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홍카콜라'의 부활…'박형준 엄호'로 '홍준표 3.0' 개막

당 바깥 야인에서 묵직한 등판, 경남권 명품 정치인·전직 당대표 존재감 재각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3.06 13:08:34

[프라임경제] 부산발 이슈가 중앙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눈길을 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4월 보궐선거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펼치기로 한 것. 이들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지원에 나선다고 알려졌다.

박 예비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부산 보선 후보로 확정됐다(공식 후보 등록 전 시점이므로 아직 예비후보로 표기). 이언주·박민식 전 의원 등 다선 정치인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거머쥔 성과다. 이런 낭보에 바짝 채찍을 더하는 의미로 거물 정치인들을 영입한다는 의미가 일단 눈에 띈다.

박 예비후보 측은 6일 "경선 발표 이후 홍 의원과 전화 통화를 했고 부산 선거를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홍 의원은 지난 번 탈당 후 아직 당 밖에 남아있고, 김 의원도 일정 기간 바깥에 머물다 돌아온 '복당파'다. 

홍 의원과 김 의원 모두 경상남도 지사를 지낸 이력이 있어, 부산 도백을 뽑는 선거를 넘어 범경남권 정치 이슈라는 이번 상황에 박 예비후보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홍 의원 행보에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대두된다. 박 예비후보와 비슷한 연배인 홍 의원(그는 1954년 창녕 출생이다)은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 의지를 밝혔으나,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서울·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권유하자 반발, 탈당한 상황이다.

그의 국민의힘 복당이 늦어지는 상황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불편한 상황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명실상부 보수 제1야당인 국민의힘 부침 상황 전반을 지켜봐 온 인물. 

결국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도 그렇고, 최종적으로 대구로 가기 전에는 당의 험지 출마 압박에 양산을 출마를 역제안하기도 했을 정도로 스테미너가 강력한 정치인이다, 주지하다시피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라는 의미가 커, 더불어민주당과 이 자리를 놓고 격돌할 정도의 자신감은 걸출한 보수정치인이라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의 꺼질 줄 모르는 '정치적 저력'은 데뷔 이전부터 줄곧 이어져 온 바다. 그는 검사 출신으로 특수부가 아닌 강력부 검사로서 다양한 대형 사건을 캤다. 광주에 근무할 때에는 지역 토건 사업과 조직폭력 연관성을 겨냥했고, 이후 슬롯머신 사건에서는 '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다수의 전현직 고위급 인사(상관격인 고등검찰청 검사장, 안기부 즉 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들을 처벌했다.

그 무렵 SBS에서는 여러 명물 검사들의 정보를 모아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어 방영했는데, 모델 중 하나였던 홍 의원은 그 이미지와 인기를 정면으로 수혜하면서 정계에 입문하기에 충분했던 셈이다.

정치 초년병 시절 내내 '저격수'로 활약한 것은 이런 이력상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당시 DJ 정부와 이로 인해 소원해졌고, 결국 당시 수사기관의 선거법 위반 조사에 몰리면서 이른바 표적 수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잠시 의원직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 강북 지역에서도 선수를 쌓는 등 특정 지역과 계층 색깔 대신 폭넓게 지지를 얻는 재주를 보였는데, 그 비결로는 저격수 역할에만 매달리지 않고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 모두를 선방한 점이 꼽힌다.

상임위원장 중에서도 비인기 직책으로 분류되던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열성을 기울이면서 공부하는 정치인으로 변화를 갈구하던 그는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나서기도 하고 대선 후보 내부 경선에도 도전하는 등 체급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반값 아파트 공약'이나 대운하 대신 '경부고속도로 2층 보강 추진'을 내놓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이때의 공부 성과물들이었다. 

결국 당대표를 역임하고 탄핵으로 급히 치러진 지난 '장미대선'에서는 보수 정치권을 대표하는 대통령 선거 후보라는 어려운 자리를 맡기도 한다.

나름대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는 검찰과 정치권에서도 한 번도 제대로 '주류'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당내 계파 논쟁과 그 뒤치다꺼리 해결에 몸을 바치는 역할에만 매몰돼 온 것.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막말 논란 즉 그의 지원유세가 도움이 안 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화법은 '홍카콜라'로 불리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받기도 한다. 할 말은 하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쏘는 특유의 화법으로 정치권의 논쟁들을 피하지 않는 것.

중앙에 홍준표 무소속 의원, 오른쪽에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찍힌 모습. 한편 사진 왼쪽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서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의 국면에서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향후 행보나 이번 상황의 잘잘못을 넘어, 검찰의 권력지향적 관행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는 등 그만이 할 수 있는 화법으로 접근했었다. 정치적 색채는 다르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를 공유했다. 그 정도로 화제성 강한, 또 다른 진영에서도 활용의 유혹을 느낄 다층적 의미의 말을 날리는 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산 보선(및 국민의힘 경선 후보군간의 내부 네거티브 논쟁 논란)에 관해서도 특유의 빈정거림 화법으로 말을 보탰던 그였기에, 이번에 보선 관련 지원에 나서는 것이 좀 의외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박형준 캠프 상황을 보면 어쨌든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당대표와 도지사 역임의 무게감 있는 인사 그리고 공과가 뒤섞이기는 해도, 네거티브 공세와 방어에 강한 그의 특성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박 예비후보와는 2007년 연말 'BBK 설립 논란' 국면에서 함께 대응한 인연도 있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박형준 대변인 체제로 의혹 방어 기자회견을 줄곧 대처했었다. 

현재 MB 시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박 예비후보와 연관을 지으려는 여권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런 영입 선택이 이해가 가는 것. 이제 당내 경선을 딛고 민주당 진영(김영춘 예비후보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회자됨)과의 진검승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 속에 박형준 캠프에 큰 도움이 된다면 윈윈이 가능하다는 풀이가 그래서 나온다.

속칭 이명박 BBK 설립 육성 동영상 CD 문제로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 사진 왼쪽이 박형준 당시 당 대변인. ⓒ 연합뉴스 기자회견

단순히 공로와 복당을 맞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박형준 캠프의 온건중도 이미지를 보수 대표 '잠룡 홍준표'와 덧칠함으로써 얻을 바는 오히려 홍준표 의원 측이 더 클 수도 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며 저격수에서 정책에 강한 정치인으로 '변신'하던 1기, 그리고 당대표와 대선 주자로 어려운 등판을 마다치 않던 2기에 이어 이제 3기의 도약을 하려 한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황교안 전 대표 정계 복귀 시동 등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정치인들의 재도약과 체급 키우기가 논의되고 있지만, 명분과 실리 모두를 충족하면서 일을 벌일 수 있는 인물은 흔치 않다. 더욱이 드라마틱하게 복당에서 바로 다시 대선 주자로의 굳히기 같은 '급발진'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방아쇠격인 이번 '홍준표의 박형준 지원 결정'은 의미가 크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