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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도입" 원인 두고 다양한 분석

중국 시장 내 패권 쥐기 위한 포석 vs LG와 SK 장기 소송 탓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3.18 17:19:38
[프라임경제] 폭스바겐이 새로운 배터리 전략을 내놨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오는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적용,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 80%에 이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도입 계획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로 생산하고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의존도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갑작스러운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도입 선언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긴장감을 안긴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몇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업계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 뛰어넘기 위한 '전략적 선택'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파워데이' 행사를 열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배터리와 충전 △모빌리티 서비스 등 총 네 가지 요소로 이뤄진 새로운 플랫폼 로드맵을 제시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배터리 및 충전 관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는 파워데이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이날 가장 주목 받은 전략은 배터리 타입 변경을 골자로 한 통합형 셀 도입과 유럽 내 공장 증설 발표였다. 

폭스바겐은 2023년부터 통합 셀(각형)을 도입해 전 세계적으로 확장한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80%에 달하는 전기차에 통합 셀을 장착할 계획이다. 

공장 증설과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독일‧스웨덴(노스볼트)‧스페인‧프랑스‧포르투갈‧폴란드‧슬로바키아‧체코 등지에 6개의 공장을 세우고, 1개당 40GWh씩 총 240GWh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도입 계획은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폭스바겐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중국 시장 내 안정적으로 안착해 있지만, 경쟁 업체인 테슬라를 뛰어넘기 위해선 더 많은 판매를 이끌어 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도입해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국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중국 정부와 발 맞추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폭스바겐, 장기화된 소송으로 등 돌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도입을 선택한 것은 장기화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사업 관련 소송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ITC는 지난달 10일 SK이노베이션 측에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 하는 것에 대해선 각각 4년,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단, 양사가 합의할 경우 이 명령들은 무효화된다.

이같은 ITC 판결로 폭스바겐은 당장 2년 뒤 배터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위기에 놓였다. 현재도 여전히 강 대 강으로 대립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안 도출 여부를 비롯해, 할지 안 할지 불확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비토권(거부권) 행사를 넋 놓고 기다릴 수 없어 중국 배터리를 택한 것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에 따른 규제나 차질없이 미국 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 연합뉴스


배터리 업계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폭스바겐은 올해 초 외교라인을 통해 한국 정부에 두 회사 간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해결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폭스바겐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 한국 대신 중국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폭스바겐의 이번 각형 배터리 전환이 포드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포드도 양사 간 배터리 분쟁에 따른 해결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상품 구매 및 공급업체 기술지원 담당 조나단 제닝스(Jonathan Jennings) 포드 부사장은 지난 16일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온라인 청문회에 출석해 "양사가 하루 빨리 원만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관되게 60일 내에 두 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폭스바겐을 필두로 포드까지 이러한 변화에 합세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까지 새로운 배터리 공급처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 발 타격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 나가려면 기승전'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이번 폭스바겐의 선언은 악재에 가깝다. 양사 모두 각형 배터리가 아닌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양사 중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에게 있어서 폭스바겐은 현대‧기아자동차와 포드에 이은 주요 납품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에게 미치는 영향은 SK이노베이션 대비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배터리의 10%대를 수주하고 있는데, 폭스바겐이 파우치형 비중을 20%선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서 원래부터 공급량이 높지 않은 LG에너지솔루션은 놀라긴 했지만 직격탄은 아니라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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