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

2021-02-04 13:19:58

[프라임경제]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는 기필(期必)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傲慢)과 아만(我慢)을 버려야 합니다." -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중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가지의 목표를 세운다. 한 달 또는 일 년의 목표를 세우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게다가 까마득히 먼 훗날의 계획까지 정해놓고 그 방향대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분명한 목표의식은 사기를 진작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기필이 자라는 순간, 삶의 목표가 인생의 전부가 돼버리고 만다. 내 뜻대로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가 집착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또한 오만함이 아닐 수 없다.

오만이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이라면, 아만은 스스로를 높여서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리킨다(표준국어대사전). 오만과 아만은 그 뜻이 매우 가깝다. 그렇다면 자의적인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는 것이 어떻게 오만과 아만으로 비칠 수 있을까. 

젊음을 예로 들자면, 힘이 넘치고 시간이 풍요롭게 주어졌던 '그때'에는 도전이 가소로웠다. 패기가 넘치던 시절에는 도전만 하면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완전한 성공과 성공이 잠시 미뤄진 두 시기만을 오간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나는 자신감이라고 여겼다. 반면, 누군가는 오만이라고 했다. 

능력이나 목표에 힘이 실릴 때가 있다. 그런데 힘이 실리면 마음이 끌리고, 그 마음에 무게가 더해지면 집착이 생겨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끝내는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기필은 자신에게 그물을 치는 위험한 생각인 셈이다. 

그렇다면 기필에서 비롯된 오만의 감투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먼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자신감을 지녀야 한다. 자신감의 과잉은 오만을 낳지만 결여는 냉소를 불러온다. 본인의 능력치에 만족하면서도 그게 으뜸이라고 여기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지닌, 그런 겸손을 갖춘 사람에게서는 오만을 찾아볼 수 없다.

또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자신만의 세계에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나아가 한 곳에 주저앉거나 제 우물만 파지도 않는다. 활력 있게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만에서 벗어나면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길도 모색할 줄 알게 된다.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정한 외로운 길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줄기차게 뻗어 있는 수많은 다른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꺾이는 것보다 휘어지는 게 나을 때가 있다. 고대하던 길을 끝내 가지 못하더라도 낯선 곳을 향해 새로운 발길을 내디딜 줄도 알 게 되는 것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잘못된 것도 틀린 것도 아니다. 목표는 하나더라도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걸요!" -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중에서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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