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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수다] 전기차계 피스메이커 '아이오닉 5 a.k.a 45'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2.17 12:48:41
[프라임경제] 조금 발칙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현대자동차(005380)가 전 세계 전기차시장을 평정하고 평화 무드를 불러오는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는 순간을 말이죠. 전기차시장에서 "현대차 밑으로 다 조용히 해(현대 미만 잡)"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순간이요.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뤄낸 테슬라가 선두주자로 유리한 위치에서 잘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전기차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딱히 없으니까요. 

당연히 현대를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들, 이른바 안티 현대 정서를 가진 소비자들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든 싫든 이왕이면 전 세계 전기차 1등이 우리나라 브랜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요. 

때마침 현대차도 미래 성장을 위한 친환경시장 지배력 확대에 진심인 편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할 정도로 무게를 무겁게 두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 중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기차는 현대차의 핵심 미래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아이오닉의 첫 번째 모델 '아이오닉 5'의 외부 티저 이미지. ⓒ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전기차시장에서 주름 좀 잡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45'라는 숫자였습니다. 45라는 숫자 하나로 현대차가 피스메이커 되는 순간을 연관 짓는 것이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억지도 조금….

차치하고 골자는 이렇습니다. 지난 2019년 현대차는 '45'를 꺼내들었습니다. 2019년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EV 콘셉트카를 공개했는데, 그 이름이 바로 '45'였죠.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45라는 이름을 현대차는 왜 선택했을까요. 누군가를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기 위함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현대차의 시작을 알렸던 모델, 45년 전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

그렇게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 하겠다는 현대차의 다짐 아래 국산 쿠페 1호이자 국산 콘셉트카 1호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는 EV 콘셉트카 45로 새롭게 부활하게 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45라는 이름은 45년 전 시작된 도전정신이 현재 자신들을 끊임없이 진보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이어져 내려왔고, 앞으로도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으로서 기능한다는 의미를 담아 결정됐습니다. 

콜트의 싱글 아미 액션. ⓒ 콜트 홈페이지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결고리인 '45'. 공교롭게도 45라는 숫자가 마침 현대차의 바람을 표현하기에 꽤 적절해 보였습니다. 미래 먹거리 격전지인 전기차시장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자하는 현대차의 바람이죠. 

45라는 숫자는 바이든 정부로 바뀌면서 다시 자동차시장에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총을 좋아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게임 체인저 △피스메이커로 연결되곤 합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총기 중 하나인 콜트 제작사의 싱글 액션 아미 리볼버(M1873)의 별명이 피스메이커인데, 45구경이죠. 서부 개척이 한창이던 당시 말을 타고 달리며 총을 연발로 쏠 수 있게 만든 콜트 리볼버(탄창회전식 다연발 권총)의 등장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게 되는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었지만, 새뮤얼 콜트는 그들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콜트 제작사의 슬로건입니다. 당시 서부 시대를 평정하고, 모든 이를 평등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던 콜트 45구경 피스메이커는 우리들 눈에도 익숙한 총입니다. 서부 시대를 대표하는 총기답게 서부 영화에서 총잡이들이 애용하는 총으로 반드시 등장해준 덕분이죠.

매그니피센트 7의 한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이미지


즉, 콜트 45구경 피스메이커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전쟁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현대차도 자신들의 과거·현재·미래의 연결고리인 45를 통해 전기차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대차는 자신들의 선봉장으로 '아이오닉 5'를 낙점했는데요. 아이오닉 5는 EV 콘셉트카 45를 모티브로 개발된 결과물입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친환경 선두(Tier 1)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론칭했습니다. 

굳이 별도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버린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전기차가 등장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지금처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도 없지 않았나 싶은데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물론 △삼성 △LG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전자·IT 기업들까지 너도나도 전기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핫해진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자신들의 선봉장인 아이오닉 5를 두고 "전기차의 새 시대를 열어갈 그룹의 핵심 전략 차량"이라 말합니다. 

1976년 당시 양산형의 포니 모습. ⓒ 연합뉴스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상은 자유죠. 그래서 콜트 45구경 피스메이커가 게임 체인저로써 한 시대를 휩쓸었던 것처럼, EV 콘셉트카 45 기반의 아이오닉 5가 기존 전기차 시장의 틀을 바꾸고 판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로 전기차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면을 떠올려 봤습니다.  아이오닉5가 전기차계의 피스메이커로 불리는 건 다음 장면이고요.

참고로 전기차 핵심 시장인 유럽·중국·미국 중 미국에서만큼은 아이오닉 5 홍보를 '아이오닉 5 a.k.a 45'로 해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는 45구경 피스메이커를 향한 미국인들의 사랑이 꽤 유별나기 때문인데요. 사실 45구경 피스메이커는 자동 권총 등이 등장하며 차츰 설 자리를 잃다 결국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서부 영화를 통한 미국인들의 향수와 수요 덕에 생산이 재개됐을 정도입니다.

콜트 제작사는 오늘날 미국 군경에 납품하는 총기에 주력하며, 권총은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45구경 피스메이커만은 아직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죠. 45구경 피스메이커가 미국인들에게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45를 향한 미국인들의 향수, 포니를 향한 현대차의 향수 45. 
그리고 45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 정답은 피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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