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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본 프레임 벗겠다'던 롯데, 혐한 발언 DHC 판매 재개

올 1월까지 검색 중단했지만…또 다시 정체성 논란 불거지나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2.25 14:38:27
[프라임경제] 롯데쇼핑(023530)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이 혐한 발언으로 상품 노출 자체를 중단했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의 제품 판매를 재개했다.

앞서 DHC는 자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DHC텔레비전을 통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해 지난 2019년 7월부터 촉발된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을 송출, 일본 불매운동에 타깃이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는 2019년 8월 일제히 DHC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일본 불매운동 중심에 선 DHC를 향한 국내 여론이 악화된데 따른 조치였다. 

ⓒ 올리브영 홈페이지 화면캡처


DHC 화장품 판매 중단 행렬에 동참한 곳은 △롯데(롯데닷컴·롭스) △신세계(SSG닷컴) △CJ올리브네트웍스(올리브영) △GS리테일(랄라블라) △G마켓 △인터파크 등이었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 중단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사이트상에서 'DHC'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도 해당 제품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진열대에서 해당 제품을 완전히 빼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하도록 재배열했다.

<프라임경제>는 국내 H&B 스토어 업계를 중심으로 2019년 8월부터 판매 중단이 시작된 이후 매월 DHC 판매 중단에 나섰던 곳들의 판매 중단 재개 여부를 체크해 왔다.  

ⓒ 롯데온 홈페이지 화면캡처


그 결과 올 1월까지 검색 자체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었던 DHC 화장품이 롯데온에서만 2월부터 유일하게 판매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국내 소비자들 반발에 검색조차 되지 않게 만들었던 롯데가 슬그머니 다시 검색 가능토록 만들며 판매에 나선 것이다.

◆DHC '혐한'의 역사

DHC는 2002년 한국에 진출한 뒤 클렌징 오일 등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면서 국내 H&B 스토어 중심으로 입점했다.

특히 DHC는 자사가 운영 중인 DHC 텔레비전을 통해 예전부터 혐한·혐중 방송을 내보낸 사실이 알려진 직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실제로 DHC 텔레비전은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자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다", "조센징(한반도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다"는 등의 주장이 담긴 방송을 그대로 송출했다.

업계에서는 DHC의 혐한 발언들은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의 기조와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요시다 회장이 한국인 비하 표현 등을 거리낌 없이 쓰는 대표적인 혐한 일본 기업인 중 한 명이기 때문. 

실례로 지난해 11월 요시다 회장은 DHC의 온라인홈쇼핑 홈페이지에 자신의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제는 이 성명서에 경쟁사인 '산토리'를 언급하면서 "산토리 광고에 나오는 탤런트는 거의 한국계 일본인(재일한국인)이다"며 "그래서 존토리라고 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시다 회장이 언급한 '존토리'라는 표현은 일본 내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은어인 존(조센진과 같은 의미)과 산토리의 합성어다.  

이보다 앞서 2016년 요시다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재일 한국인을 '사이비 일본인'이라며 "한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망언을 일삼은 바 있으며, 여기에 조선인 강제징용·위안부·일본 전범의 역사 등을 모두 부정하고 야스쿠니 참배를 당연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롯데온이 혐한 발언으로 상품 노출 자체를 중단했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의 제품 판매를 재개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전력에 DHC는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인해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뿐만 아니라 퇴출운동의 타깃이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의 동참과 더불어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러나 롯데온이 이를 깬 것이다.

◆롯데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가 이끌고 있는 롯데는 계속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논란에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당시 그는 한국어로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간 롯데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다만 "아니므니다" "파센트(%)" "에르(L)" 등의 일본인이 한국어를 하는 것과 같은 발음 문제로 곤욕을 겪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연합뉴스


신 회장과 롯데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신 회장의 어머니는 일본인이며,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일본에서 마쳤다. 신 회장의 첫 직장도 일본 회사였다. 

롯데그룹 역시 지분 구조상 여전히 일본의 영향력을 받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물산·롯데알미늄·롯데상사·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정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는 유통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 4월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e커머스 브랜드 '롯데온'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각종 혐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회장이 이끄는 DHC사의 제품 판매를 재개한 것. 

신 회장이 부단히 노력 중인 '롯데=일본 기업' 이미지 탈피에 과연 도움되는 행보인지 되묻고 싶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상품 등록을 제한하는 금칙어 시스템 오류로 인해 DHC 상품이 일시적으로 노출됐다"며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쓰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본지 취재에 롯데쇼핑은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25일 황급히 사이트에 판매중이던 DHC 전제품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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