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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는 맞는데 세부갈등이…" 전국 '행정통합' 논의 갈 길은?

'문제는 공항' 불편한 다툼도 연출…마창진 사례 참고해 '재정 지원' 등 정교한 추진 필요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21.02.13 16:35:57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 과제를 어떻게 추진, 다음 정부에 배턴 터치를 할까? 지방분권에 대한 이번 정부의 시선은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와 기조를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살펴 볼 때, 지금 전국 각지에서 거론되는 '행정통합 논의'는 동네 뉴스거리가 아닌 권역별 발전 비전으로 방향 설정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참여정부 때인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지방분권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이 제정됐고 교육자치와 자치경찰제, 지방의회 활성화 등의 중요한 내용은 이 중에 모두 들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탄핵이라는 비상한 시국을 떠맡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정부 임기 직후부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국가실현 공약으로 내걸고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참여정부 이어 각종 입법 추진…발전 역량 과제 남아

지방분권 2.0 의지를 천명한 개헌안이 좌초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해 왔다. 그러나 개헌안이 수면 아래로 잠복한 이후에도 자치분권에 대한 추진 작업은 계속돼 왔다.  

전국에서 논의 중인 경제협력과 행정통합 추진 상황. ⓒ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지난해 지방일괄이양법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자치경찰제 법안 등 3법이 통과된 것은 참여정부 당시의 3대 특별법 마련에 빗댈 만큼의 변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5개 과제가 자치분권 과제에 33개 과제로 구체화됐고, 그러한 136개 실행과제 중에, 이들 대부분 요소가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안에 거의 다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주민 참여가 보장된 상황에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서울 및 수도권 대비 행정 역량이 약하고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의 발전적 극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자치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수요 모형 변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와중에 행정통합 개념이 서 있다. 인근 행정구역을 묶어서 더 큰 자치권과 자원(특히 경제적 자원)을 갖자는 전략이다. 

◆선제 모델은 동남권? 전국 각지 다양한 구상

동남권(부산과 울산·경남)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그랜드 메가시티로 추진하는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다. 광주·전남이 함께 묶이고 대구·경북이 하나가 되는 행정통합형 메가시티 논의도 나온다. 강원과 제주·충북 등은 강소형 메가시티로 육성함으로써 이 같은 거대 행정 및 경제 통합체 등장 와중에 주변 핵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자체적인 발전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일명 '부·울·경' 즉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통합 논의다. 

그간 허황된 꿈처럼 치부돼 온 가덕신공항 추진론이 김해신공항 추진안의 전면 재검토로 급격히 현실화된 여파다. 이제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면 이들 지역이 1시간 생활권으로 압축되고, 산업·물류·관광·환경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수도권 못지 않은 경제 비중을 가진 제2의 핵으로 육성하자는 아이디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연달아 정책 엑스포를 추진한다(2차 엑스포는 오는 18일 부산을 찾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 각지의 '공항 논란' 눈길…이면엔 공감대와 예산 문제

다른 지역에서도 상당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공동발전을 위해 메가시티 구축 논의에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대전광역시와 세종시·충청남도·충청북도가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한 것.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을 비롯해 충청권 실리콘밸리 조성, 공동생활경제권 추진 등의 큰 골자가 담겨 있어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세부안. 충청북도 주민들은 철도 이슈를 통해 청주국제공항과 지역 발전의 연관성 제고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충청남도에서는 청주공항 이동 불편 때문에 오히려 지역 내 공항 설립을 바라는 기류가 없지 않다.

서산공항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결국 보류된 적도 있는데, 이런 문제 즉 이해관계의 조율이 대두될 전망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 지사도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합의한 상태다. 

합의문에는 현재의 시청과 도청은 통합한 뒤에도 현재 기능을 유지한다거나,합 논의는 국립 의과대학 설립 등 두 지역의 주요 현안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등 민감한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거론돼 있다.

그러나 인구 510만명대의 거대 지자체가 만들어지는 게 쉽지만은 않다. 무안군 민간·군사공항 이전 문제에서 갈등이 터져 나온 것. 전라남도의회가 시·도 행정통합 용역비를 삭감하는 등 불만을 표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광주 KBS에 출연한 자리에서, 공항 이전 문제가 지지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로 전남지역 단체장들의 소통 부재를 꼽는 등 작심 발언으로 압박에 나섰다. 한편 광주공항 이전 시기를 군 공항 이전과 연계하고, 정부와 광주시·전라남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구 및 경북 행정통합의 의제는 공감대 확인과 강화를 위한 숨고르기 중이다. 대구경북통합공론화위원회는 코로나19로 시·도민 뜻을 모으는 데 한층 더 역량을 기울이기로 했다.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더 가진다며 각종 추진 일정을 연기했다.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는 '전북형 메가시티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헌율 익산시장이 전북의 성장 동력인 새만금을 활용한 군산·김제·부안과 익산을 포함한 메가시티 조성으로 전주권 등 광역도시와 함께 두 개의 신성장의 에너지를 얻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다만 광역시가 없는 전북 특성상 자칫 다른 지역들의 메가시티 논의에 휘말려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제몫 찾기 필요성과 구체적 사업안과 효과를 제시하면서 지역민들의 찬성 동력을 강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경제적 효과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 단위를 합치는 선에서 지역민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 통합이 이뤄져서는 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행정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떨어지는 외화내빈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높다.

국정감사는 물론 선제적 사례 연구에서도 이런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쪽에서 생각하는 행정통합과 전남에서 제시한 경제통합론이 다르다며 우려를 표하면서 "어느 한쪽만으로는 통합이 안된다"고 경고한 게 한 예다(이에 대해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경제통합이나 스마트시티 등은 행정통합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고 얼마든지 논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이 사업은 떠넘기고 재원은 주지 않는 지방재정분권이 실체가 없는 허구로 흐르는 상황을 꼬집은 점도 시사점이 크다. 오히려 돈줄이 마르는 쪽으로 분권화 효과가 마이너스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

박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10월 '재정분권 및 국가기능 지방이양'에 따라 국세인 부가가치세수의 11%이던 지방소비세율을 2020년까지 21%로 인상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낙후지역과 농어촌 지자체에 주로 지원되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사업 약 3조6000억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인상해 준 지방소비세로 충당하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통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초기 기간에는 엄연한 현실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사실상 경제(재정) 문제와 맞닿는다. 지난 MB 정부에서 이뤄진 마산·창원·진해 통합은 거대 도시의 실증적 탄생이라는 점에서 실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시의 교훈을 이번 행정통합 논의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희재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장은 한 세미나에서 '창원시 통합의 재정적 평가와 미래 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중앙정부가 창원시 통합에 있어 당초에 약속했던 재정적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불이익배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짚었는데, 

행정통합이 지역 경제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과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는다는 거대 담론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각 지역별 생각이 다른 점을 통합하고 조율하는 문제나 세부적 재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미리 고려하거나 중간에 해결하는 미시적 역량 발휘면에서도 각오가 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자칫 재정과 행정상 불편만 가중되는 행정통합 대신, 인근 지역과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얻고 국토균형 발전의 대등한 주체로 서울 및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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