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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과 정보수집? 원세훈 vs 윤석열 구도로 본 박형준

악의적 의도와 의무없는 일에 국가조직 동원했느냐 여부가 관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3.12 11:25:25
[프라임경제] 4월 재보권선거가 목전에 다가온 시점에 MB 시절 국가정보원 전범위 사찰 논란이 계속 연기를 피워 올리는 상황은 분명 간단치 않다. 이런 터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관련 사건에 일부 파기환송이 겹쳤다.

사찰이라는 문제 자체를 죄악시하는 쪽에서는 원세훈 무죄 부분 파기환송에 환호성을 올릴 법하다. 이것은 가치관 차이라 문제삼을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일명 사찰 논란을 부산시장 보선에 활용하려는 정치공학적 구도에 선 이들이 존재한다면 또 그런 이들이 특히 이 문제에 쾌재를 부른다면 그건 문제다.

왼쪽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해외 순방 후 귀국 인사를 하는 모습.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국정원장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거기서 문서를 받아쓴 혹은 달라고 요구한 당시 청와대 라인도 문제 아니냐는 논리 보강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활용한다면 이는 보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과 정보수집을 가르는 분기점은 어디인가?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무죄 부분은 이번에 대법원에서 파기됐는데(유죄 취지로 다시 검토해야 함), 권양숙 여사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해외 일정 활동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도록 함으로써 부하 국정원 직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게 대법원의 이번 사안 논리다.

이 문제는 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전직 대통령 일가나 유력 시민사회활동가 출신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훑어 문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이를 올가미로 활용할 의도가 충분했기 때문에 이를 국록을 받아 사는 이를 도구삼아 행동에 옮긴 자체가 문제가 된다. 이 경우 풍부한 수집 행보 자체가 국가 활동이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비교대조할 부분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이슈에서 드러난 판사 사찰 논란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날린 윤 전 총장 징계 건은 일단 집행정지(가처분) 카드로 일단 무력화돼 정식 재판을 향후 계속하게 됐다.

여러 논점 중에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검찰에서 수집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과연 이미 언론에 드러난(소개된) 성향이나 평판 등이 정보 및 사찰 등 민감한 개념을 충족하느냐가 관건이고, 판사들로부터 늘상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검찰에서 이런 점도 고려를 하지 않는(못 하는) 게 과연 맞는가의 그 다음 관건이 남는다.

이 부분에 대해 부적절한 일인지는 차치하고, 국가기관에 징계 등이 필요한 품위 문제 등으로 해석하는 것에 가처분을 맡은 담당 재판부(가처분을 검토한 서울행정법원 판사)는 고개를 저었던 것이다.

정보릉 모으는 문제 자체가 죄악시될 일인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건에서 부각된 점은 시사점이 크다. ⓒ 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실체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MB정부 정무수석 및 홍보기획관 역임)의 사찰 연루 의혹이 둘 중 어느 건에 가까운지는 중요하다. 정치공학이나 정치공작 우려를 일점도 없이 배제해야 한다는 당위성 측면에서 당연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것.

염돈재 전 국정원 제1차장(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내내 국정원에서 요직을 역임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 1차장에 올랐다)은 우선 청와대 내 특정 방 혹은 실(조직)에 문서가 전달됐다 해도 그걸 꼭 그 실의 고위 책임자가 봤거나 활용, 요구했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고 그 부서의 실무진에서 사용이나 요구했을 가능성이 우선 높다는 점을 전제 검토해야 한다고 짚는다.

설사, 그 부분이 충족됐다고 손치더라도 무슨 의도로 이를 받아보거나 혹은 먼저 요구하거나 활용했는지에 대한 논의와 비난 기능성, 정당화 가능성 등이 남는다.

국정이라는 광범위한 이슈를 아우르는 정보를 모으는 것이 과연 청와대 조직에 그리고 국가정보기관에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도 관건이지만, 의도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는 현재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는 국정원이나 MB를 무조건 비판하는 또 죄악시하는 시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문제가 있고 없고도 애매모호한 터에 난타부터 시작된다면, 그에 더해 관련자들이 미우니 자칫 확실치 않거나 정당한 직무라도 그냥 도매금으로 묶어 때린다는 식으로 난타에 또다른 부정의가 개입된다는 것은 분명히 예방되거나 심판의 휘슬로 중간에서라도 배제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악의적으로 억압 카드삼아 사용하려는 '파파라치 국정원'이나 '독재 대통령에 부역하는 청와대 내부조직' 구도가 확연하지 않다면 이를 일찍부터 지나친 공격 소재로 사용하는 것, 심지어 선거라는 문제에 직면한 시기를 무시하고 또 오히려 이를 악용해 진행한다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시장에서 상인을 만났다. ⓒ 박형준 선거사무소

밑에 사람이 문제 문건을 받아봤다면 그 실의 최고 책임자가 최소한 도의적으로 책임이 있지 않냐는 논리도 물론 의미가 전혀 없지 않지만, 문건이 과연 문제는 있는지, 받기는 누가 받은 건 맞는지 등 최고 난이도의 문제를 가장 쉬운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명분 하나로 논하게 허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나중에 활용해야 하는 카드지만, 설사 정보를 모으는 일이 존재했더라도 '의도'는 무엇인지 논증하지 않고 도덕덕 책임 등으로 또다시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지금부터 나온다. 원세훈과 윤석열을 가르는 상황 뿐만 아니라, 선동에 쉽게 좌우되는 유사국가인지 절차정의가 살아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적 국가인지라는 거창한 문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박형준을 다루는 태도와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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