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LG-SK '배터리 합의' 물 건너가나…ITC판결 갑론을박

LG·ITC "영업침해 명백" vs SK "검증 안돼"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03.05 10:55:41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소송 관련 합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소송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영업비밀 판결의 사실 관계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어 '합의'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전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ITC위원회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관련 의견서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공개된 최종 의견서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예비 결정(조기패소)을 확정하고 수입금지·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SK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ITC는 예비 결정 때부터 지적된 SK의 자료 삭제에 대해 "자료 수집·파기가 SK에서 만연하고 잘 알려져 있었으며 묵인됐음을 확인한다"며 "SK는 정기적인 관행이라고 변명하며 노골적으로 악의를 갖고 문서 삭제·은폐 시도를 자행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11개 카테고리·22개 영업비밀을 그대로 인정했다. LG 측이 SK가 침해한 영업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걸 구체적이고 개연성있게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가 주장한 22개 영업비밀을 법적 구제 명령 대상으로 판단했고, 미국 수입 금지 기간 역시 LG의 주장에 동의해 10년으로 정했다고 ITC는 밝혔다.

특히 ITC는 "SK는 침해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해당 정보를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K이노 "LG 기술 전혀 필요 없어"

반면 SK이노베이션은 ITC 위원회 의견서에 전면 반박했다. SK는 LG와 배터리 개발·제조방식이 달라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는데다, 침해 여부를 가릴 검증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은 SK이노베이션에 전혀 필요 없다"며 "ITC는 LG가 주장하는 영업비밀에 대해 검증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82년부터 준비해 온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미 ITC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SK는 40여년간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고밀도 니켈 배터리를 개발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화재 한번 발생하지 않은 안전한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 제시한 ITC 판결문 일부. LG가 구체적인 영업비밀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SK는 ITC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체적인 검증 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자료 삭제)을 근거로 판단했다고도 했다. ITC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내린 최종 판결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는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된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된 건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는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TC의 이런 모호한 결정으로 정당한 수입조차 사실상 차단돼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 시장 내 부당한 경쟁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지연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 등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해악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입금지 조치 거부권을 기대하며 강경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SK는 ITC 판결에 따른 규제나 차질없이 미국 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자사 배터리 공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영향을 강조하며 백악관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서류를 지난달 말 전달했다.

한편, 정부는 LG와 SK의 빠른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LG와 SK가 배터리 분쟁으로 미국 행정부의 개입을 요구한 것에 대해 "국익에 도움 되지 않고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말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양사 소송전이 한국 배터리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며 화해를 강조한 바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