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일본은 지금] 도쿄올림픽 무산 초읽기

2021-02-10 10:52:03

[프라임경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2021년 7월 개최에 변함이 없고 모든 준비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월24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림픽의 재연기나 중지를 원하는 사람이 86%에 이른다. 국내의 코로나19 대응을 하기에도 부족한 자금과 의료인력을 올림픽에 지원하는 데 대한 저항감이 표출된 결과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무관중 경기까지 거론하며 대회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모리 조직위원장이 전화로 IOC 바흐 위원장과 개최를 재확인하고, 스가 총리는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성화봉송이 시작되는 3월25일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올림픽은 성화봉송의 스타트 여부로 결판이 날 것이다. 작년에도 성화봉송 직전 1년을 연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모리 조직위원장이 여성폄하 발언을 해 국내외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84세 고령인 그는 그동안 잦은 말실수로 공분을 사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교체되지 않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올림픽 개최가 물 건너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의 하나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무산됐을 때 일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순차적 연기개최 제안이다. 향후 올림픽은 2024년 파리, 2028년 로스앤젤레스까지 결정됐다. 그러나 일본이 두 곳의 양보를 받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라리 아직 장소가 결정되지 않은 2032년을 노려보라는 얘기가 영국 등 외국언론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2032년은 다른 국가들이 신청을 철회했던 앞의 두 대회와 달리, 인도·독일·아프리카 최초의 이집트 이외에도 남북한 등이 개최의향을 밝히고 있어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안이 2030년 동계올림픽의 삿포로 개최다. 일본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과 함께 삿포로를 신청해 놓고 있다.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대륙별 순환개최가 원칙이다. 2018년 평창과 2022년 북경의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인 점을 고려하면 삿포로가 8년 만에 다시 아시아로 유치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무산된다면 역설적으로 삿포로의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이 올라간다. 보상 차원에서라도 IOC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내각이 출범할 때 60~70%대를 넘나들던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3개월 만에 30%대로 급락했다. 'Go To Travel'에 집착하면서 코로나19 비상사태발령 타이밍을 놓쳤고, 일국의 리더가 규정을 무시하고 회식을 하는 등 위기관리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결과다.

스가의 관방장관 시절부터 대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치즈키(望月)기자는 아사히신문출판 계열 AERA dot.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하고 협력하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가는 관방장관 시절과 다름없이 관료들이 준비해준 원고를 억양도 없이 읽어내린다. 최근 프롬프터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울림이 없기는 종이 원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서민 재상으로 많은 국민의 기대를 받았지만, 공감력 없는 메시지 발신으로 신뢰를 크게 잃고 말았다. 

지금 상태라면 코로나19 백신접종, 중의원보선, 도쿄올림픽 등 산적한 난제 앞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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