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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 임원, 본인 매장과 롯데 갈등에 '제보자' 둔갑해 언론플레이

갑질 프레임 씌우고…‘억울하다’ 호소

강경식·김다이 기자 | kks·kde@newsprime.co.kr | 2021.02.02 10:39:08
[프라임경제] 지난 29일 여러 매체 기자에게 '[제보] 롯데 강제 퇴점 요구_강요'라는 제목의 메일이 수신됐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는 대형 쇼핑몰에서 입점한 소상공인에게 일방적으로 철수를 요구하며 갑질을 일삼아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놀부의 영업이사 김 모씨이며, 자신의 회사 메일과 휴대 전화번호까지 공개했다.

놀부 김 이사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제보 내용 일부. ⓒ 김 이사 제보


제보자는 기사의 형태로 내용을 정리했다. 롯데자산개발과 관련해 총 6개의 제목을 예시로 제시했으며, 전부 '갑질'이라는 단어를 넣어 제목만으로 마치 롯데의 갑질이 실제 있던 것처럼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실제 몇몇 매체에서는 이를 기사화했다. 출판된 기사는 제목을 변경했지만, 같은 맥락을 담은 채 보도됐다.

사실상 제보자는 롯데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갑질'을 뒤집어씌운 자신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무작위의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무분별한 보도를 종용해 '언론플레이'를 유도한 것. 

특히 제보자는 롯데자산개발과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은 공문을 그대로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공문은 모두 김 씨 본인의 명의가 주식회사 놀부와 나란히 적혔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해당 매장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롯데피트인 8층에 입점해 있다. 이는 해당 매장이 입지가 좋은 '특수상권'에 입점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가맹사업에서 특수상권은 매출을 담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 계약한 이곳은 많은 가맹점주들이 탐내는 인기 상권이었음은 확실하다.

놀부는 해당 매장을 놀부의 가맹사업실장인 김 모씨의 처에게 내어줬다. 김 씨는 놀부에서 특수상권 매장 영업을 담당하는 임원이다. 신규 매장의 입지와 사업성에 대한 분석 및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김 씨가 자신의 가족 이름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회사에서 배정받았다는 사실은 특혜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없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실제 가맹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입지다. 수요가 충분한 상권일수록 임대료가 높고 입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성공이 확실한 특수상권의 입점은 가맹사업 전반에서 특혜성 논란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같은 로열티와 가맹비를 내면서도 성공이 확실한 상권에 들어갈 수 있다면, 성공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씨가 제보에 의해 자신의 처 이름으로 위탁매장을 운영했고, 해당 매장은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가 시행된 6월에도 월 매출이 6000만~7000만원에 상당할 정도로 좋은 상권의 매장'이라는 사실을 '놀부'의 타 가맹점주들에게 공개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놀부 측은 "답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해당 매장은 압도적인 매출을 기록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김 씨는 제보에서 '2019년 월 7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며 8월부터 입점상인들 대부분을 내보낸 이후에도 '2020년 10~11월에는 코로나 이전 매출의 70% 정도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설은 지난해 2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으로 영업시간이 21시까지로 단축됐다. 제보에서도 8월에는 입주업체의 80%가 퇴점했다고 밝혔다. 즉 피트인 상권의 80%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매장은 정상 영업시와 비교해 70%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관련해 김 씨가 (주)놀부의 채널(SNS,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해당 매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온 사실 또한 확인됐다. 

흥부찜닭 채널에 게시된 유튜브 동영상. ⓒ 흥부찜닭 유튜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타 가맹점주와 비견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기준 2019년 흥부찜닭의 연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9247만원, 유난히 매출이 높은 서울지역도 연 1억8045만원에 그친다. 반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김 씨 매장의 매출은 두 달도 채 안돼 코로나 이전 전국 평균 매출을 상회했다.

흥부찜닭의 정보공개서에 위탁가맹점 형태의 개설 방법이 기재되지 않아 김씨의 처가 지불할 위탁운영 수수료율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매장은 다른 가맹점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위탁가맹점'으로 개설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롯데자산개발과 놀부가 주고받은 공문도 제보 메일에 첨부했다. 롯데자산개발 입장에선 파트너사의 임원이 언론플레이를 목적으로 동의 없이 민감한 중요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롯데자산개발이 피트인 폐점 과정에서 각 점유인 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개별 협상 과정을 모든 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공개함에 따라 롯데자산개발은 경제적 유용성을 침해당한 데 대한 책임을 놀부에게 물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향후 롯데가 운영하는 쇼핑몰 등 특수상권에 놀부 브랜드의 입점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입퇴점의 협상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부 공개한 행동의 의미는 사실상 협박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쇼핑몰을 양분하는 롯데에게 약점을 스스로 내어준 김 씨는 사측으로부터 배임여부를 판단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사의 공문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 이미 김 씨는 2019년 기준 특수상권인 롯데피트인의 인테리어 공사비가 얼마인지를 공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 씨가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김씨는 롯데가 조성한 다른 특수상권으로의 이전과 이전 비용을 요구했다. 이에 롯데자산개발은 놀부 측에 롯데몰 은평점, 수지점, 롯데피트인 산본점, 시그니쳐타워점, 롯데마트 잠실점의 입점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비도 동대문점 공사비 총 2500만원의 70%인 17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가 롯데자산개발에 요구한 합의약정서에 손실 보상액 1억5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 김 이사 제보


반면 김 씨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방안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공문에서 김 씨는 "귀사에서 주장하는 '흥부찜닭' 공사비에 따른 지원 기준 및 이전 비용 제안은 당사에서 납득 및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매출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특수상권의 특성상 입점 당시 인테리어 비용이 어떠했는지는 쌍방이 공유해서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구안에 따른 지원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미 롯데피트인의 폐점이 계획된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제보자가 단행한 '언론플레이'의 궁극적인 목적이 드러난다. 

결국 보다 많은 이전비용을 요구하기 위해 언론플레이 펼쳤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의 신청인이 해당 매장 임대차 계약 당사자인 '놀부'나 협상을 진행했던 김 씨가 아니라 김 씨의 처인 '동대문점 대표' 명의로 접수된 사실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갑과 을'의 입장으로 분쟁을 다루는 조정원에서는 일반 매장의 운영자로 보이도록 동대문점 대표인 자신의 처 명의로 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조정원은 분쟁당사자와 분쟁내용을 명확하게 보완하라는 취지로 해당 접수증을 송부했다.

종합하면 김 씨가 타사와 주고받은 공문을 공개한 까닭이 사실관계를 공정하게 밝히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처가 위탁가맹 경영하던 매장의 이전비를 높이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없다. 따라서 김 씨에게 실무를 위임한 놀부 측 결정권자와 이를 방관한 본사 모두 본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놀부의 엑시트 시점을 놓진 모건스탠리PE가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법조계는 김 씨의 언론 플레이가 형법으로 처벌받을지 여부는 롯데 측 의지에 달렸다는 의견이다. 쌍방간 계약의 구체적 조항을 꺼내놓고 보기전에는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신의성실을 준수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비판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은 놀부의 가맹점주들이 입게 됐다. 창업 과정에서 해당 매장을 방문해 본 한 가맹점주는 "직영 매장으로 소개받았다"며 "전국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매장이 임원 가족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 회사가 투자한 매장이라는 사실에 배신감만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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