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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스맥스 실적 호조에 미국 법인 찬물…책임자 '이병주'는 사장 영전 ②

이병주 이끈 '코스맥스 웨스트' '자본잠식'에 매출액손실률 악화로 애물단지 전락

조규희·김다이 기자 | ckh·kde@newsprime.co.kr | 2021.02.15 15:32:12

[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30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코스맥스그룹의 승계 구도가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창업자인 이경수 회장의 차남 이병주 씨가 코스맥스비티아이 사장으로 선임된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수년간 코스맥스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 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는커녕 적자 폭만 확대한 이력 때문에 자질을 두고 의심하는 눈초리가 매섭다. 일각에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기 위한 창업주의 '무리수'란 평가가 돈다.

코스맥스 미국법인. ⓒ 코스맥스 홈페이지

코스맥스비티아이(044820, COSMAX BTI) 이병주 사장은 코스맥스엔비티(222040, COSMAX NBT) 미국 법인장을 거쳐 현재 계열사인 코스맥스웨스트(COSMAX WEST)와 그 자회사인 코스맥스USA(COSMAX USA), 누월드(NU-WORLD) 대표를 겸직하며 미국에 체류 중이다.

이병주 대표는 2019년 10월 코스맥스(192820) 미국법인 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의 전임자였던 A씨는 코스맥스비티아이 해외영업 본부장으로 이동했고, 2020년 말 일신상 이유로 코스맥스를 떠났다.

A씨가 대표로 있던 시절 코스맥스는 미국법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17년 163억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인 코스맥스웨스트를 설립하고, 2018년 520억원에 누월드를 인수한 것. 이 같은 대형 투자에도 불구하고, 2019년 3분기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자 A씨 대신해 이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업계에서는 A씨와 이 대표의 불화설이 돌았고, 작년 말 A씨가 코스맥스를 떠나자 문책성 교체였다는 시각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배경을 뒤로하고 코스맥스 미국법인 수장을 맡게 된 이병주 대표는 성공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코스맥스 웨스트는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에 손 소독제와 세정제 관련 제품 생산을 늘렸다. 코스맥스가 미국 내 보유하고 있는 오하이오와 뉴저지 공장 라인 중 일부를 소독제와 세정제 제품 제조 라인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이 대표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뉴저지에서는 손 소독제를, 오하이오에서는 손 세정제 제품을 이원화해 생산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손 소독제 관련 설비만 연간 6000만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스맥스의 과감한 의사결정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 법인 손실과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법인인 코스맥스웨스트·누월드·코스맥스USA의 누적 적자는 44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맥스 전체 순이익이 156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법인 손실이 코스맥스 실적 악화에 직격탄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코스맥스 누월드, 코스맥스 USA의 매출액이익률. ⓒ dart, 정리 = 김다이 기자

더 큰 문제는 매출액이익률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영업활동 효율이 낮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스맥스USA의 경우 19년 -15.27%의 매출액이익률이 20년 3분기엔 -24.08%로 나빠졌고 △누월드 역시 같은 기간 -15.38%에서 -24.21%로 악화했다. 3분기 기준 누월드 매출은 2019년 대비 증가했는데, 모순적으로 이 때문에 손실폭이 확대됐다.  

4분기 실적이 정식 집계되진 않은 현시점에서 악화한 매출액이익률로 작년 매출을 추정하면 4분기 손실액은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가의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매출액이익률이 악화했다는 의미는 고정비와 변동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잘못된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비슷한 견해는 증권가 분석에서도 발견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 미국 법인에 대해 "손 소독제 생산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56%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이익률이 낮은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고성장은 코스맥스 영업이익에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안 그래도 이익률이 낮은 미국 시장에서 책임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이상한 상황을 만든 셈이다.

코스맥스 미국법인 3곳 합산 실적. ⓒ dart, 정리 = 김다이 기자

이미 자본 잠식된 미국 법인의 재무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코스맥스웨스트가 1661억원 △누월드가 1859억원 △코스맥스USA가 2180억원 등 총 5700억원에 달한다. 2019년 말 기준 △1330억원△1384억원 △1810억원 등 4524억원과 비교하면 1276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특수목적법인인 코스맥스웨스트의 손실도 늘었다. 2019년 말 기준 87억원을 기록했던 손실이 2020년 3분기까지 117억원으로 확대된 점 역시 적신호다. 고정비인 금융비용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2013년 로레알그룹의 미국 오하이오 로레알 셀론 공장을 150억원에 인수하며 '세계 1위 종합 헬스&뷰티 ODM 기업'을 목표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 코스맥스의 지난 8년간의 성적은 처참할 뿐이다.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 사장. ⓒ 코스맥스그룹

이같은 미국법인의 실적 악화와 함께 코스맥스 그룹 내에서 '미국통'이라 불리던 이병주 대표의 입지 역시 곤란해질 상황에 놓여있다. 

이경수 회장과 서성석 회장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이병주 대표는 1979년생으로 미시간대학교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고, 2008년 코스맥스에 입사했다.

그의 이력 대부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사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대리로 입사한 이 대표는 2017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코스맥스 엔비티 미국법인장을 맡았고, 201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와 코스맥스웨스트·누월드·코스맥스USA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미국 법인과 이병주 대표의 경력은 '불가분의 관계'가 된 셈이다. 이것이 코스맥스가 해외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최근 △투자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를 위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이 확대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코스맥스의 12.9%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향후 이 같은 승계 절차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 작년 말 상법 일부 규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영향력 행사의 길이 열린 만큼 감사위원회 혹은 상근감사 선임 시 사측과 반대되는 표를 던짐으로써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③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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