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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금융] 전 고점 향해 달려가는 '비트코인' 뭐 길래?

전통 금융시스템 향해 '사토시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3.10 09:46:14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거래를 중계하고 통제하는 대신 개인 간 거래를 참여자가 검증하는 개념으로 설계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며칠 간의 숨고르기를 마친 비트코인이 다시 한 번 전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일론머스크의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채 가시기도 전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마저 "비트코인을 진작 살 걸 후회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전통적 대형 기관투자자인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씨티그룹 등 대형 IB(투자은행)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트코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에이다, 리플 등 암호화폐가 주류 시장으로 편입되는 모습들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암호자산 시장 전반으로 이어졌고, 일반인들도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25일까지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총 445조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누적 거래금액인 356조2000억원을 2개월도 채 안 돼서 훌쩍 뛰어넘은 겁니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이 8조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뭐 길래 관심이 늘어나는 걸까요? 가상화폐 투자에 앞서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주창한 원리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개념 파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누군가에 의해 2008년10월 첫 선을 보입니다. 논문에 필명으로 기록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저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간간히 자신이 사토시라고 주장하는 허위 주장만 있을 뿐,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느 국적을 가졌는지는 물론 개인인지, 단체인지 여부조차 전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가 비트코인 재단 홈페이지에 'P2P전자화폐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9쪽짜리 논문을 공개하면서 비트코인의 개념이 처음 소개됐는데요.

논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토시는 '개인 간 거래'가 핵심이 되는 화폐시스템을 구현하길 원했습니다. 화폐의 초점을 개인 간 거래로 집중한 이유는 금융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논문이 공개되기 바로 얼마 전인 2008년9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 기인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집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사토시는 "화폐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신뢰가 기반돼야 한다. 중앙은행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화폐의 역사 상 그 신뢰가 위반된 경우가 많다"며 기존 화폐 시장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특히 현존하는 금융시스템이 자본가에게만 유리하다고 판단한 사토시는 반드시 국가 혹은 중앙이 통제하지 못하는(탈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비트코인 설계의 배경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통화를 발행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은 한국은행입니다. 즉, 국내 통화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필수입니다. IMF 사태 때 단 기간 만에 원달러환율이 2배 이상 급등했는데, 그 원인은 결국 한국은행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죠. 

비트코인은 기존 통화와 달리 은행이나 정부 같은 기관이 거래 기록을 중앙 서버에 보관하고 책임지는 대신 참여자 모두가 같은 장부의 복사본을 보관합니다. 중앙에서 거래를 중계하고 통제하는 게 아니라 개인 간 거래기록 공유를 통해 검증한다는 개념이죠. 이로써 기관 신뢰도에 영향을 받는 리스크에서 자유롭고 수수료와 비효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죠.

신뢰성 있는 장부 기록만이 개인 간 거래의 증거로 남고, 이는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블록체인이란 △거래 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장부에 △일종의 데이터 형태로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빌려주는 거래 장부를 씁니다. 이 때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우리가 거래 증인이 돼 줄게'라며 암호화된 블록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록합니다. 이런 블록이 연결돼 블록체인을 형성합니다.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선 채굴(mining)이라고 불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값비싼 컴퓨터와 전기를 들여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블록이 생성되며, 그 보답으로 채굴자는 일정 수량의 비트코인을 발행합니다. 모든 채굴자는 발행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사토시는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면서 비트코인 개수를 2100만개로 한정했고, 2140년엔 고갈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채굴량이 정해져 있는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는 P2P네트워크에서 연결돼 있으며, 똑같은 거래장부 사본을 나눠 보관합니다. 전체 비트코인 소유자는 암호화된 파일을 갖게 되고, 10분에 한 번씩 분산된 장부의 기록을 서로 대조·검증하기 때문에 이를 해킹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죠. 물론 누구나 비트코인의 거래내역을 열람하는 건 가능합니다.

비트코인 생성 목적인 전 세계 통용 화폐가 실현되면 사토시가 꿈꾸던 탈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겠죠. 낙관론자는 비트코인이 전 세계에 통용될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워낙 가격 등락폭이 큰 비트코인이 화폐로써 제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죠. 그들은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화폐'라기 보단 '금'의 대체 자원 정도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꽤 오랜 시간을 가상화폐 시장에 몸담은 한 낙관론자는 비트코인에 대해 이런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보다는 비트코인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돈을 투자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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