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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의 시대] 놀부, 왜 모두를 속였나

롯데 '놀부와 MOU 맺은바 없어'...안세진 대표 영업본부장 겸임 시절 고의적 거짓말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1.02.05 17:39:29
[프라임경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노래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에서 기인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출판사가 하루키의 의견을 존중해 노르웨이의 숲으로 제목을 다시 바꿨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제목의 차이. 본질을 감싼 포장이 시장에서 어떠한 영향을 보이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 가까이에서 실시간 벌어지는 '과대포장'을 '상술의 시대'에서 조명해 본다.

프라임경제는 앞서 (주)놀부의 임원이 롯데자산개발과의 갈등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스스로 '제보자'로 둔갑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놀부의 임원이 롯데자산개발을 '롯데자살개발'로 부르며 갑질을 당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펼쳤던 사건의 이해당사자인 롯데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법률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놀부는 공식블로그를 통해 (주)롯데쇼핑과 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측은 놀부와 MOU를 맺은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 놀부 공식블로그


하지만 김 이사가 만든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전 보도 이후 놀부의 브랜드 가맹점 창업 과정에서 '속아서 계약했다'는 놀부 가맹점주 등 관련자들의 제보가 뒤를 이었고, 가맹점 개설 실적을 목적으로 뱉은 거짓말의 배경에 회사의 개입 또는 묵인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런 거짓말은 바이럴마케팅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페이지 등 놀부의 공식 계정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이사가 속한 영업본부가 현직 사장인 안세진 대표가 본부장을 겸임해온 놀부의 핵심 부서로, 영업활동에서 고의적 거짓정보를 내놓은 행동까지 확인됨에 따라 앞서 롯데자산개발의 공문을 공개한 행동에 더해 놀부 기업문화와 경영방식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복수의 제보자는 김 이사가 특수상권 영업 과정에서 "놀부는 롯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말을 종종했다고 전했다. 특히 원하는 상권의 입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놀부가 롯데와 MOU를 맺었기 때문에 공실을 우선공급 받도록 하고 있다"거나 "롯데 쇼핑·백화점·아울렛 전부 MOU를 맺었기 때문에 입점 협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입버릇 처럼 했다는 증언이다.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놀부의 공식 블로그에서도 이 같은 주장은 반복됐다. 특수상권의 장점을 설명하는 가운데 "롯데자산개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등과 MOU체결로 지속 MD구성시 놀부가 우선 입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구체적 표현도 확인됐다. 

반면 놀부측은 김이사가 롯데와 MOU를 맺었다는 거짓말로 영업활동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관련해 MOU의 상대방으로 지목된 롯데측은 이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또한 놀부가 미디어를 상대로 내놓았던 자료에서도 롯데와의 업무협약은 확인된 바 없다. 김 이사의 발언은 롯데의 규모를 가맹점 모집에 사용하기 위해 동원한 거짓말이다. 

거짓말에 동원된 롯데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롯데 계열사 일각에선 입점한 놀부 가맹점 계약 내용을 전수조사 할 의지도 내비쳤다. 

또 그룹 차원에서 놀부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정의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도 확인됐다. 

파트너 계약의 한계를 넘어선 거짓말이 입점 사업자와의 분쟁으로 번지는 원인이 될 수 있음에도 무분별한 영업을 목적으로 MOU를 맺었다는 거짓말을 다름아닌 놀부의 임원이 했기 때문이다. 

놀부는 공식블로그를 통해 롯데자산개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아울렛과 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측은 계열사가 놀부와 MOU를 맺은적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 놀부 공식블로그


물론 롯데는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었던 '형제의 난'에 이어 롯데마트 납품업체 갑질사건, 롯데월드 직원 갑질사건, 하이마트 거래처 갑질사건 등을 통해 실제 갑질의 이미지를 그간 스스로 쌓아왔다. 

이런 사건들은 실제로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했고, 해결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로 인해 롯데는 소비자들의 냉정함을 지금까지 겪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갑질 이미지를 놀부의 김 이사는 자신의 매장과의 분쟁에서 스스로 피해자가 되는데 사용했다. 영업활동에서 대기업인 롯데와 우호적 관계라는 거짓말을 사용했던 것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행동이다. 

결국 김 이사가 벌인 기망의 대상은 언론플레이에 동원된 기자와 이를 실어준 매체, 해당 기사를 읽은 독자에 그치지 않고, 영업활동에 접촉했던 예비창업자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 그리고 놀부를 신뢰해 구매해준 소비자에게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인 놀부가 사모펀드(모건스탠리PE)에 인수된 이후 브랜드를 다각화 하며 매장 개설에만 집중했다"며 "매출 실적을 올려서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빨리 팔고 나가고 싶은 사모펀드의 입장이 경영에 반영돼 가맹점 개설 매출 실적만 높이려 하다보니 결국 롯데를 끌어들여 거짓말로 영업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놀부는 롯데를 상대로 한 김 이사의 행동에 대해 선긋기에 나섰다. 롯데와 MOU를 맺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김 이사의 MOU 게시물은 안세진 대표가 영업본부장을 겸임하는 기간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물은 5일 현재 놀부 공식 블로그에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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