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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각주구검 르노삼성 노조, 몽니는 이제 그만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1.03.09 17:44:57

[프라임경제] "순환휴직이 유급이니 무급이니, 대상자는 누구니 등 개소리 지껄이는 짓은 중단하라."

지난 4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은 노조소식지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노조는 르노삼성이 진행 중인, 희망퇴직이 포함된 서바이벌 플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이 희망퇴직을 강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수시장의 심화된 경쟁구도 속 부진과 지속적인 고정비 증가까지 맞물려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전체 판매대수와 생산물량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종료된 부산공장의 생산경쟁력은 르노 그룹의 글로벌 공장 19곳 중 10위에 그쳤고, 공장 제조원가 점수에서는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17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작 르노삼성 노조는 현실 파악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르노 그룹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얻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르노 그룹은 자구적으로 경영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들을 내놓고 있는 반면, 노조는 희망퇴직과 임금인상을 두고 르노삼성에게 딴지를 걸고 있다. 심지어 십 년도 훌쩍 넘은 합의서를 언급하며 현대차와 비슷한 임금을 달라고 아집을 부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뿐이다. 

현대차 노조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귀족노조·불통노조로 불리며 이기적 이익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현대차 노조도 노사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공감하고 '무분규'로 마무리 지었다. 

바다 건너에서도 노사 간 원만한 합의를 통해 긍정적인 사례를 이끈 곳이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 중 하나인 토요타다.

토요타 노사는 2020년 임금협상에서 일본식 경영의 상징인 연공서열제를 전면폐지하고, 고과 기준에 인간성 평가항목을 새로 넣는 등 파격실험에 나섰다. 조합원만 6만9000명에 달하는 토요타 노조는 노사합의를 통해 성과제 도입에 합의,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토요타 노사 역시 현대차 노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공감한데서 비롯된 성과였다.

"100년에 한 번 있을 위기라고 할 정도로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이다. 전 직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경영진이 아닌 일본 최대 노조 중 하나로 꼽히는 토요타자동차 노조의 시노 카츠요시 위원장 입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르노삼성 노조는 희망퇴직에 이어 1교대 생산과 순환휴직을 추진하는 사측에 반발하며, 무기한 천막농성까지 돌입했다. 

르노삼성 노조의 총 인원은 2000여명. 여기에 1차 협력업체는 260곳, 인원은 5만여 명에 달한다. 2·3차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노사 간 갈등으로 부산공장의 폐지, 예상 수주물량이 원활치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간다.

소수의 집단 이기주의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구성원의 신뢰가 깨진 회사는 성장할 수 없기에, 상호 생존의 길을 찾아야한다. 현실을 정확히 자각하지 못한 르노삼성 노조의 몽니가 계속된다면 좋은 결과는 당연히 얻을 수 없다. 노사는 하루 빨리 위기의식을 공유해,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중지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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