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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SK 이어 현대차까지…'합의의 계절' LG 선택은?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2.19 14:25:01
[프라임경제] 3년 째 이어오던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사업 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2차 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사 간 소송을 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판정승을 선언하면서 기나긴 법정싸움에 결론이 난 것이죠.

ITC가 약간의 조건을 붙였지만 어찌 됐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고, SK이노베이션에게 가장 이상적 시나리오인 미 대통령의 거부권(비토권) 행사 및 항소를 통한 막판 결과 뒤집기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어서, SK이노베이션에게 남은 선택지는 결국 '협상' 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협상에 따른 합의의 전제는 양사가 모두 만족할만한 합의금입니다. 그러나 ITC 판결 전부터 이후까지 이 합의금에 대한 양사 간 극명한 입장차 때문에 협상에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죠.

LG에너지솔루션은 구체적인 합의금 규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ITC 판결 전 생각했던 합의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원하는 눈치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사업을 아예 접으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합의금 탓에 '합의에 합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합의금 규모에 대한 명확한 책정은 ITC 최종 판결문이 양사 모두에게 도착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합의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업계를 통해 나오고 있는데요. 가장 궁금증을 모으는 합의금 규모뿐 아니라 합의금 마련 방안과 책정 방식, 향후 합의 예상 시나리오 등 갖가지 설들이 주를 이루고 있죠.

한 예로 지난 18일 언론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했졌는데요. 이 보도에는 지분 매각액이 2조원 가량이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조 단위 합의금 규모가 예상되고 있는 소송 관련 합의금 마련 목적일 수도 있다는 언급 또한 있었습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번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은 LG에너지솔루션에게 지급할 합의금을 위한 것이 아닌 최태원 회장이 그간 SK그룹 경영에서 강조해 왔던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죠. 이는 '조 단위 합의금은 절대 없다'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업계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 데는 전기차 화재 사건의 중심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EV와 무관치 않은데요. 아직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코나EV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낸 입장에서 배터리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는 앞으로 2~3주 내 국토부는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에게 국토부의 발표는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리콜에 따른 비용을 각 사가 어떤 비율로 나눠 낼지에 대한 지표이자 양사가 지닌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되기 때문이죠.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코나EV 배터리 교체 리콜이 실시될 경우 예상 비용은 약 1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배터리 문제가 확실하다고 결론 나면 같은 배터리가 탑재된 쉐보레 볼트EV 등에 대한 리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죠.

이렇게 되면 리콜 비용에 대한 부담은 LG에너지솔루션에게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LG화학이 화재에 따른 충당금 규모를 얼마나 마련했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적어도 조 단위 충담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배터리가 문제로 지목될 시 많은 현금이 급히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에게 받은 합의금으로 이를 상쇄해 재무적 부담을 줄일 것이라는 설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금 규모를 이 금액에 상응하게끔 책정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합의금 관련 이야기들이 이전에도 한 번 제시됐었는데요. 출처를 알 수 없는 뜬소문이지만 현금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러지(이하 SK IET) 지분을 합의금 대신 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같은 설이 제기된 것 역시 코나EV 화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국토부가 화재 추정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었던 분리막이 최종 발표에서 그대로 지목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안정성 보장이 가장 중요한 배터리 시장 내 선두 경쟁의 불리함과 향후 있을 IPO에서의 부담감이 커지게 되는데요. 

따라서 화재 0건으로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사용한다면 '화재 발생 배터리'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다는 데 근거한 추측성 주장으로 보입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최대 수요사 확보 및 재무적 부담이 줄어 양사 모두에게 좋은 시나리오​ 중 하나로 설득력을 얻기도 했죠. 

하지만 이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게 LG에너지솔루션 측 입장입니다. 아직 분리막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설사 지목된다 하더라도 그 원인이 자사에 있는 게 아닌 분리막 공급처인 중국 상해은첩과 일본 도레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준다는 설명입니다. 더불어 충담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우리는 LG다"라고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앞서 언급됐던 방식들이 아니더라도 양사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소송 당사자들이 60일 이내에 합의에 이루면 ITC가 내린 수입·판매금지 조치는 무효화되기 때문이죠.

K-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합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동반 성장해 나가자는 SK이노베이션과 향후 글로벌 경쟁사들의 기술 탈취 행태에 제동을 걸어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중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LG에너지솔루션. 양사가 이번 소송을 바라보는 입장과 시각은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소송의 최후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루빨리 마무리돼 '제2의 반도체'로 성장 중인 배터리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은 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임직원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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