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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정권 명운 걸린 조직위원장, 아베도 거론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2.16 13:44:33
[프라임경제] 여성멸시 발언을 놓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비판대열에 가세하자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지난 11일 사임을 표명하며, 후임자를 지명했다. 

지명과 동시 수락 의사를 밝힌 사람은 일본 축구협회장을 거쳐 현재 도쿄올림픽 선수촌장으로 재임 중인 가와부치 사브로(川淵 三郎)다. 84세의 모리보다 한 살 더 많아 또다시 '노해(老害)'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업적이나 인망으로 볼 때 무난하게 뒤를 이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가와부치가 12일 조직위원회 이사회에서 절차와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사퇴를 선언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조직위원회와 거리를 두고 발언을 아끼던 일본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날 가토 관방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회조직위원회는 공익법인이기도 하다"며 "인사를 포함한 운영에 대해 투명한 형태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스가 정권의 명운을 쥐고 있다. 올림픽이 무산된다면 저간의 경위와 상관없이 정부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불발 이벤트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정권 기반이 취약하고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스가 내각은 9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와해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권 차원에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안이 밀실 담합으로 끝나도록 놔둘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어떻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극복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국내외 언론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할 때 차기 조직위원장은 여성으로 낙착될 확률이 가장 높다. 최근 후지 TV계열 FNN은 "스가 총리가 측근을 통해 '(여성 멸시의) 국내 비판이 있는 가운데, 여성의 기용과 세대교체를 하지 않으면 바뀌었다는 인상을 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보도해 여성 조직위원장 선출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하시모토 세이코(橋本 聖子)다. 그는 스케이트와 사이클 국가대표로 동·하계올림픽 7회 참가라는 대기록을 보유했으며, 5선의 참의원이기도 하다. 

인지도 면에서는 하시모토에 뒤지지만 싱크로나이즈 동메달리스트이자 88서울올림픽에서 일본 대표단의 기수로도 활약한 고타니 미카코(小谷 実可子) 역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후보 중 한 명이다. 

도쿄스포츠 Web은 후보검토위원회가 제시한 △올림픽 경험 △남녀평등 △다양성 △포괄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자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고타니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여성 이외 남성 후보로는 서울올림픽 100m 배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초대 스포츠청장관을 역임한 스즈키 다이치(鈴木 大地)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전 간부는 13일 TBS TV에 출연해 "정치권이나 모리위원장과의 관계, 국제적 인지도 등을 고려하면 아베 신조(安倍 晋三) 전 총리밖에 없다"는 주장도 펼치기도 하는 등 여러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누가 새 위원장이 되더라도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021년 도쿄올림픽은 비극의 역사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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