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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의 다이렉트] "살아 숨쉬는 전통주를 만나다" 국순당, 나만의 차례주 빚기

햅쌀로 빚은 차례주 신도주, 2주 발효 거쳐 완성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1.02.18 17:30:38

[프라임경제] '직접적인, 직행의'라는 의미의 다이렉트(Direct). 핫한 문화와 공간, 비즈니스 등을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확인하는 '김다이의 다이렉트'는 실생활 트렌드 르포다. 어디든 찾아가 궁금증을 요목조목 정리하고, 맛깔나게 전한다. 

"향기롭고 감미로운 전통주, 정겨운 우리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동일한 자연환경에서 거두어들인 술과 음식은 서로를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줍니다. 우리 음식에는 우리 전통주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인데요.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국순당과 함께 '설맞이 차례주 빚기 교실'을 체험했습니다. 차례주 중에서도 '신도주'를 빚었는데요. 

신도주는 햅쌀 술로써 그 해 처음 거둬들인 햅쌀로 빚은 술을 의미합니다.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정성 들여 우리 술, 나만의 전통주를 완성했는데요. 매일 저어주고 발효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명절 마다 빠질 수 없는 우리 술 '전통주' 특히 차례 때 올리는 제주(祭酒)는 '쌀로 빚은 투명하고 맑은 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차례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주정(에탄올)을 섞어서 만든 '일본식 청주'와 주정을 섞지 않고 발효해 만든 '약주'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종(正宗:마사무네)'이나 주정을 첨가해 만든 '청주'는 우리 전통 기법이 아닌 일본식 청주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주정을 첨가해 만든 '청주(왼쪽)'와 우리 전통 기법으로 제조한 '차례주(오른쪽)' 우리 전통주가 더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을 낸다. = 김다이 기자.

일제 강점기 주세 정책으로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를 금지하고 1960년대 양곡 보호정책으로 우리 술 제조에 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일본식 청주가 전통 제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청주를 전통주로 오인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청주'는 우리 술이 아닌 일본 술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차례주는 주정을 섞지 않고 100% 순수 발효 제법으로 빚는데요. 차례주는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이 나며, 청주에 비해 노란빛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국순당의 차례주 '예담'은 예법에 맞는 전통 방식으로 빚은 100% 순수 발효 약주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정성'으로 빚는 차례주"

우리나라는 각 가정에서 정성스럽게 직접 빚은 술로 차례를 지내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국순당은 2010년부터 우리 술 전문교육 공간인 우리 술 아름터에서 '우리 술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막걸리에 대한 이론과 직접 빚어 볼 수 있는 체험 교육 및 명절 차례주 빚기 등 우리 술 문화, 제법 등에 대한 이론과 체험교육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는 30명을 선착순 모집하고, 1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1.5리터 이상의 차례주를 직접 빚게 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도 진행하지 못했지만,우리 술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국순당 '설맞이 차례주 빚기'를 위해 준비된 재료들. = 김다이 기자

먼저, 국순당에서 전통 차례주 '신도주' 빚기 과정 중 '1단 담금'을 진행했는데요. 햅쌀 500g으로 만든 흰 무리떡(백설기)과 물 1ℓ, 전통 누룩 150g, 밀가루 15g, 항아리를 대신할 통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제대로 된 차례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흰 무리떡과 누룩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시간 관계상 기본적인 재료들을 국순당에서 준비해 주셨습니다.

흰 무리떡을 잘게 뜯어서 통에 넣고 누룩과 밀가루, 물 700㎖를 넣고 잘 버무려줍니다. 나머지 300㎖의 물도 넣고 저어주면 1단 담금이 끝나는데요. 담금 후 발효가 왕성해지면서 미세한 공기 방울이 올라오기 때문에 뚜껑은 닫지 않고 열어둡니다. 25~27℃ 발효 적정 온도에 두고 매일 한 번씩 국자로 저어주면 됩니다.

"숨 쉬며 올라오는 공기 방울과 술이 익어가는 소리"

3일 동안 열심히 저어주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술통 내부 벽도 정성스레 닦아주니 술 표면에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며 청량한 소리를 냈습니다.

1단 담금 3일 후 집에서 2단 담금을 진행했는데요. 쌀을 증기로 찌는 '고두밥'을 만들거나 1단 담금에 사용했던 '흰 무리떡'을 만들어야 하지만, 1인 가구에서 큰 냄비를 구하는데 한계가 있어 즉석밥을 이용해 2단 담금을 했습니다.

국순당에서 1단 담금을 완성한 직후. 누룩과 떡을 적절하게 버무려주니 이날 저녁부터 발효가 시작했다. = 김다이 기자

2단 담금을 위해 전날 미리 즉석밥 5개(약 1kg)를 데워서 미리 식혀놨습니다. 여기에 물 1ℓ를 함께 준비했는데요. 2단 담금은 밥을 넣고 기존에 있던 술과 섞어서 잘 버무려 줬습니다. 1단 담금 때보다 훨씬 간단한 작업이었습니다.

이렇게 2단 담금 진행 후 14일 정도 발효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저어주면서 상태를 확인하다 보니 점차 층이 분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막걸리의 구수한 향기가 술에서 올라오면서 집에 막걸리 향이 은은하게 퍼졌습니다. 2단 담금 2주 후 술의 윗부분은 옅은 노란색의 맑은 층으로 분리되었는데요. 살짝 떠서 맛보니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차례주와 얼추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효가 종료된 술은 냉장고에 넣어 가라앉혀 맑은 윗물은 따라내 약주로 마시고, 탁한 술은 물을 섞어 막걸리로 마셔봤습니다. 맑은 술은 단맛이 약하지만 부드러운 풍미의 약주가 되었는데요. 도수는 높지만 음용하기 좋았습니다.

"맑은 윗물은 약주로, 탁한 술은 물을 섞어 막걸리로"

발효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직접 담근 술은 알코올 도수 16% 내외의 술로 완성됐는데요. 시중에 판매하는 막걸리에 비해서는 도수가 매우 높은 편이죠. 그래서 제조한 2ℓ의 전통주는 1:1 비율로 물을 섞어 4ℓ 정도로 음용할 수 있습니다.

물을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지만, 단맛도 줄어들 수 있는데요. 여기에 꿀을 섞어서 마시면 맛있는 꿀 막걸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2단 담금 후 2주 간 발효과정을 거치고 나니 전통주의 층이 완전히 분리됐다. = 김다이 기자

약주는 색이 짙을수록 진한 맛을 내게 됩니다.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향을 갖게 되는데요. 기본이 되는 '누룩 향'과 함께 발효 과정에서 은은한 사과나 배향 등 과실 향이 풍기게 됩니다.

전통 약주는 대개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보다 강한 편인데요. 약주의 단맛은 어느 정도 발효가 끝난 후 또 한번 쌀을 보충해 주거나, 쌀과 누룩을 함께 보충해서 재차 발효가 되게 하는 덧술법으로 인해 생성됩니다. 이런 천연 감미로 인해 조화로운 단맛을 가지게 되죠.

다만, 술맛이 너무 시큼하고 오래된 김치 냄새나 식초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으로 산패가 일어나 상한 것이라고 합니다.

약주는 마실 때 온도도 중요합니다. 차게 마시는 것이 기본이지만 중후하고 구수한 향을 느끼고 싶다면 살짝 데워서 마셔도 좋습니다. 단, 술의 온도가 큰 차이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2주가 넘는 시간동안 혹여 술이 상하진 않을까, 집이 너무 춥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매일 저어주고 정성스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술 빚는 과정이 얼마나 수고로운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순당 관계자는 "우리 전통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이곳에서 직접 체험해 보면서 전통주  차이점에 대해 알아가는 분들이 많다"며 "한국의 술 문화와 제법을 배워보고,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다양한 전통주를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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