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 칼럼] '우선멈춤'으로, 아들 하나 얻기

2021-01-30 09:32:20

[프라임경제] 성공하는 사람의 첫번째 습관이자 아마도 모든 리더십 원칙의 기본은 '주도성(Proactivity)'을 갖추는 것인데, 한마디로 '내 삶, 이에 따르는 모든 행동은 내가 선택한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 박사가 그 실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널리 알려져 있는 'Stop, Think, Choose'라는 프로세스이다.

이에 대하여는 내 7 Habits 리더십 강의에 자주 활용하던 단골 예화(例話)가 하나 있다.

젊어서 상배(喪配)한 친구의 이야기이다. 초등학생 아들 하나를 남겼으니 불의에 간 망자(亡者)도 눈이 감기지 않았겠지만, 망연하기는 친구의 입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고, 의지가 굳은 친구였다. 재혼 이야기는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주위에 선언하더니, 엄마 없이도 아들을 훌륭히 키워서 원하는 대학에 보내고 나서는 친구인 내가 보기에도 좀 여유가 생겼다. 술 한 잔 나누는 기회에 넌지시 물었다.

"너, 친구지만 존경스럽다.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아들을 그렇게 반듯하게 키울 수 있었니?"

"글쎄, 나도 몰라. 그럭저럭 잘 자라 주었어. 근데 대학 입학 후 하루는 날더러 '아빠 술 한 잔 사 주세요' 하더군. 그러고 몇 잔 뒤에 하는 소리가… '아빠, 그거 기억해요? 제가 이태리 접시 깨뜨리던 날.'"

아들이 아직 초등학교 시절, 어느 주말이었다고 한다. 아파트 대청소를 하자고 부자(父子) 간에 부산을 떨고 있는 중이었는데, 쨍그렁 사기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돌아보니 아들이 총채를 한 손에 든 채 엉거주춤 서 있었고 그 발 아래에는 자기가 신혼여행 때 베니스에서 사온 추억 담긴 장식용 접시가 떨어져 깨져 있었다.

"그거 내가 굉장히 아끼는 건 줄 지가 알거든… 하하. 아마 당시 내 얼굴이 꽤 험악해 졌었을 꺼야."

"그래서, 어떻게 했나?"

"이 녀석이, 하면서 주먹이 자동으로 치켜들어 지더군. 꿀밤이라도 한 대 먹이려는 거였지. 그런데 말이야."

거기서 친구는 '우선멈춤'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Stop!'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스톱해 놓고 이놈을 내려다보니, 하하."

아이는 이미 벌을 다 받았더라는 것이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왜 아니었겠는가? 엄마 아빠가 이태리 신혼여행을 기념하여 사다, 애지중지 장식장에 진열했던 사연을 뻔히 알만 한 나이였다. 더구나 엄마 가고 없으니, 아빠에겐 더 없이 소중한 기념물일 터. [이 부분이 'Think']

"그래서 어떻게 했니?"

치켜들었던 주먹을 슬며시 펴서 이 녀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는 것이다.

"괜찮다. 깨졌으니 접착제로 붙여서 올려놓으면 되지. 그러면 아들, 이거 우리 대청소 하던 기념도 되겠네. 하하."

뒷부분의 말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말이 저절로 나온 것인데, 해 놓고 보니 바른 말이어서 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깨지지 않았다고 남이 비싸게 팔라면 팔 물건이 아니었지 않은가? [이 부분이 'Choose']

그러고는 그만 잊었던 일이었다는데….

"아빠, 저는요. 아빠의 그날 말씀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의 아빠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려울 때 여러 번 마음을 다잡았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술기운인지 아들 녀석이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 했는데, 그럴싸해서 그랬나, 내 귀에는 애써 태연한 모습의 친구 목소리 끝에도 감동의 미세한 떨림이 묻어 있었던 것 같았다.

'우선멈춤', 그 하나로 자칫 잃을 수도 있었던 아들을 얻은 예화, 내 강의 들었던 분들에게도 그럴 듯하게 들렸어야 할 텐데. ㅎㅎ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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