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마, 나 너무 힘들어" 호소에도 과로사 발뺌하는 쿠팡

2021-03-09 11:24:52

[프라임경제] 쿠팡이 유족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현장 노동자가 죽어 나갈 때마다 '과로' 논란이 불거졌지만, 쿠팡은 일단 산업재해부터 부인하기 바빴고 유족을 향한 공식 사과는 우선순위에서 멀었다. 자사 소속 배달원을 '쿠팡친구(구 쿠팡맨)'라고 부르고 있는 것과 달리 친구로서의 마지막 대우는 남보다 못한 모습이다.

쿠팡에선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달 6일에는 쿠팡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이모(48)씨가 서울 송파구의 한 고시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고가 보도된 당일 쿠팡은 입장문을 내고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면서도 고인이 사망 전 일주일 동안 휴무였다는 점과 평소 근무 일수 등을 내밀며 과로사 지적을 전면 반박했다. 500자 안팎의 입장문에서 '사과'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쿠팡의 입장은 자기 변호라는 인상이 짙었다.

쿠팡은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계속 그래왔다. 업무 강도가 과하지 않고 휴게시간을 제공하며 주당 근무시간 역시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고인의 사망 원인은 지병 등이 문제였을 거라는 식으로 내둘러 왔다. 유족을 향한 공식적인 사과는 산재 결과가 나온 후에야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 

쿠팡은 지난해 사망한 노동자 5명 중에서도 단 1명에게만 정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처음엔 산재를 부정하다가 부검과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산재라고 판명 나자 마지못해 잘못을 인정하는 듯 했다.  

지난해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 씨는 퇴근 직후 한 시간 만에 숨졌고, 유족은 고인이 평소 지병이 없어 과로사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쿠팡은 과로사라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에 1시간 휴무를 잘 지켰고 장시간 추가 근무가 어려운 구조"라며 "지난 3개월간 고인의 평균 근무시간이 주 44시간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산재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유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회사와 세상을 상대로 과로사를 입증해야만 했다. 쿠팡은 산재 신청을 위한 자료를 주겠다고 했지만, 자료는 유족 대신 국회의원 손에 쥐여줬다. 결국 유족은 산재 인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고생 하며 회사를 상대로 싸워야만 했다.

▲쿠팡은 자사 뉴스룸에 FACTS 메뉴를 만들고 노동자 과로사 지적에 대해 '사실왜곡'이라며 지속 반박했지만(왼쪽),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가 인정되자 그제서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쿠팡 뉴스룸 캡쳐.


더욱이 사측은 쿠팡 내 사망 사고가 '산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웹페이지도 마련한 상태다. 쿠팡은 자사 뉴스룸에서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사망과 관련된 사실 왜곡을 중단해 주십시오" 등의 해명 글을 꾸준히 내고 있다. 주로 고인이 "업무강도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했다" 등을 이유로 덧붙였다. 유족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었다. 

기업의 인색한 사과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사과를 인정하는 순간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에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기업들은 사과에 인색했다. 산재 기업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 이미지 하락을 피하기 위해 우선 발뺌부터 하고 봤다. 사과는 뒷전이었다.

어느덧 대기업이 된 쿠팡도 선배들이 거쳐 간 길을 그대로 밟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과도 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을 넘긴 썩은 사과는 가치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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