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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의 시대] 바우젠 '전해수기'의 이율배반 "안전성 망각"

이덕환 교수 "전기분해로 생긴 화학물질, 생명을 죽이는 살균수"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1.01.29 13:58:36

[프라임경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노래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에서 기인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출판사가 하루키의 의견을 존중해 노르웨이의 숲으로 제목을 다시 바꿨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제목의 차이. 본질을 감싼 포장이 시장에서 어떠한 영향을 보이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 가까이에서 실시간 벌어지는 '과대포장'을 '상술의 시대'에서 조명해 본다.

본지는 앞서 소비자원 환경부 자료를 발췌해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가정용 친환경 살균수 제조기로 유행하고 있는 '전기분해형 살균기(전해수기)'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 가운데 TV와 기사,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품의 살균력을 홍보해 온 전해수기 업체 '바우젠'의 기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바우젠은 시판 전해수기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불활화(감염력을 잃는 것) 시험 성적서를 획득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바우젠 대표 제품 '전해수기' 이미지. ⓒ 바우젠


또한 자체 연구소와 외부기관에서 시험한 테스트 결과를 내세워 "99.9% 살균"을 강조한 광고를 진행 중이다. 테스트 항목은 △일반균 살균(대장균 등 6개) △탈취 테스트 △잔류농약 제거 △자극성 테스트 △바이러스 불활화 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테스트의 결과와 별개로 '안전한 살균수'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소비자들은 살생물물질에 대한 안정성에 대해 판매·제조 업체에서 하는 정보만으로 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명확한 안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살생물 물질 '안전한 살균수'의 모순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시판 전해수기 제품이 구체적인 시험조건이나 살균력 결과 수치가 갖는 제한적인 의미 등은 설명하지 않고 '오직 물로만 99.9% 살균' '99.9% 세균살균'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바우젠을 비롯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해수기'가 '살균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위험한 수준이 아닌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살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맞다.

바우젠 전해수기는 수돗물과 정제 소금을 사용했을 때 다른 유효염소 농도의 살생물 물질을 만들어낸다. △수돗물 1분 0.5~2ppm △수돗물 3분 3~6ppm △수돗물+정제 소금 1분 20~60ppm △수돗물+정제 소금 3분 100~180ppm 등이다.

바우젠은 '전해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100~200ppm의 식약처 고시 적정 살균농도를 확인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준보다 낮으면 살균 효과가 떨어지며, 기준을 초과하면 인체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

업체의 말대로면 바우젠 전해수기는 '수돗물'만으로 전기분해 했을 때 만들어지는 유효염소 농도는 6ppm 이하이기 때문에 살균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락스'로 불리는 염소계 살균계이며, 식염수를 전기분해해 얻어지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전해수기가 '락스 희석액'을 만들어 주는 장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수용액 '차아염소산'과 물과 소금을 넣고 전기분해해 얻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모두 락스와 동일한 원리의 살균수다.

바우젠은 식약처, 환경부와 동일하게 전해수기로 제조한 살균수 성분이 락스의 주 성분과 동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바우젠 홈페이지

바우젠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바우젠은 공식 홈페이지에 "락스 원액과 바우젠 전해수로 제조되는 전해수의 성분은 동일하다"라며 "다만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농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우젠은 자사 전해수기를 산하 연구소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제조할 수 있으며, 번거로운 희석 과정 필요 없이 안전한 농도의 전해수를 제조하는 제품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전해수기에 수돗물만 넣고 작동했을 때는 살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비교적 안전한 살균수를 만들 수 있고, 소금이나 앰플을 함께 넣어 작동했을 때는 살균력이 있는 유효염소 농도를 갖는다. 

하지만 사용 방법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에 '안전성'과 '살균력'을 모두 높인다는 건 모순이다.

◆바우젠 허위·과대 광고 '소비자 혼란 야기'

앞서 바우젠은 전해수기 광고에서 ATP측정기를 사용해 세균 감소를 표현했다. 그러나 해당 광고에서 실험 결과치를 임의로 설정해 광고한 것이 드러났고, 이후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또한 변기자동살균기는 실험 결과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측정기기의 수치를 임의로 설정하는 광고를 해, 서동현 대표 이름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바우젠은 ATP 측정기 관련 거짓 광고에 대해 인정하고 서동현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 바우젠 홈페이지

현재 바우젠은 7개의 특허와 4개의 실용신안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제조사인 주식회사 에코웰에서 특허를 받았으나 '저온 플라즈마 발생장치가 구비된 가정용 살균 소독기'에 대한 특허 등 일부 특허가 소멸했음에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특허가 기능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눈속임으로 허술하게 관리되는 만큼 시험성적서와 다른 부분 역시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확인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제품 위해성 여부 판단은 "소비자 몫"

더불어, 식약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손소독 등 인체에 직접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고시하고 있다. 공간에 분무하는 등 방역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으며, 사용 후에는 완전히 닦아내야 한다.

환경부는 집에서 직접 살균제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전해수기가 일반 살균제에 비해 사용빈도가 높고 사용량이 많아, 유효염소가 낮더라도 위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해수기는 '살생물제품'에 해당되며 제조업체에서 스스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고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우젠 관계자는 "살균력에 대해서는 이미 입증된 바 있으며, 안전성 여부는 식약처가 고시한 기준에 맞춰 200ppm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제조하고 있다"라며 "물로만 전기분해 했을 때와 달리 소금과 앰플을 넣어서 사용했을 때 살균력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이는 매뉴얼 북에 따로 있어서 소비자들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우젠 방송 협찬 광고 영상 일부에서 분사 후 닦아내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전기분해형 살균기 사용 시 식품이나 식기에 직접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하며 사용 후 닦아내야 한다는 필수 표시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 바우젠 홈페이지

그러나 문제는 제품 사용 시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다. 

분무형태로 사용했을 때와 사용 후 반드시 닦아서 제거해야 하지만, 일부 TV광고에서 사용 후 닦아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내용량이나 사용량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오용될 소지가 있기에 200ppm 이하의 사용이 '안전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해당 용도에 맞게끔 수칙을 지켜 썼을 때 해당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물의 전기분해를 이용한 기계가 예전에는 몸에 좋은 물을 만들어내는 정수기였는데, 지금은 생명을 죽이는 살균수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살균력이 있는 화학물질을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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