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별들의 전쟁' 조짐 북한 원전, 서울시장 보선까지 여파?

어려운 선거 대신 고공 전투 유혹에 정파별 대표급 인사들 소명의식도 겹쳐 쟁점 만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2.01 11:37:43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는 문제를 구상했다는 의혹이 연초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비중이 큰 인사들도 갑론을박에 참여하면서, 정국은 더욱 달궈질 전망이다. 

이는 이 이슈가 워낙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 잘잘못을 따지거나 사정 당국의 수사 문제 등을 따져보는 선에 머물기에는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거물들의 관련 행보는 이런 맥락에서도 한층 더 나아간 측면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날선 반응을 내놨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그는 1일 아침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북 원전 지원 이슈를) 숨길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원전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상상이나 하겠나?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특히 그의 지적은 상대방의 논리적 공격 포인트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매섭다. 법조인(판사 출신 변호사)이자 정치인 양쪽 측면에서 경력이 상당하다는 점에 뿌리를 둔다. 그는 정부는 판문점 회동에서 USB를 건넸다고 하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대 진영에서도 거물이 나섰다. 1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TBS 라디오를 무대로 택해, 한반도 신경제 구상 관련 자료에 원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여권 소방수'를 자처했다.

그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한 40여쪽 되는 분량 (자료) 속에서 저희들이 긴급하게 검토해봤지만,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관이 아니라 정치인의 입장에서 놓고 보면 (야당이) '선거 때문에 저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북한 원전 지원 논란에 포문을 여는 등 거물들의 행보가 재보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연합뉴스

순수한 각료의 입장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엄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중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장관은 학생 운동 배경 정치인 중 대표적 인물. '임종석-이인영-송영길 등' 전설적인 운동권 지도자 출신으로 현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와 한반도 평화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핵심 브레인에 속한다.

북한 원전 이슈를 '별들의 전쟁'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도화선은 지난 주말에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DJ 키드'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주말인 지난달 30일, 장 이사장은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 논란에 "동족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아직 적대관계에 있는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면 이적행위이자 국적 행위"라고 수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장 이사장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이 한창 가동되던 상황에 정국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 그런 그가 "세계 최고수준의 한국 원자력발전소는 폐쇄하고 우리 원전기술은 파괴하면서 북한에는 원전건설추진방안을 정부의 핵심부처인 산자부에서 기획했다면 이것이 이적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짚었다는 점은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로 볼 게 아니라 깊은 진동을 준다는 풀이다.

이런 인물들이 원전 문제에 대한 비판과 견해를 제시하고 나선 상황은 이 문제가 진실 공방 측면에 머물지 않고 정무적 촉매로 역할이 바뀌기에 충분한 상황이 된다. 직업 정치인으로서 과거 역대 정부부터의 북한 관련 정책을 오래 들여다 본 데다 다른 측면과 이력에서도 복잡미묘한 이런 거대 담론에 메스를 댈 역량도 충분하다. 

본인들 스스로 이 거대 담론이 가진 정치적 역동성을 두려워 하기 보다는 이를 '핸들링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인식이 강할 법하다. 정면에서 이 이슈를 떠안아줄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주문받을 위치에 있다. 무엇보다 4월에 잡힌 재보선 등으로 정치적 상황이 복잡한 터에 자기가 쌓아온 이력상 이런 문제에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입지에 서 있다. 

서울과 부산 재보선이 미시적 공약 전쟁에 머물지 않고 정권 심판론의 열기가 더 강해지는 이른바 '고공 전투 구도'가 되는 상황을 이왕 막을 수 없다면, 이 상황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채 의식이 작동하는 셈이다. 이런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 이 문제에 뛰어드는 상황 속에서 정국은 진폭이 크게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재보선 준비와 민생 법안 등에서 2월 국회라는 간판의 국회 중심 정치 대신 명망가들의 토너먼트로 전선이 확대되는 게 불가피해진다는 것.

재보선에서 여당이 방어에 실패해 보수 진영에 역풍이 불지 혹은 보수 정당의 대약진 모멘텀으로 이번 이슈가 작용할지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재보선에서도 이런 이슈와의 화학적 케미를 낼 수 있는지에 따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유혹을 받게 되는 점은 분명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 스스로 이 국면에서 별 자격으로 기능하거나, 적어도 이런 거물들의 빛을 반사해 적극 활용하는 등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사, 그래서 정치 구력이 짧은 쪽보다는 긴 구력과 다양한 경험으로 무장한 예비후보들이 단기적으로는 득을 보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얻은 에너지는 논란과는 별개로 상당 부분 축적돼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공격하는 야권에서 선수 부족을 고심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여권에서 '21세기형 색깔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