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는 되지 못한' 박형준, '자체발광 햇님은 못된' 이언주를 이기다

2021-02-16 21:11:30

- 토론회 인신공격 논란에도 향후 방향 시사점 커…토론 판정단 선택 '여당에도 경고' 의미일까?

[프라임경제] 자칫 바람에 돛대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바람 탄 김에 아예 확실히 나갔다. 1:1 토론이 한 차례 부산 앞바다를 휘젓고 지나간 덕에 국민의힘 내부 경선만이 아니라 여야가 직접 붙을 보궐선거 본투표 상황에까지도 참고할 만큼 진도를 확실히 뺐다는 풀이가 나온다.

애초에도, 국민의힘 부산 보선 최종 후보 결정을 위한 본경선에서 15일 밤 이언주 예비후보와 박형준 예비후보간 대결은 초두를 장식하는 게임이자, 본경선 전반의 가장 화려한 대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럼에도 대단히 빠르고 거칠게 서로 검증전을 해 이 기대선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심지어 15일 다뤄진 이슈 부분에 16일 박지원 국정원장발 발언이 겹치는 '확인사살'까지 일어나 눈길을 끈다.

◆박형준, MB를 3번 부인할 것이라는 기대(?) 깨져

박형준 예비후보가 초반부터 맞딱뜨린 난제는 가덕도 신공항이었다. 사실 공항 결정 뒤에 숨은 MB 정부의 정책적 망설임과 그 정권에 몸담았던 이로서의 책임 및 부채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언주 예비후보는 실제로 먼저 박 예비후보를 향해 과거 이명박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 무산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 프라임경제

"청와대에 오래 있었던 박 후보가 당시 방송에서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뜻이냐"고 물은 것, 하지만 박 예비후보는 "밀양으로 가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격 포인트를 한층 날카롭게 "이명박 정권 때 한 것을 보면 가덕 신공항을 추진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특정했지만. 박 예비후보는 "밀양으로 갈 뻔했는데 그럴 바에야 시간을 갖고 검토하자고 한 것"이라고 추가 설명을 하며 방어했다. 

간간이 공약 검증이 시도됐지만, 후속 대화도 이런 MB 정부 관계자 책임 논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권 실세였던, 책임있는 사람이 다시 (선거에) 나왔을 때 과거 정권을 변명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며 후보 자격을 문제삼았고, 박 예비후보는 "보수 정권에서 일했다는 이력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수용하기가 힘들다"고 받아쳤다.

프레임 전쟁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왜 (우리 국민의힘이) 박 후보 때문에 힘든 프레임에 갇혀서 질 수도 있는 싸움을 하느냐"는 이 예비후보의 생각과 "친이, 친박 했느니 잘못을 따지자면 민주당 (출신의 이언주 예비)후보가 할 말씀이 별로 없다"는 박 예비후보의 생각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도 이언주 예비후보는 박형준 예비후보의 입에서 내심 원하는 바를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MB 정부에서 별로 관련한 일이 없다, 수혜를 입은 게 없다는 '선긋기'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MB와의 인연을 부정'하는 데까지 끌어내지 못 했다는 것. 

실제로 박 예비후보는 MB 문제를 거칠게 비판하는 이들 앞에서 거리두기 등을 선택하지 않았다. 박인영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사면 논란 와중에 이명박+박형준 한 묶음 묶기를 시도했을 때에도 그는 쩔쩔매거나 발을 빼는 대신에 의연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본지 기자에게 "(개인 문제인 다스 문제를 빼면 대통령으로서 한 일인) 자원 외교 등에서 유죄 판결 나온 게 뭐가 있느냐? 그럼에도 (MB를) 희대의 범죄자처럼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세 번 물음에 세 번 모두 예수를 모른다며 부인했다는 베드로의 너무도 인간적인 배신 이야기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놀라운 부분이다. 그리고 이 점은 개인의 방어력이나 토론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 도의 문제라는 점에서 '보수 야당과 이번 토론회가 건져낸 값진 수확'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가 절대선이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적인 존재가 아니듯, 박형준 예비후보도 MB에게 광신적인 믿음이나 불필요한 충성, 무조건적인 감싸기를 할 의무는 없다. 베드로조차 살기 위해 3번을 부정했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오히려 박 예비후보는 매번 치열하고 집요한 검증 질문을, 그리고 이날에도 이어진 각종 MB 프레임들(프라임경제의 분류로는 크게 3개 공격쟁점)을 나름의 의리로 답했다.

왜 굳이 베드로 이야기를 하는가? 이언주 예비후보가 민주통합당(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갔던 2018년, 이 예비후보 행보가 베드로의 3번 거짓말 행동 같다는 달갑잖은 비판을 남들에게서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 프라임경제

2018년 11월7일 박용진 더불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언주 예비후보에 대해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와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언주 예비후보의) 변신에 대한 명분과 설득력이 많이 약하다"며 "(이언주 예비후보가 과거에) 민주당의 원내대변인이자 정치인으로서 많은 활동을 했는데, 당시 활동과 지금의 말들이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얘기를 해야 하는데 부정과 부인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었다.

성인 베드로가 못 되어야 오히려 인간적 매력을 인정받는 '웃픈' 상황이 2018년에 이어 2021년 초입에 또 '이언주 내지 이언주 주변'에서 반복되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다.

◆사찰로 '자체발광' 노렸지만…하태경의 '국정원장 반전' 이언주 손해 

또다시 프레임 이야기를 해 보자. 박 예비후보 때문에 왜 당이 힘든 프레임에 갇혀야 하느냐는 이 예비후보의 발언은 최근 '핫한 이슈'인 MB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그리고 이를 당시 청와대 수석급 인사이던 박형준 예비후보도 보고를 받았는지)을 건드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생리와 정치와 정보 문제를 잘 아는 '높은 선수의 선수'들은 왜 하필 지금 청와대와 국정원의 사찰 논란이 10년 세월 끝에 다시 붙붙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MB 심복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처벌당했을 때, 국정원은 이미 탈탈 털렸고 그 이후에도 다수 먼지털이식 사정에 노출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재인 정부까지 들어서면서 모든 과거 실책이 검증될 기회가 있었는데 새삼 왜 지금 의혹이 제기되느냐는 지적이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거물 정치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정치 개입 정도가 아니라 선거를 위한 정보기관의 정치공작"이라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라고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언주 캠프에서 프레임 문제를 건드리면서(15일 밤), 결국 지나친 공세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된 것. 1000명의 판정단이 ARS 투표를 한 결과, 박 예비후보가 토론에서 이 예비후보를 이긴 것으로 결론났다. 더욱이 이에 더해서, 바로 그 다음 날인 16일에 반전이 일어나는 수모도 겹쳤다.

반전은 이렇다.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박지원 국정원장이 4월 보선에 이번 사찰 이슈가 너무 연관(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는 전언을 내놓은 것. 더욱이 그는 "박 원장이 박 예비후보가 (청와대 근무 당시) 사찰 개입 문제가 없다고 분명히 말해 줬다"고도 기자들에게 말했다.

박 원장이 누구인가? DJ를 야당 시절부터 내내 보좌한 데다, 대북 정보와 통일 문제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최종적 신호로 볼 수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묘한 발언을 하필 지금 내놓았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물론 국정원의 이런 숨고르기 신호에도 여당이 곧바로 강공을 펼 수는 있다. 여당은 상임위 차원의 의결을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목록을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었다. 앞서 국정원법 개정으로 정보위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여당의 힘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과연 이런 수를 둘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지나친 정국 경색 우려가 있고, 보선 활용에 너무 많은 걸 건다는 신중론이 대두될 수 있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그렇게 몰아세운 뒤에도 보선에 도움이 안 되면 어쩌냐는 이야기다.

결국 종합하면, 프레임 전쟁을 시도했음에도 혹은 편승을 시도했음에도 이언주 예비후보 바람대로 되지 않았고 또 이를 그대로 밀어붙일지의 선택지도 그에게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언주 예비후보는 '자체발광'하는 해가 아니라 남의 빛을 받아 비추는 달, 그것도 사실상 적인 민주당 측의 정치적 판단과 사정에 휘둘리는 문제에 매달려 빛을 활용하려 했다는 점만 부각되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토론 판정단(시민+당원)의 냉정한 판단에 다음날 박지원 국정원장의 확인사살 효과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언주 진영이 이번 토론회 이후의 새 스탠스를 어떻게 잡을지 주목된다. 

더욱이 이는 각도를 살짝 틀어보면, 프레임 전쟁에 대한 부산 표심의 반응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으로까지 연결해 음미해 볼만 하다. 치열한 진영 논리로 양당이 대처하고 끝간 데 없는 대치 국면으로 흐를 수 있는 부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자체발광체가 아니면서도 나름대로 소중한 또다른 빛의 '스위치'를 올려준 '이언주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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