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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 철폐 '회추위' 독립성 확보해야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2.24 14:25:30
[프라임경제] 지난주 은행가를 들썩인 뉴스 중 하나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4연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이다. 김정태 회장이 이번 차기 회장 후보군(4명)에 포함됐으며, 사실상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

김정태 회장과 함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회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이들 모두 은행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김 회장 연임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 회장의 4연임은 하나금융 '지배구조모범규준'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연임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만 70세까지'라는 나이제한에 따라 올해로 만 69세인 김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할 경우 1년간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김 회장이 4연임이라는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건 "현직 회장의 연임이 적합하다"는 금융지주의 오랜 논리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직 회장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거나, 경영 목표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연임이 적합하다는 통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이번 대에서 금세 힘을 잃고 있다. 금융지주가 은행권 가계대출과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 등 몸집을 키운 건 사실이지만, 대고객 신뢰를 깎아먹는 이슈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펀드 부실판매 등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졌지만, 정작 책임을 진 건 실무진 뿐이였다.

셀프연임 논란도 김 회장의 4연임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차기 회장 후보군에 김 회장을 끼워넣은 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다. 회추위는 원래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이지만, 이들 대부분이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

김 회장을 둘러싼 연임 논란은 하나금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은 그간 숱하게 지적돼 온 은행권 고질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을 비롯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2014년~) 3년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2017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2019년~)이 연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금처럼 지주사가 계열사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그에 따르는 경영책임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지주 시스템 하에서는 이또한 바뀌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능력 있는 자가 리더 자리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 조직 혁신을 꾀하고 금융 소비자들을 위해 과감한 운영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배구조 리스크가 끊이지 않는 건 분명 문제다. 특히 그 원인이 연임 관행에 있다면 고쳐져야 할 것이며, 그 시작은 회추위 철저한 독립성 확보부터가 우선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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