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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록 칼럼] 심각한 북한 경제난의 파급 영향은?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khr6440@naver.com | 2021.02.20 23:35:09
[프라임경제] 최근 북한이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 8기 2차 전원회의(2월8~11일)를 개최했다. 지난 1월 1차 전원회의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개최한 전례없는 긴급 전원회의였다.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내각이 작성한 올해 경제계획이 비현실적이라며 목표를 높게 잡은 농업부문에서는 '관료주의와 허풍', 낮게 잡은 전력·건설부문에서는 '보신과 패배주의'라고 지적하는 등 신랄하게 질타했다. 

필자의 시각에서 특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간부의 세도(권세)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특수기관 특혜와 이권개입, 반사회주의적·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를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제거작전을 벌일 것을 지시한 점이다. 마치 집권 초기 공포정치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일단 본보기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경질하고 전 경제부장이었던 오수용(74세)으로 교체했다.

북한 경제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예견됐지만 한 달 만에 보여준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언행과 전원회의 결정 결과는 참신한 개선책이라기보다는 내부에서 적·아를 구분하고 색출해내겠다는 일종의 군기잡기식 통치행위로 보인다.

국가의 정책결정에 대한 그래엄 앨리슨의 '합리적 행위자 모델' 시각에서 보면, 북한의 금번 전원회의 결정 과정이 중요한 국가정책의 하나인 경제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합리적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었다기 보다는 폐쇄적이며 비합리적인 과정으로 읽힌다. 

최고지도자가 오히려 심한 스트레스에 쌓여 있고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조급함까지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을 여과 없이 방송으로 공개하는 북녘땅의 안타까운 실상을 접하면서 향후 대내외에 미칠 파급영향이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난해 코로나 봉쇄로 북중 교역액은 전년 대비 80% 이상이나 급감했다. 90% 이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수출입 활동은 거의 중단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수치다.

'NK PRO'에 따르면 2020년 6~8월 중국이 북한에 60만톤의 식량을 비공식 지원했으며, 유류는 밀수(합법적 연료 한도의 8배)로, 기타 부족한 외화는 해킹(약 3억1600만달러) 등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보이지 않게 북한의 삼중고와 체제 불안정을 적절히 관리해 준 셈이다.

지난 2월8일은 전원회의가 열리는 첫날이었다. 공교롭게도 평양 주재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는 자국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수입물품과 원자재 수입 등이 끊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외국인들도 밀가루, 식용유, 설탕 같은 기본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옷가지나 신발도 없고, 뭔가를 살 수 있다 해도 이전보다 3~4배 비싸다"고 말했다. 평양에 직접 상주하는 러시아 대사의 주장이기 때문에 최근 북한의 실상이 가장 생생하게 세상에 전해졌다고 본다. 

'부자는 망해도 최소 3년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6일)을 기점으로 유엔안보리의 본격적인 대북제재 결의가 시작된 지 어언 5년이 다 돼간다. 강화된 제재로 북한 경제는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경제난이 심화돼 왔다. 그나마도 중국의 물밑 지원과 북한체제 특유의 내구성으로 그럭저럭 버텨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악재가 겹쳐 평양 민심까지도 동요하는 등 대북제재 효과가 가중된 것은 사실이다. 

일정 시점을 제재의 한계점인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북제재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이나 여건 그리고 최종상태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때가 됐다. 우리의 대북정보 관련 기관과 지도자들이 지난 1년여 이상 북한 내부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수십여 차례의 불안정 시그널들을 쉽게 간과하고 메너리즘에 빠져서는 안 될 때다.  

김 위원장이 인민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보고와 토의, 개선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미진한 결과에 대한 책임전가식 숙청을 예고하는 전조로도 볼 수 있다. 북한 경제개혁의 역사는 숙청사와 궤를 같이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 개선의 본질적인 문제, 즉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오지 않는 한 경제실패에 대한 대물림성 책임전가와 빈곤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한반도의 불안정과 위기 역시 고조될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스스로 내부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하여 외부로의 충격적 행동을 다시 결심하기 이전에 그들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는 대명제를 한-미-중이 공동의 메시지로 북에 전달해야 할 때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반도의 위기와 운명은 역설적으로 핵무장한 북한에 의해 관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명지대학교 북한학 초빙교수 /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 상대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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