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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책임' 불쏘시개, 박형준 잡으려다 '국가정의' 태운다

실제 열람활용 등 규명 난항에 엄중한 법적·역사적 책임과 도덕 문제 혼재 공격은 부당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3.12 11:05:24

[프라임경제] 보궐선거 국면에서 이른바 'MB정권의 국가정보원 동원 전범위 사찰 논란'이 계속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국가행위에 대한 의혹 규명이나 정리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레버리지로 변질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상인과 만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 박형준 후보 선거사무소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실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문재인 정부나 여당에서 과거사 문제를 레임덕 방지를 위한 호재로 사용하려 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우선 존재한다. 

더욱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앞서나가는 구도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여권에서 이 문제를 '박형준 주저앉히기' 카드로 적극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있나 '1라운드' 이어서 왜 만들어 누가 사용했나 '2라운드' 중요 

관련 의혹 제기나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실체나 사용, 보고와 주문 주체와 목적 등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자유로운 갑론을박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혹은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보는 상황을 방치하고 이득을 보는 측이 있다면 이는 문제라는 비판이 그래서 제기된다. 

현재의 구도는 국정원이 정치적 사찰을 광범위하게 해 다량의 문서가 존재하고, 이것은 청와내 여러 주요 분야(민정이나 정무, 홍보 라인 등)에서 발주 내지 전달받아 활용했다는 두 가지 흐름을 토대로 한다. 'KBS' 등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가 이런 구조에 기반한다.

일부 시민단체 등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기 관련 문건과 그 수신처 등 드러난 부분을 통해, 정치적 악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있긴 있나'라는 문제의 전제는 사찰 의혹이라는 타이틀 전반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검증과 성격 부여 문제에는 의외로 성과나 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진상규명에 여당 정치인들이 대거 나서고,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정보공개 문건 등 일부 자료를 통한 문제 제기는 이어지고 있으나 애초 선거 등 민감한 상황을 앞두고 빠르고 정확히 문제 정리를 할 규모나 성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지점이다.

사찰 문건들이 존재한다는 가치 판단은 '일단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중에 진상의 구도가 한참 산이 움직일 듯 시끄러웠으나 결국 나온 건 쥐 한 마리 격이면 곤란하다는 반론이다.

현재 박형준 캠프 등 연루 의혹을 받는 측에서는 문건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취재에 시달려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이 선거를 달구는 것은 방어권 측면에서 문제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문건의 성격과 청와대 내부 구조상 보고 여부, 최종 열람과 활용자 등 다양한 연결(전제)고리를 너무도 당연히 그렇다고 전제하고 있다. 진상과 책임 소재 규명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오차범위를 너무 키우는 일이자 신기루를 좇는 상황으로 이어질 여지마저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박 후보 측의 연루 의혹은 그가 MB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 그리고 홍보기획관 근무를 했다는 점에 상당 부분 바탕을 둔다.

국정원이 만들었으면 일단 당연히 사찰이고 그에서 더 나아가 국정원이 홍보기획관실에 문서를 전달했으니, 혹은 홍보기획관실에서 요구한 문서이니 국정원 생산 문서의 정치적 악용에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우선 문서의 요구나 전달, 활용 등에서부터 주춧돌을 잘못 놨다는 반론이 나온다. 

염돈재 국정원 제1차장은 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차장 근무를 한 이다. DJ 시절(국민의정부) 등에서도 내리 근무했고, 청와대 경험도 있어 민주 정부와 정보 기관의 역학관계에 환하다고 할 수 있는 그가 10일 언론을 통해 언급한 의문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우선, 국정원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광범위한 국내 보안 정보 수집 의무가 있었는데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보에 대한 수집을 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범죄를 막기 위해 CCTV가 설치돼 있다고 그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 CCTV론은 그 자체로도 민감하고 거북한 이슈다. 하지만, 이번 사찰 의혹의 주춧돌을 바라보는 논쟁에는 또 어찌 보면 가장 적합한 비유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국정원에서 타기관으로(청와대) 정보를 제공, 활용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현안에 대해 정보를 파악할 때 국정원 요원이 파견나가 있는(과거 기준이므로 돼 있었던 이라고 읽는 게 정확함) 청와대 부서에서는 국정원에 내용 파악 부탁을 부탁하는 것이 쉽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요청을 해서 문서를 받기도 한다"고 관행을 소개했다. 

아울러 그렇게 정보를 요청하고 사용할 때에는 특정 실의 직원들이 자기가 궁금하고 일에 필요한 정보를 '실의 이름으로(즉 상관의 위세를 이용해)' 요청하고 받기도 하는데, 막상 자기 실의 상관에게 최종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의원 활동 외에도 박 후보 뒤를 이어정무수석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경험에 비춰 봤을 때 박 후보가 국정원에 기대 무슨 일을 했으리라 보지 않는다"라면서 "4대강 예산을 국회에서 처리한 '정진석 문건은 없을까.  내가 부산시장에 출마했으면 '정진석 문건'이 나왔을까'라고 현재의 정치적 논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내가 접한 국정원은 그렇게 나라는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정보기관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태산명동서일필' 우려, 미리 '도덕적 책임'까지 뒤섞여  

방어권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런 여러 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범죄와 처벌 문제에 비유하자면, 구성요건 해당성-위법성-책임의 3단계 구성 전반에 혼선이 있다는 것이다. 죄가 있는지 즉 어느 죄목에 해당하는지(사찰이라고 할 수 있는지) 구성요건 자체도 의아한 터에, 누가 받아서 누가 썼는지 여부, 위법적 생산 문서라면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서 쓴 건지 혹은 적극적으로 생산 독려를 해서 얻어낸 건지, 과연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 위법성이나 책임 검증도 파상적으로 이어지는 게 과연 진실 규명과 과거사 정리에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문제 의식을 강하게 제기하는 언론사 중에선 가장 탄탄하다고 할 수 있는  KBS 보도조차도 대단히 여러 문제가 혼합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0일 보도만 해도 "박 후보가 문서 보고를 실제로 못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앵커의 질문에 기자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박 후보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가정해도, 자신이 책임지로 있었던 부서에서 사찰 지시가 벌어진 거잖나. 그런 점에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건데"라고 대답하고 있기도 하다.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에 대단히 큰 국가 과거사를, 거기에 선거 전반에 영향을 미칠 불이익 우려까지 모두 짐지우고 감수하도록 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지금 굳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 우리 사회는 그런 점을 모두 반영한 대화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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