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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의 적' 완성차 노조, 정년연장 생떼는 그만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3.17 14:22:30
[프라임경제] 국내 완성차업계의 노동조합을 향한 비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정도껏 해야지"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생산성 개선 노력보다는 또다시 무력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이득만을 챙기려고 해서다.

현재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노조들이 원하는 것은 '정년연장'이다. 이들은 지난 3일 국민연금 수령과 연계해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더불어 입법화를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들은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 퇴직 후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며, 정년연장 법제화는 노사정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본인들은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돼서 좋고, 기업은 고급 노동력을 보유해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말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염려가 계속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노조들의 요구가 그렇게 억지만은 아니다. 문제는 노조의 모습이 보신주의(保身主義)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자신의 직무는 대충하면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지위 따위를 지키는 일에만 급급한 태도'를 뜻하는 보신주의.

그동안 노조는 스스로 '공공의 적'임을 수없이 자처해왔다. 도를 넘는 떼쓰기까지 실현했다. 노조가 으스대는 고급 노동력은 온데간데없었고, 덕분에 기업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귀족노조, 불통노조라 불리는 국내 완성차업체들 노조에게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노조는 매년 파업을 무기로 높은 임금인상 요구를 관철하고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넘쳐난다. 누구는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는 등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쇠사슬 퍼포먼스'를 뽐내기도 했고, 누구는 성과급을 주지 않는다며 사장실을 파손하고 점거했다. 또 국내외 신차 생산량을 자신들이 정하겠다고 우기는가 하면, 승진도 거부했다. 

고령화에 따라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진국들도 노동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늘리거나 아예 철폐하고 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정부에게 강요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아가 정년연장으로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들어 발생할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나 청년실업 문제도 대비하거나 해결해할 문제인데, 노조는 이에 대해서는 기업이 저임금 노동을 쓰기 위해 주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집만 부리고 있다.

다수의 선진국들은 △직능급제 △직무급제 등이고, 이들은 호봉제다. 고임금이 연장되는 호봉제. 기업들의 재정은 무한대가 아닌데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연장해서 주려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과 신규 채용 문제는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이렇듯 노조는 또다시 회사의 사정은 나 몰라라 한 채 자신들의 배 채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본인들이 '이기적 이익집단'이라는 점만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상시시키고 있는 꼴인 것이다. 

자동차업계 노조의 평균임금이 해외 브랜드에 비해 훨씬 높음에도 생산성은 그들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쟤들도 했으니 우리도 정년연장 해줘'라고 생떼를 쓸 수는 없다. 노조는 당장 눈앞의 몫만을 챙기기 위한 욕심을 부리는 존재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동시에 사측을 견제하며 회사를 성장·발전시키는 데 앞장서야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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