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상에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

2021-02-10 14:02:17

[프라임경제] 주말 아침,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했다. '뿌리는 곰팡이 싹 99.9%'라는 제품을 물때가 묻은 곳에 잔뜩 뿌려 거품을 내니, 화장실 앞 거실에 틀어 놓은 공기청정기가 성을 냈다. 

화장실에서 공기청정기 거리는 1.5m. 락스 성분이 포함된 세제를 뿌리자마자 공기청정기는 새빨간 '위험' 신호를 내며 거세게 가동했다. 

우리 삶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화학물질들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락스 성분이 포함된 화학 세제의 경우 사용 전 고무장갑이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용 후에는 환기하는 등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생활 속을 돌아보면 다양한 화학물질로 만든 '살균제'가 있다. 그중 몇몇은 '안전하다'라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살균제'는 세균을 죽이는 독성을 지닌 '살생물질'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최근 한국소비자원과 환경부를 통해 거론된 '전기분해 전자기기(전해수기)'도 그중 하나일 것이고, 앞서 많은 사상자를 냈던 '가습기살균제'도 그러할 것이다.

유한락스 제조·판매업체인 유한크로락스에서는 "전해수기에서 만들어내는 염소계 액상 살균소독제는 유한락스와 본질적으로 같은 '살생물질'이며, 유해균을 강력히 제거하면서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해균을 강력히 살균하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비전문가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살균소독 물질을 발명했다면 '노벨 의학상'에 도전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안전'과 '살균'이라는 말 자체가 함께 쓰이는 것이 모순이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이러한 명제를 공공연하게 내걸고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시중에서 안전한 살균수를 만들어준다는 '전해수기'에 대해 "이제는 소비자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옥시와 SK케미칼 등 대기업이 '안전하다'고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돌이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역시 '어린아이에게도 안전한 살균제'라는 명목하에 불티나게 팔렸다. 

정부는 22년간 손 놓고 구경만 했다. 살균제에 사용된 물질을 관리할 규정이나 법적 장치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산업부는 세정제로 신고된 제품 1곳에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까지 부여했다. 

이로 인한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10년 동안 폐섬유증과 천식 등 피해를 본 소비자는 7239명이고, 사망자는 1627명이나 된다.

그러나 지난달 법원은 1심에서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항소 입장을 표명했으나, 1심 선고 결과를 들은 피해자들은 좌절했다. 사상자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구제 지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일한 사고는 우리 삶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판단은 소비자 몫이다. 그렇기에 책임도 소비자 몫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오판으로 인한 사고를 보호해 줄 장치는 없다.

소비자는 기업의 '안전하다'라는 말을 맹신하지 말고, 제품을 구입하기 전, 사용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세상에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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