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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니꼬동제련, 日 전범기업에 보낸 배당금만 수천억?

LS-일본 전범기업 사업적 협력관계 다시금 주목…합작사 설립키도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3.16 10:15:02
[프라임경제] 시민 주도 일본 불매운동이 전범기업에 대한 퇴출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라임경제>는 일본과 국내 사료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 전범기업과 국내기업의 유통 및 제휴 현황을 밝혀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국내기업의 독립과 자생을 돕고자 한다.

◆JX Nippon Mining & Metals Co., Ltd.

JX 일본 광업 & 금속(JX Nippon Mining & Metals Co., Ltd., 이하 JX금속) 회사 연혁에 따르면, 자사는 1905년 구하라 후사노스케(久原 房之助)가 광물 생산에 집중된 광업 활동을 위해 히타치(日立)광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고, 1916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구하라광업으로 탈바꿈한다.

JX금속 회사 연혁 속 창업자 구하라 후사노스케의 모습. ⓒ JX금속 홈페이지 화면캡처


구하라 후사노스케는 경영부진 및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1928년 친인척 관계에 있는 아유카와 요시스케(鮎川 義介)에게 구하라광업 주식 전체를 양도, 기업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특히 지분을 넘긴 구하라 후사노스케는 약 20여 년 뒤 열린 도쿄 전범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기소된다. 

그렇게 구하라광업 2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아유카와 요시스케는 구하라공업을 일본산업으로 개칭한데 이어 1929년 일본산업의 광업 부문만 분리 독립해 일본광업(현 JX금속의 모태)을 설립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된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일본지역 탄광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광업은 렌다이지광과 고마쓰노광 등 6개 광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등의 전쟁범죄(전범) 기록이 존재한다. 실례로 일본광업의 소유 렌다이지광에서는 1940년부터 조선인 노무자를 강제로 동원했다고 명시돼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일본광업 소속 조선인 노무자 전환배치 실태를 입증한 명부 총 4종, 9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당시 일본광업은 △시즈오카현 가와즈 광산에서 야마가타현 요시노 광산 및 효고현의 아사히 광산 △시즈오카현 미네노사와 광산에서 이시카와현 오고야 광산 △미네노사와 광산에서 구네 광산 등으로 조선인 노무자들을 각각 전환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배치는 일본이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공표,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물자수급을 원활히 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써 일본 전 지역에서 이뤄졌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전환배치가 단순 전환이 아닌 강제로 이뤄졌으며, 이는 인적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한다. 

일본광업의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에 대한 실제 증언도 존재한다. 앞서 광주광역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실무위원회는 2008년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신고를 접수를 시작했고, 한 건의 신고 사례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신고 조사보고서에 기록된 유족의 증언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 A씨는 징집을 피해 도망 다니다가 붙잡혀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1945년 2월 일본광업 소유 회목현(현 도치키현) 탄광 노무자로 강제동원됐다. 

일본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측 증언 내용 일부 발췌.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A씨는 그곳에서 일본인의 구타를 비롯해 2~3일 굶으며 일을 한 것도 모자라 굴 안에서 잠을 잤다. 다행히 A씨는 해방과 동시에 1945년 10월 말경에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폐가 좋지 않아 통원 치료를 받았다고 유족은 첨언했다.

광주광역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실무위원회는 2008년 8월 유족과 주변인들의 증언 및 조사 자료들을 토대로 A씨를 강제징용 피해자로 인정하면서 조사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생존한 피해자들 및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2019년 4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전범기업 11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피고기업은 미쓰비시광업·미쓰비시중공업·미쓰이광산 등이며, 이중 한 곳이 위에서 언급된 조선인 강제동원 가해 기업 JX금속이다.

◆JX금속 등에 3년간 약 1500억 규모 배당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부를 축적해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 중인 JX금속과 지분으로 얽혀있는 국내기업이 존재한다. LS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LS니꼬동제련이 그 주인공이다. 

LS니꼬동제련은 1999년 세워진 회사로 과거 LG금속(현 LS전선)과 일본 JKJS 컨소시엄이 합작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구리 제련소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LS와 JKJS가 각각 50.1%, 49.9%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 JKJS는 JX금속(80%)·마루베니상사(10%)·미쓰이금속광업(10%) 컨소시엄이 설립한 합작사다. 

주목할 점은 JKJS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JX금속은 앞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사한 자료와 광주광역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실무위원회를 통해 강제동원을 자행한 기록이 있는 기업으로 밝혀졌으며, 미쓰이금속광업 역시 과거 △일본 15곳 △한반도 1곳 △미크로네시아 18곳 △사할린 4곳 등 총 28곳의 현지 광업소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LS니꼬동제련 지배기업 현황.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러한 전범의 역사를 지닌 기업에게 한국 기업 LS니꼬동제련은 매년 수백억에 달하는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2020년 회계연도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33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203억원 규모로, 2019년 대비 1.06% 증가한 금액이다. 

따라서 LS와 JKJS에게 각각 약 600억원씩 배당금을 지급한다. 구체적으로 JKJS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는 JX금속은 약 480억원, 마루베니상사와 미쓰이금속광업은 약 60억원을 각각 배당 받는다. 

특히 LS니꼬동제련은 2020년에 2019년 주당 배당금을 2073원으로 결정, 총 1070억원을 배당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2018년 주당 배당금을 2014원으로 결정해 총 1040억을 배당했다. 종합해보면 LS니꼬동제련은 최근 3년간 전범기업 JX금속과 미쓰이금속광업에게 약 1500억원 가량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이제는 전범기업과의 고리 끊어야 할 때

LS니꼬동제련 입장에서는 전범기업과 지분구조로 얽혀있는 것에 대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앞서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일본제철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

신일철주금은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피해자 측은 2019년 5월1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PNR(포스코 70%, 신일철주금 30%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된 합작 법인) 주식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을 했다. 이에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압류신청을 승인한 뒤 PNR에 압류명령을 송달했다. 

현재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변 광주전남지부가 진행 중인 소송이 대법원으로까지 간다면 JX금속에게도 비슷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원고가 최종 승소한다고 해도 그간의 일본 정부와 일본 전범기업들의 행태를 미뤄봤을 때 JX금속은 배상 판결을 무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JX금속 피해자 측은 포스코와 일본제철 합작사인 PNR 주식 매각명령 신청을 했던 선례에 따라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LS니꼬동제련은 PNR 주식 압류 관련 언론 보도 때마다 거론되는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전범기업과 함께 계속 언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LS와 전범기업과의 인연도 다시금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19년 5월 일본에 방문해 △JX금속 △얀마 △후루카와전기 △미쓰비시 자동차 △몽벨 등 일본 주요 고객사 경영진과 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만남을 가진 뒤 이들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가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S그룹 계열사 수페리어 에식스(Superior Essex, SPSX)는 후루카와전기와 같은 해 9월 권선(변압기나 모터 등 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선) 시장 공략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주목할 점은 후루카와전기는 일본과 한반도 내 강제동원작업장수를 각각 4개와 6개 총 10곳을 운영한 전범기업이라는 점이다.

브라이언 김 SPSX 대표(왼쪽)와 고바야시 게이이치 후루카와전기 대표가 글로벌 권선 제조 합작사 설립에 합의 후 기념촬영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구자열 회장은 일본 방문 당시 JX금속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고객사와의 흔들림 없는 굳건한 파트너십 통해 양국 간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결 이후 일본 기업들과 어떤 협력을 구체화해 나갈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LS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1999년은 IMF 직후 힘든 상황이었다"며 "JKJS는 한 회사가 아닌 일본 회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고, 당시에는 그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세세하게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JKJS는 LS니꼬동제련에 지분만 투자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가치 및 고용창출은 다 국내에서 발생했다"며 "지분만큼 배당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자열 회장이 일본 기업들과 만남을 가지는 것은 취임 이후 정례화된 일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기업들과의 만남도 지속해 왔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일 관계가 경색돼 있어도 민간기업 차원에서는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 관계가 개선된다고 (구 회장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LS그룹 측이 밝힌 대로 과거 LS니꼬동제련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일본의 투자 없이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전범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지분 투자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것은 자유경제시장 체제에선 이상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평범한 일본기업이 아닌 전범의 역사를 지닌 기업과의 고리를 계속 연결해 나가거나 혹은 끊어 낼 수 있는 고리임에도 끊어내지 않는 것은 기업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만 계속 부추길 뿐이다.

7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밀정에서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병헌)은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에게 의열단의 밀정이 돼 달라는 부탁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옵니다.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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