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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에 진심" 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 탄소중립에 합심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협력 본격화…우리나라 철강기업 수소 관련 기술 선도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2.22 13:25:37
[프라임경제] '수소'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수소로 영역을 확장 중인 포스코그룹과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두 그룹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전 산업분야와 모든 기업이 당면한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함으로써 강건한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상호 협력'이다. 앞서 두 그룹은 지난 16일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전격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상호 협력하기로 함에 따라, 철강업계가 본격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 전면적 구조개편…연관 산업은 동반성장 기대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철강 제련 과정에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차세대 공법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공법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여 업계 및 정부의 탄소중립 노력에 발맞출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탄소 고배출 산업인 철강산업은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환경 및 기후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끊임없이 탄소 배출 감축 요구를 받아왔다. 

기존 철강 제조 공정인 석탄환원제철은 철강 원료인 철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철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보통 철강 1톤당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 두 번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 김세훈 현대차 부사장(왼쪽 첫 번째),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오른쪽 첫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반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수소를 사용해 제조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환원제로 사용되는 수소도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를 활용하게 된다. 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도입은 철강산업의 전면적인 구조개편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고품질 철강재인 자동차 및 선박용 강판 등은 석탄을 활용한 고로 공법으로부터 대부분 생산되고 있는 반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도입은 기존 고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철강제조설비로의 전환을 의미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기술 개발 기간이 소요되고, 대규모 투자 등도 수반돼야 한다"며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기술 개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점들이 고려됐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선 만큼, 향후 업계 및 국가 간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사용되는 수소 공급을 위한 △생산 △수송 △저장 △이용 등 수소 관련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 효과도 주목받고 있으며,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규모 수소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적용을 위해서는 연간 5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한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로부터의 그린수소 도입이 활성화되고 수소 생산을 위한 해외 프로젝트 참여도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뜨거운 포스코 포항제철소. ⓒ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철강산업은 수소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친환경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라며 "수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철강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서 수소에너지의 이용도 활발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수소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대되고,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사업 등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또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은 단순히 수소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수소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이를 통해 수소경제로의 본격 전환이 가시화되고, 수소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가 차원 정책적 뒷받침 절실…'수소' 역할·중요성 부각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협력으로 우리나라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기술개발 및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핵심인 수소는 석탄에 비해 가격이 높아 이를 석탄과 같은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산 △운송 △저장 등 제반 인프라의 확보 여부 역시 기술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수소환원제철로 생산된 철강제품의 가격상승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같은 우려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열린 제1차 그린철강위원회의 모습. ⓒ 연합뉴스


산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미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기술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 지원이 없으면 개발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트리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글로벌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는 상황에서 철강산업은 생존방식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본격화할 것임을 표명했다. 더불어 유럽연합(EU)·미국·중국 등이 탄소 배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전략에 이어 12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공개하는 등 연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써 수소의 역할과 중요성은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업종별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철강산업은 향후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대표되는 탄소중립 제철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선점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재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철강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앞서 지난 1월 국내 철강업계도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하고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을 개발함으로써 탄소중립 제철소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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