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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문서 공개에도 USB 대결 불가피…대북송금 특검 궤적?

여권, 해명 충분하다 자신감에도 야권 명분론 요리 주목…객관적 검증 압박 계속될 수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2.02 09:28:23

[프라임경제]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불거져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여야 간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물적 증거보다 정황 위주로 공세와 반박을 주고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터에 정부 부처의 문서 공개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저녁 6쪽의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 맨 앞에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표시돼 있다. 

또 '고려사항'의 맨 첫줄에 "(추진시) 의사결정 기구는 미·일 등 외국과 공동 구성"이라고 한계 인식을 한 것처럼 보인다. 

산업부는 하루 전인 1월31일에도 브리핑을 진행한 바 있지만 논란이 해소되지 않자 결국 문서 공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에 따르면, 추진을 독단적으로 또 세계 각국 몰래 우리 정부 혼자 진행하려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우선 보인다. 

진행 체계를 외국과 공동 구성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또 표시해 뒀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서가 여전히 산업부 전산망에 남아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부각됨으로써, '정부 부처 차원의 은폐 의혹'은 일단 유효하지 않다는 증명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장기전 조짐이 보인 상황이라 정치적 해법으로 이 문서가 기능하기에는 적당한 때를 '실기'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뚜렷한 한 방 없이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해명이 석연찮고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야권에 퍼졌고, 반대로 여권에서는 청와대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야권의 태도 때문에 서로 감정의 골이 패였다는 것.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여당이 일축한 상황에서 결국 이 같은 힘겨루기 구도는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방식으로, 그간의 대북 정책 성과를 정부여당이 스스로 허무는 식의 상처주기를 강요하는 쪽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큰 충돌 지점으로 부각될 대목이 바로 이동식저장장치(USB)다. 핵심적 내용을 담았느냐는 논쟁거리로 부각되기 적합해 이번에 산업부에서 공개한 6쪽 문서 이상의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USB를 건넸는데, 이 내용 공개 여부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는 일단 '마타도어'와 '유물 정치' 등 강도높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으나, 야권의 공세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USB 쟁점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당이나 정부에서도 내용 공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일 "(USB에 담긴 내용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겨 있고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우리가 어떤 식의 경제적인 발전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라면서 의혹 제기가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청와대가) 필요하다면 (북한에 건넨 USB를)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저녁 언론에 "싸움을 하더라도 룰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정 총리는 "정상간의 관행을 깨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유보론을 거론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현재 여야의 의석 구도상 보수 진영이 원하는 국정조사 등의 추가 상황 전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상황에 따라서는 국정조사 등 이후 진행이 불가피해지는 압박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여당의 전선 관리.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세히 설명해 팩트(사실)로 밝혀졌다.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고 국정조사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데, 21대 국회 임기 개시 이후 대야권 전략에서 탁월한 전투력을 발휘해 온 그가 이번에도 선전할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정의당이 현재 성추문 이슈로 타격을 받은 상황과 이 진행 과정에서 친문 골수 지지층과 충돌이 불거진 점 등 상황 전개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정의당은 패스트트랙 등 다양한 문제에서 민주당과 보조를 함께 해 왔지만, 선거법 개정 등 상황에서 오히려 의석수 역풍을 맞았고, 친문 지지층 등으로부터는 일부 색깔을 달리하는 문제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힘 2중대' 비판에 시달려 왔다. 

이번 성추문 상황에서도 거센 친문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의 이슈에 사실 규명 쪽으로 기우는 선택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있다. 당내 갈등 봉합 차원에서 '원칙적 정치'를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오히려 반대로, 조용히 당내 타격부터 수습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대두된다. 

단순한 의석 산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명분과 여론 싸움이 될 전망이라 정의당 등의 움직임이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 나온다. 결국 상황은 가능성은 아직 적지만, 대북 송금 특별검사 임명 당시처럼 미묘하게 살얼음판을 걷다 결국 얼음이 깨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된 지경까지 번질 여지도 없지 않다. 

대북 송금 특검처럼 불길이 확산될 가능성은 아직 작지만 야권의 치열한 돌파 전략이 성공하면 이번 원전 건설 이슈도 정권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힐 계기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진은 대북 송금 특검 조사에 응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 연합뉴스

DJ 정부 당시의 대북 안건 처리를 이후 정치적 계승자인 참여 정부 시절에 특별검사 임명으로 단죄한 상황은 당시 여권 내부의 격렬한 갈등을 불러왔다. 야권의 명분 만들기로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됐다고는 하나,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격렬한 정국 혼선이 일어났던 것. 당시, 바로 앞 정권의 비서실장(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고초를 겪은 건 물론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는 등 파장이 컸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정치공학적 표현이지만, 이번에 민주당이 청와대 방패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시사점을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학적 영역을 떠나, USB 갈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선제적 방어가 과연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느냐는 원론적인 대목으로 결국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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