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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쿠팡, 잦은 과로사에 책임 압박 가중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02.25 16:30:13

쿠팡이 잇단 사고사 문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에서 직원이 배송원과 이야기하는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이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와 처우 문제로 뭇매를 맞고 있다. 쿠팡 노동자와 함께 성장을 거듭해온 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강은미 의원(정의당),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1년 사이 5명의 죽음, 쿠팡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대기업 쿠팡이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과 살인적인 업무환경에 대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등으로 인기를 끌며 급성장한 이커머스 대기업이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국내외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 켠에선 쿠팡이 잇따라 발생하는 노동자 사고사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설립한 지 10여년만에 빠른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이면에 밤낮 없이 일한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쿠팡은 이러한 노동자 보호에서 손 떼고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주장이다.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쿠팡은 일용직과 계약직이 직원 전체의 95%에 달하는데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냉난방조차 되지 않는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근무 중이다. 노동자들은 쿠팡이 계약 연장 여부를 이용해 경쟁을 부추기고 야간작업에 내몰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쿠팡은 높은 노동 강도와 달리 업무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최소한의 냉난방도 갖추지 않은 곳이 쿠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쿠팡의 빠른 배송이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하지만 노동자에겐 야간 노동을 강제하는 구조다. 생활물류 배송체계가 심야 노동을 할 수 없도록 체계가 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강은미 의원(정의당),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1년 사이 5명의 죽음, 쿠팡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토론회 캡쳐


쿠팡은 1년 새 5명의 노동자가 인천, 칠곡, 목천, 마장, 동탄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사망하며 여론의 관심도 뜨거운 상태다. 쿠팡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아 여론는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쿠팡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씨 외 4명의 현장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쿠팡은 장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산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 의원에 따르면 애초 장씨에 대한 산재 결과도 부정했던 쿠팡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조사 결과가 나오고서야 유족에게 사과했다. 

잦은 사고사 발생에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 산업재해청문회에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청문회에선 안전한 업무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쿠팡 노동자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선 노동법 개정으로 노동자 보호에 비협조적인 사업자와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야간 노동이나 시간당 작업량에 대한 노동법의 규제가 없는 현실 탓에 쿠팡은 현재 적법하게 노동자들을 혹사시키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간당 작업량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말로 뒷짐만 진 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쿠팡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인의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최동범 쿠팡 목천물류센터 사망노동자 유가족은 쿠팡을 향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지난해 7월 아내를 잃었다. 아내는 쿠팡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의 조리 보조원이었다. 최 씨에 따르면 아내는 쿠팡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식당 청소를 하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 락스와 세제 등을 섞어 바닥을 닦는 일이었다. 문제는 락스와 세제의 혼합 사용으로 인한 유독성 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쿠팡에서는 마스크 하나 지급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최씨 아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최동범 쿠팡 목천물류센터 사망노동자 유가족. =온라인 토론회 캡쳐

최 씨는 "쿠팡이 평소에 한번이라도 직원 복지 등을 확인하고 최소한의 안전장비라도 지급했더라면 과연 이런 사망 사고가 일어났을지 의문이다"라며 "안전불감증 쿠팡은 사고에 대한 책임감을 보이는 대신 언론 보도 막기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며 "사람 목숨보다 돈이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쿠팡에서 일하는 가족들이 '잘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쿠팡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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