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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먼지도 소통하며 존재한다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3.12 14:00:18
[프라임경제] 사소하다는 것은 보잘것 없이 작거나 적은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소한 것에는 귀함이 깃들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언제든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소한 것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사소한 것들이 더 이상 사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세상은 화두 하나를 던지고 있다. 가장 사소한 것들이 가장 위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최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고통이 나타났는데, 바로 격리다. 격리는 곧 소통의 단절이다. 다른 것과 통하지 못하게 사이를 막거나 떼어 놓는다는 의미의 격리는 자발성이 결여된 단어다. 시대를 통틀어, 앞장서 자발적으로 격리하지 않고 살아온 인간에게 '자가격리'라는 지침이 어색하고 뒤틀리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타인과 격리시키면서까지 삶을 이어간 적이 있었는가. 단절돼 사는 삶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소통이 원활히 이어지는 것은 생명의 연장이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양분이다. 소통은 만물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주어진 당위였던 셈이다. 

우리는 소통을 통해 교감함으로써 다양한 감정을 누린다. 교감은 감정뿐 아니라 사고와 행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만족감을 얻고, 사람과 만남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른다. 잘된 소통이야말로 삶을 흥미진진하게 엮어나가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소통이 사방으로 뻗어서 치밀해질수록 우리네 삶의 외연도 확장돼 간다. 

큰 힘이나 관심을 쏟지 않아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에 우리는 일상이라는 미명 아래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당연함과 평범함이 더는 당연하지 않다. 사소함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확장되고 있다. 일상의 소중함과 소통의 간절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오늘의 현실이다. 

불통의 폐해는 일상의 곳곳을 침략해 파괴하고 있다. 생기 넘치던 일상의 기운은 불통의 시대를 만나 순식간에 무너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알 수 없는 허탈감과 우울감에 휩싸이거나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blue)이 합쳐진 말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가리킨다. 

소통이 되지 않는 세상은 생의 기운을 만끽하기 힘들 정도로 삭막하고 건조하기만 하다. 소통의 부재 때문에 고통당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도 똑같은 고통으로 시름하고 있다. 식당, 카페, 헬스장, 학원 등의 모든 공간도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이를 통해 소통과 공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이 창조되고 허물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통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밖의 세상은 지금 적막할 따름이다. 공간마다 텅 빈 상실감이 배여 있어 스산하다. 빈 공간마다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고 아우성이다. 공간의 고통 또한 사람이 겪는 고통만큼이나 짙고도 깊다. 

사소함의 붕괴는 우리네 삶에 유례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부터 사소한 것은 없는 법이다.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들은 없다. 살아 있고 존재하는 것에는 모두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다. 

먼지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와 공존하는 먼지도 절로 생기지 않는다. 모체가 있고 마찰이 있고 흐름이 있어야 한다. 먼지도 나름의 소통을 하며 존재한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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