 이 예비후보의 광역도발은 보선의 최대 맞수인 민주당의 가장 낮은 바닥도 건드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실제로 그 효과의 물꼬가 터지기도 했다.

이런 끈적끈적한 화학 작용은 결국 네이팜탄을 연상할 만하다. 투하 초기의 폭발력은 아니더라도, 그 이후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불길을 지속하면서 숨막히는 화재 상황을 만드는 지속 효과는 주목해야 하는 것. 

결국 '네이팜탄 효과, 그 절반의 성공'을 만들어 낸 셈이다. 오거돈 일부 기소와 그 이후 국면 이언주 예비후보의 기득권 타파 외침의 혼합 상황은 한동안 여와 야 모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열혈 전사 이언주의 이번 돌발 행보는 국민의힘 당원과 조직에게는 그런 점에서 새롭다. 해당 행위라는 평가보다는 전반적 계산에서 볼 때 이득을 당에 안겨줬다는 점에서, '이언주의 공로'는 이번 보선 이후에라도 한 번쯤 면밀한 재평가를 해 볼 필요가 있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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