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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벤처] "경력단절여성 재활 성공기" 정슬기 이우먼 대표

컬러큐레이션·멘토링 등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3.09 10:01:54
[프라임경제] "결혼과 임신, 육아의 영향으로 사업에 좌절하고 아무것도 없었을 때 가장 필요했던 것 세 가지로 아이템을 꾸렸습니다. 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과 구체적인 실현 계획, 그리고 자신과 브랜드를 광고할 수 있는 프로필이었죠. 지금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성장하며 나아갈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슬기 이우먼 대표. ⓒ 이우먼

지금, 여성들은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경력단절여성의 규모는 150만 6000명에 달했다. 나이별로는 30대 여성이 절반에 가까운 46.1%, 사유는 임신과 출산, 육아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비취업여성의 규모와 비중이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으며 대졸 이상 비율이 10명 중 4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꽁꽁 얼어붙은 취·창업 시장 아래서도 새로운 시장 개척을 향해 부지런히 뛰는 사람이 있다.

13년 간 잡지와 광고 업계에서 회사 생활을 한 경력과 6년 간 사업체를 운영했던 경력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삶과 일상에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플랫폼을 개척한 정슬기 이우먼 대표다.

이우먼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고학력 경력단절여성들과 강소기업 대표들이다. 이우먼의 아이템은 크게 세 가지로 추려진다. 원데이 워크 시프트 '가치스쿨' 과 매달 책을 함께 읽는 소셜 리딩 모임인 '테이핑독서',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퍼스널컬러 대표사진과 영상을 제작하는 '선뜻'이다.

"가치스쿨은 세미나 형태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가진 비즈니스와 강점에 대해서 발표하고, 또 현실적으로 어떻게 옮겨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테이핑독서는 책을 읽지 않고 와도 되는 모임입니다. 이 시대에 일하는 여성들이 꼭 알아야 할 책을 선정해서 같이 읽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대화형 독서법이고요."

"'선뜻'은 제가 가진 기술과 니즈를 파악해 내놓은 아이템입니다. 퍼스널컬러 진단은 말 그대로 진단에서 끝나는 부분이 많아요. 전 무엇이든 결과물을 보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화 시대에 맞는 나와 브랜드가 돋보이는 사진. 그 한 장을 뽑아내는 겁니다."

이우먼은 가치스쿨과 테이핑독서, 퍼스널컬러 대표사진을 주력으로 한다. ⓒ 이우먼

누구나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는 시대. 

정 대표는 비즈니스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점에서 자신의 프로필 사진 한 장도 만든이의 진심이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자신의 프로필을 촬영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메타인지, 즉 자기 자신의 모습을 통해 받는 치유인 '메타 테라피'를 강조했다.

"보여드린 빨간 배경의 퍼스널컬러 대표 사진은 가장 어려웠을 때 촬영한 건데요. 제일 환하게 웃고 촬영한 그 모습을 보며 치유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죠. 지금 운영되고 있는 다섯 개 채널의 슬기로운e우먼 채널의 대표 사진이 바로 이 컷입니다. 내 얼굴을 걸고 하겠다는 의지로 봐주십사 하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이우먼이 주최하는 모임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되 취향과 다른 서적, 돈에 대한 관점, 고객 관점의 대표 이미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본질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추천한다. 

바로 그 점이 창업 코칭 시장과 책상머리 이론의 한계를 시장 진입단계로 끌어갈 수 있는 브릿지, 즉 솔루션 이라고 보는 것.

정 대표는 매뉴얼로만 가르치는 창업 코칭, 일회성 스타 강좌를 모아둔 채널이 아닌 개인의 다양성과 특화된 강점을 돋보이는 것을 기반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통장 걱정 없던 디렉터에서 창업의 길로

이우먼은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컬러큐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 이우먼

정 대표는 재작년 국내외 패션 뷰티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던 법인 회사를 정리했다. 

그는 국내 유명 잡지의 디렉터였다.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일류 화보와 영상을 촬영하고 3년간 서울컬렉션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잡지에 칼럼을 쓰며 벌어들인 돈도 꽤 많았다. 그는 "통장에 돈 들어오는지 모르고 콧노래 부르며 일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지나는 동안 십억이 넘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끝을 봐야 했다. 

"엄청난 위기를 경험하면서 두려움도 느꼈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출근해서 늦은 밤까지 왜 망했는지 곱씹는 일과 책을 읽는 정도밖엔 못 했습니다. '여자라서?' '기술이 아닌 예술 분야라서?' '전업주부로 내조에 힘써야 하나?'라는 갈등이 수없이 오갔지만 매일 아침 저도 모르게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텅 빈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더라고요, 딸에게 멋지고 자랑스러운 엄마로 살고 싶었습니다.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에요."

정 대표의 사무실. =김수현 기자

그는 하루에 10시간 정도를 독서에 전념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이 망한 이유와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라는 감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자란 부분은 채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감을 되찾기 위해 독서는 생명처럼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는 기업과 기업, 비투비의 개념으로만 일을 해왔었어요. 하지만 B2C(business to consumer).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로 바뀌니 모든 게 어렵고 막막하더라고요. 아주 천천히 좋은 사람들이 모인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고 사비를 털어 비즈니스 코칭을 받으며 재활해갔습니다. 결국, 지난해 4월에 다시 사업자를 내고 현재 1인 창조기업으로 한국여성벤처협회에 입주해 그 꿈을 매일 키워 나가고 있어요."

◆"이우먼이 모으면 다르다"

이우먼은 '슬기로운e우먼' 카카오 채널 가입자들에 한해 무료 퍼스널 컬러 상담을 진행중이다. ⓒ 이우먼

정 대표는 최근까지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며 목소리를 내 왔다.

'슬기로운e우먼'이라는 채널명으로 1일 1 유튜브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촬영팀이나 제작자 없이 좀 온라인 강의 형태로 사무실에서 매일 녹화해서 올리고 있는데 이제 시작인 만큼 창업자인 제가 가장 열심히 씨앗을 뿌려야 하니까요. 여성 분들이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들을 수 있게 기획했지만, 내용과 그 안에 담긴 인사이트는 '찐'입니다."

그는 얼마 전 빅데이터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데이터를 모아 앱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

데이터가 모이면 사업 아이템의 주축인 퍼스널컬러큐레이션 자동화와 그를 활용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진편집 및 제공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또 많은 고객층 확보를 위해 이번 달 이우먼 홈페이지 및 '슬기로운e우먼' 카카오 채널 가입 후 가입 완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에 한해, 무료 퍼스널 컬러큐레이션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국면을 맞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하는 여성분들을 찾아뵙고 싶어요. 현장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는 단계에 누구나 겪는 고충과 진입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정보를 나누는 채널, '이우먼이 모으면 다르다'라는 점을 느낄 수 있는 기업 간 협업도 두 손 들고 환영합니다."

한편, 이우먼은 현재 한국여성벤처협회에서 운영하는 1인 창조기업 센터에 입주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 등의 가이드와 도움을 받고 있다.

"살아있는 채널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면서 규모가 켜져도 변함없이 회원분들과 소통하는 일하는 언니,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재활 과정을 통해 다시 일어선 것처럼 누구든 다시 시작하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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