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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측 버릇 고쳐줄 것" 르노삼성노조는 분위기 파악부터…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2.08 15:58:42
[프라임경제]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못된 버릇을 고쳐줄 것이다."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지난 5일 2020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5차 본교섭에서도 사측과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곧바로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노조는 향후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더 이상의 관용과 포용, 희생과 양보는 없다면서 말이다. 노조는 회사가 보상을 해준 적도 없으면서, 자신들에게 희생만을 바란다고 주장 중이다. 파업을 위해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8~9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노조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파업을 무기로 삼은 노조의 행보를 향한 시선이 긍정보다는 부정의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르노삼성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르노삼성은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와 생산물량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에 르노삼성은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꺼내들었다.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모두가 고정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노조는 자신들만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희망퇴직은 명분이 없고 부당하다고 말한다. 신차 확보를 통한 부산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을 이어나가기도 모자란데, 르노삼성과 르노 그룹의 호소도 외면한 채 임금인상을 위해 또다시 파업을 무기로 삼았다.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2020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최근 몇 년 간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그동안 대화와 타협으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보여 온 행보와 대비된다.

이로 인해 투쟁수위를 높이면서 가시밭길을 걷는 등 노사 공멸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4~5대 집행부는 노조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는 표심으로도 드러났다. 앞서 지난 1~2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은 역대 최저(57.5%, 재적인원 대비)를 기록했다. 강성 집행부 행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실 노조는 자신들의 행보가 무조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노조는 르노삼성의 상황을 악용하고, 강력하게 압박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스스로가 이기적 이익집단 이미지를 더욱 고조시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안 그래도 르노 그룹은 최근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및 인도와 함께 현재보다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지역으로 지목했다. 

르노 그룹으로부터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수출 경쟁력 개선이 절실하다. 르노삼성이 잘 나가야, 꼭 필요한 존재가 돼야 르노삼성이 르노 그룹에게 할 말이 있는 법이다. 

시장 흐름에 대처하지 못한 채 이기적인 움직임을 이어간다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생존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 배만 불리는 듯한 움직임은 멈춰야한다.

르노삼성과 르노 그룹이 납득하기 어려운 파업이나 주장을 계속 내세울 경우 회사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 방안은 철수일 수도 있다. 르노삼성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만큼, 노조가 일단은 임금인상과 파업이 아니라 생산과 판매에 관해 머리를 맞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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