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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소유와 행복, 나를 아끼는 주문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2.19 11:25:04
[프라임경제] "고기를 잡으려고 망을 치지만 고기를 잡고 나면 망을 잊는다. 토끼를 잡으려고 덫을 놓지만,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는다. 뜻을 전하려고 말을 하지만 뜻이 통한 다음에는 말을 잊는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의 말이다. 

우리는 수시로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갈망한다. 그런데 그것을 소유하는 순간 정작 내 손에 오래 머문 것들은 내놓게 된다. 소유의 새로움과 기쁨은 찰나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내 손에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을 찾아 나선다. 장자의 말처럼 덫을 놓아 토끼를 좇고 다시 덫을 놓는 순환인 것이다. 

내 손에 쉽게 쥐어지는 것들은 늘 옆에 있거나 사방에 존재한다. 그 당연하게 여기는 존재는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 이유로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게 얻거나 눈에 자주 띈다고 그것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쯤 되니 내 것이 되면 쓸모없어지는 것들이 갸륵할 따름이다.

소유하고 싶은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탓에 욕망이 솟는다. 원래의 내 것이 주는 만족보다는 새것이 주는 기쁨이 더욱 짜릿해서다. 

하지만 반짝하는 불꽃의 감흥은 오래도록 느낄 수 없는 법. 그 짧은 여흥이 끝나면 누구나 다시 제 손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에서 안정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손만 뻗으면 닿는 곳의 광명은 영원하지 않다. 소유욕이 차오를 때 뒤켠에 물러나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그 존재감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 없다면 소유하고 싶은 것을 얻기조차 힘들다. 

그물망 없이 맨손으로 고기를 잡기 힘들고, 덫 없이 토끼를 사냥하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 가장 당연하면서도 빛나지 않는 것으로부터 잔잔한 만족을 얻었다면, 한 번이라도 그 당연함에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한 적이 있었는가. 이를테면 고기를 잡는 것보다 망을 지키는 게 먼저이고, 토끼를 사냥하는 것보다 덫을 지키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내 뜻만 전하려고 애쓰지 말고 상대방의 말이 끊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로 얻고 싶은 것보다 내가 가진 것들을 지켜내는 힘이야말로 삶의 방향과 동력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 우리는 자연스레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다. 위시리스트에는 가져본 적 없는 욕망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소유욕을 좇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 안위를 찾아보자. 획득하는 순간의 희열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것의 안위가 뜻밖의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안위란 몸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 소유를 통해서만 안위를 찾으려고 하면 소유하려는 욕망을 멈출 수가 없다. 그 결과로 어떠한 만족도 얻기 힘들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으며 소유하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말하며 이런 행태를 꼬집었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날마다 살아 있는 생동감을 느끼고, 주어진 일의 당연함을 버리며, 아주 작은 일의 행복을 재단하지 않으면 된다. 일상의 소소한 안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애써 새로운 것들을 얻으려고 갈망할 필요가 사라진다. 공자께서도 낚시질은 했으나 그물로는 잡지 않았고, 주살질은 했으나 밤에 둥지에서 잠자는 새는 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은 마땅히 존재함으로써 위대하다. 삶을 이어가는 행위 자체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힘듦이 날마다 이어져도 거뜬히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난다. 주위를 둘러보면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그렇고, 응원해주고 다독여주는 이들이 그렇다. 

많은 걸 소유하지 않아도 그로써 충분히 빛날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지 않거나 반짝이지 않아도 보석처럼 귀하게 여기면 기꺼이 보석이 되듯이, 누구나 보석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나를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주문을 걸면 된다.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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