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닛케이평균 3만엔, 실물경제와 괴리감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2.22 14:19:06
[프라임경제]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 이하 닛케이평균)가 지난 15일 장중 3만엔대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주식시장은 거래 개시 직후부터 매수주문이 몰리면서 1990년 8월3일 이후 30년 6개월 만에 고대하던 3만엔대를 회복한 것이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은 닛케이평균 3만엔대 회복 배경에 대해 "거래 시작 전 발표된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연 12.7% 증가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 것이 영향을 줬다"며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향상되고 17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뉴스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17일 중의원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닛케이평균) 3만엔은 목표의 목표, 또 목표였다"며 "감개가 무량하다"라고 소회를 밝히는 등 일본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일본 언론의 대서특필과 스가 총리까지 합세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데는 무려 약 30년 만에 닛케이평균이 3만엔대를 회복 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닛케이평균 최고치는 1989년 12월29일에 기록한 3만8915엔이다. 이후 일본 경제는 거품이 걷히며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9년 3월에는 리먼 사태 후유증으로 닛케이평균이 7054엔까지 곤두박질치는 일도 있었다. 2012년까지 1만엔대를 오르내리던 지수는 그해 12월 들어선 아베 정권의 금융완화와 재정투입 정책에 힘입어 2017년 2만엔대 진입에까지 성공한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한 때 1만6000엔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방출한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외국인 순매수가 3조엔(약33조원)을 넘어섰고, 지수는 7000엔 이상 급상승했다. 

이러한 점들을 미뤄봤을 때 닛케이평균 지수의 이면에는 거대한 외국자본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인 것이다.

실제로 스에자와 SMBC닛코(日興)증권 금융재정 애널리스트는 16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닛케이평균 3만엔은) 기업의 실적 개선에 의한 수치라기보다 재정과 금융정책에 의한 금융요인의 측면이 강하다"고 말하며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30년 전 실물경제와 비교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완전실업률은 2.1%에서 2.9%로 높아졌고, 1.44배이던 유효 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구인수)도 1.06배에 머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2월 취업자 수는 9개월 연속 감소해 전년 대비 71만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에서는 지난 1년간 10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의 도산하고, 5만개에 가까운 영세기업이 휴·폐업에 내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0년 실태조사를 시작한 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닛케이평균은 일본 경제신문사(닛케이)가 도쿄 증권거래소의 1부 종목 중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 높은 225개를 선정해 산출하는 주가지수다. 그러나 고가주의 영향을 받기 쉬운 닛케이평균은 주식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도 비대면 영업에 강점이 있는 대형 고가주를 중심으로 지수가 산출됨으로 실물경제와의 괴리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