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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SK 배터리 분쟁서 민낯 드러낸 '미국 이익'

포드 등 불편 최소화 조건 눈길…트럼프 자국 우선주의 바이든 시대에도 일부 유효 징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2.11 12:56:23

[프라임경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판결이 자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각) 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최종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인용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는 미국 관세법 337조(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행위를 다루는 제재 규정)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일종의 유예 판단이 부가된 점이 눈길을 끈다. ITC는 포드의 전기픽업트럭(F-150)과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MEB)에 쓰이는 SK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제한적 수입 허용 조건을 붙였다. 또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아자동차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리 및 교체를 위해 필요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했다.

이번 결정의 골자가 지적재산권 침해 인정과 징벌임을 고려하면 흥미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ITC는 실제로 이번 사안에서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미국 내 생산과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렸다.

침해에 대단히 엄격한 미국 특허 분쟁의 골격을 따르면서도, 미국 내 산업과 자국민의 불편을 동시에 감안한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확대 해석할 부분은 아니지만, 포드와 폭스바겐에 들어가는 부품 등 허용 기간이 각각 4년과 2년간의 제한적 수입 허용이라는 차이도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과 독일 브랜드 사이의 차이로 볼 구석이 있는 셈이다. 

결국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기업(포드와 폭스바겐 등) 즉 완성차 업체에게 대체품을 찾을 시간을 줘 이번 판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면에는 지적재산권과 정의 구현의 한계가 포착된다. 

첨예한 산업 전쟁의 필요에 따라서는 정의에도 조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행정소송에서 논리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상황의 변화와 전체적 공익을 고려해 내려지는 '사정판결' 등 제도가 있음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하거나 이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퇴장 이후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도, 판결 등 사안에서도 이런 조율 논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 부각되는 것이다. 

내연기관 시대에서 친환경 차 시대로 넘어가는 중차대한 국면에서 강대국인 미국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높고, 이 상황에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는 이유라면 일정한 현실 타협도 가능하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 미국 실용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미국 이익 우선주의가 앞으로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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