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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절박한 스가, 긴급사태 재연장으로 돌파구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3.08 14:11:08
[프라임경제] 일본 도쿄도를 비롯한 수도권에 발령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긴급사태가 2주간 연장됐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긴급사태 추가 연장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총리는 "앞으로 감염자가 다수 나와도 확실하게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2주 동안 마련할 것"이라며 "더는 연기조치가 없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간 스가 내각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속 자국민들이 수긍할만한 방역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시행한 '승부의 3주간'에는 오히려 신규 감염자 수가 늘어났고, 지난 1월에 발령한 긴급사태 선언이나 2월 연장 때 약속한 사태 수습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지금껏 병실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으며, 신규 감염자의 하향곡선은 정체 상태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이번에 밝힌 코로나19 대책들은 대부분 기존 정책을 되풀이 하는 내용에 국한돼 있는 등 새로운 것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가 총리가 이처럼 특별한 대안책 없이 재연장을 전격 추진한 데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다. 특히 대중선동에 능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지난해 3월23일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연기를 결정하자 그때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고이케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록다운'이니 '오버슈트'니 하는 외래어까지 동원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슈퍼마켓서 사재기가 횡행하는 등 수도권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이 소동을 수습하고자 일본 정부는 3월 말 예정이었던 긴급사태 발령을 4월7일로 늦춰야 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친 조치는 급속도로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했다. 

혼란을 틈타 고이케는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 교묘하게 책임을 떠넘긴 후 자신은 뒤로 빠지는 수완을 발휘했다. 아베뿐 아니라 스가 역시 지난 1월 고이케에게 등 떠밀듯 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에도 고이케는 "기어를 1단 더 올려..." 등 자극적 언어로 도민의 협력을 요청하는 한편,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 지사들과 함께 정부에 긴급사태 연장을 요구키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기간을 어떻게 할지만 남겨 놓은 상태였는데 이를 알아챈 스가가 긴급사태 재연장을 통해 선수를 친 것이다.

스가는 현재 고립무원 상태다. 아들의 총무성 간부 접대 의혹과 여당 의원들이 비상시국 심야에 고급 클럽 출입, NTT의 총무성 관료 접대 의혹이 불거져 언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발언이나 답변 능력에까지 물음표가 붙자 자민당 내에선 '스가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가에게는 의지할 파벌이 없다. 아베 전 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의 합작으로 총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곤경에 처했을 때 의지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자기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올 10월21일까지 치러야 하는 중의원선거를 사실상 총지휘할 니카이가 스가를 계속 품고 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부정적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제 스가에게 남은 선택지는 도쿄올림픽 개최밖에 없다. 무관중으로라도 올림픽을 강행해 총선승리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성황봉송의 시작은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상사태 재연장 기간을 오는 21일까지 연장한 것도 성화봉송 시작일(25일)과 맞물려 있다. 그때까지 감염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야만 취소설과 재연기설에 휩싸였던 도쿄올림픽이 정상 개최 쪽으로 최종 가닥이 잡히고, 스가도 정치권 내 세력을 다시금 다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모리 조직위원장의 여성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유명인들의 성화봉송 주자 사퇴 행렬 등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악재들은 계속되고 있어 스가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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