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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 현상 장기화…최종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

"반도체 가격 상승분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2.23 17:50:41
[프라임경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전자·IT 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 심화 배경으로는 △수요예측 실패 △미중 무역분쟁 △이상기후 등이 꼽히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의 장기화 예고다. 이처럼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 이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최종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르는 게 값'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 생산량을 조정한 것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자 차량용 반도체 생산 일부 감산함과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 대비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 제품 생산에 주력했다. 

실제로 PC·스마트폰 제품 등을 비롯해 가전제품 판매량은 급증했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연일 증가 추세를 보여 차량용 반도체 감산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생산량을 일제히 늘리려던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라는 난관에 부딪치게 됐다.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 것. 지난해 자동차 시장 수요는 당초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13% 감소한 데 그쳤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으로 감산을 결정하는 등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비관적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범용 메모리 반도체들과 다르게 주문 제작 형식인 탓에 검증과 안정성 테스트 기간이 길며,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들 대부분이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그 이유다. 

이 같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은 올 3분기 늦으면 오는 2022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에 따른 자국 내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정부에 직접 반도체 생산량 증가를 요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은 결국 생산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파운드리 업체가 생산단가 인상을 고려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20년 4분기부터 생산단가 인상과 할인 정책 폐지 등을 실시하기로 한데 이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운드리 업체들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반도체 품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서 무턱대고 케파(생산능력·Capacity)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단가 인상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면서 차후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즉,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반면, 이에 따른 1차 피해는 반도체를 구입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 2차 피해는 완성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것도 함께 시사한다.

◆이상기후 공급 부족에 힘 보태

특히 급작스런 이상기후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이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기후까지 겹치며 반도체 수급 불균형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각) 현지 한파 등의 영향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재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재가동까지 최소 1주일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한다. 문제는 한파로 인해 전력 공급에 이상이 생긴 것뿐만 아니라 반도체 용수 공급까지 원활하지 못해 재가동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에서 14㎚(1㎚=10억분의 1m) 공정 기술로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PMIC)와 통신용 반도체 등 생산한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 칩 제조도 병행하고 있으며, 차세대 대용량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핵심 부품인 SSD용 컨트롤러 칩셋 등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이번 한파에 따른 생산 차질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요가 늘고 있는 제품 중 하나인 SSD 구매 업체들의 긴급 주문이 몰리면 부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SSD와 이를 내장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이처럼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기후 등 깜짝 변수들까지 겹치면서 소비자가 체감할 '제품 가격 상승'이라는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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